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너무 많은 걸 배웠다. 시간은 흐른다. 힘든 건 지나간다. 너무 걱정했던 것은 다 끝난다. 그러니까 너무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체감했다."
 
드라마 <연인>을 통하여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한 안은진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12월 6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뚝심' 특집으로 배우 안은진, 뇌과학자 이진형, 세계보건기구(WHO) 김록호 국장이 출연하여 자신들만의 인생 이야기를 전했다.
 
뇌 질환을 연구하는 이진형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는, 본래는 전자공학자 출신으로 국내에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으나, 뇌졸중을 앓고 있는 외할머니의 모습에 영향을 받아 뒤늦게 의학자의 길에 뛰어들게 된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이 교수는 "뇌는 신경세포가 회로를 이뤄 통신하는 시스템이다. 그 통신시스템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게 되면 질환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남들이 다 모른다, 안된다고 하니까 그럼 '내가 한번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면서 뇌 회로를 분석하여 뇌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뇌의 작동법을 알아내기 위하여 무려 15년간 연구를 거듭했다. 현재는 뇌가 돌아가는 방법을 어느 정도 알아가며 차근차근 상용화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이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서 뇌 건강을 스스로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이 교수는 자신만의 공부비법을 전하며 수재들에 대한 선입견과는 달리 잠을 8시간은 잤다고 고백했다. 이 교수는"사당오락이라는 이야기는 말이 안 된다. 잠을 충분히 자야 뇌가 건강하게 제 기능을 한다. 잠이 부족하면 뇌질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뇌질환의 가장 잔혹한 부분은 한 사람의 일상을 하루아침에 파괴해버린다는 데 있다. 이 교수는 "비록 저희 할머니는 못 도와드렸지만, 제가 이 일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말 끔찍했던 건, 사랑하는 가족이 갑자기 정상적인 삶의 능력을 잃고 아무 것도 못하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할머니를 치료하겠다는 절실함으로 뭐든지 다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전자공학을 하다가 독학으로 뇌과학 분야에 뛰어든 이 교수는 처음엔 배척을 많이 당했다고 한다. 안정된 대학교수 일보다 지하실에서 실패를 거듭하는 연구 실험에만 매달리는 모습에, 주변에서도 만류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교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되어야 할 것만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번 해도 안 돼서 120번을 하니까 되더라, 거의 매일매일이 챌린지였다"면서 끝내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거듭한 이유를 밝혔다.
 
결국 2019년에는 그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미국 NIH(국립보건원)의 최고영에인 '파이어니어(개척자)'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수상 이후로 연구비의 부담에서 다소 자유로워지며 동료 교수들도 부러워한다며 이 교수는 미소를 지었다.
 
이 교수는 자신을 지탱하는 원동력으로 내적 동기와 주변 사람들을 꼽았다. "동기부여가 내부에서 나와야 한다. 주변에서 하라고 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에 비판이 와도 견딜 수 있다. 그리고 힘들 때 다독여주는 친구나 가족이 있기에 성취를 이뤘을 때도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감성이 없는 이성은 힘이 없다. 기술의 힘이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내가 과학을 왜 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기술로 내가 사람을 살린다는 생각은 감성의 영역에 더 가깝다. 감성이 있는 이성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는 자신만의 철학을 전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 할머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며 "앞으로도 할머니가 보시기에 자랑스럽게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45세 WHO 입사 "어린 나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해주고 싶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김록호 국장은 세계보건기구 과학부에서 20년째 근무하며 세계인의 건강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인물이다. 김 국장은 "WHO는 세계의 보건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처럼 전 세계적으로 대처가 필요한 일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과학부는 WHO에서 만들어내는 문서들이 과학적 증거에 기반했는지 검증하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WHO만의 근무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공무원 봉급 수준이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같은 월급을 주면 불공평하니까. 저같이 스위스에서 근무하는 경우는 기본급의 80%를 더 준다"고 밝히며 "또 다른 장점은 국제기구이기 때문에 어떤 나라에도 소속이 안 되어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노후 연금은 은행에 저금할 거 없이 돈 버는 거 다 써도 된다"고 밝혀 부러움을 자아냈다. 다만 단점으로는 해외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20년간 동창회 한 번 못 갈 만큼 한국 문화와 단절되어 살아야 했던 고충을 밝혔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했던 김 국장은 가난한 집안사정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던 아픔을 겪었다. 김 국장은 "돈이 없어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느끼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의사가 되면 나와 같은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노동자들의 의사'로 명성을 얻었다. 김 국장은 가난한 노동자들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고 법적인 권리를 찾는 데도 적극적으로 기여했다. 1991년 한국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로 꼽히는 '원진레이온 사건'의 진실을 처음으로 밝히고 피해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인정받는 데 앞장선 것도 바로 김록호 국장이었다. 김 국장은 지금도 당시 노동자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한편으로 원진레이온 사건은 또다른 측면에서 김 국장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당시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회사 측 의사들에 맞서 노동자 측 재야의사로 활동했던 김 국장은, 사회적인 위상과 인식 면에서 암묵적인 격차를 느껴야 했다. 김 국장은 30대의 늦은 나이에 박사학위를 따기 위하여 미국 최고명문 하버드 보건대학원으로 진학했다. 이후 김 국장은 원전레이온 사건의 공를 인정받아 슈바이처상을 수상했고, 박사 학위를 따낸 후 45세의 나이에 WHO에 입사하게 된다.

한편의 영화같은 인생 스토리를 돌아보며 김 국장은 "매일매일이 어두울 때가 많았다. 절망하는 어린 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너의 존엄함, 정직함을 믿고 이 세상에서 주는 기회를 찾아서 포기하지 말고 버텨라. 그러면 언젠가 다른 차원의 세계가 열리고, 너의 존재가 빛을 발할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고백을 전했다.

초반 '미스캐스팅 논란'도... "유길채 연기하면서 위안 받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화제의 드라마 <연인>의 유길채 역할로 인생 캐릭터를 연기한 안은진이 3년 만에 <유퀴즈>에 돌아왔다. 안은진은 "1년간 전국을 다니며 촬영했는데 아무도 다치지않고 잘 끝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연인을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연말을 보내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사극 출연 이후 안은진은 어머님 세대의 사랑이 늘어난 것을 느꼈다며 미소를 지었다.

초반에는 낯선 사극과 역할에 대한 부담이 컸다고. 안은진은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는가 돌아보면 첫 대본 리딩 때였다"고 회상하며, 자연스럽게 대사를 소화하던 이전 드라마와 달리 동료 배우들의 사극 연기톤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부담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랐다.
 
함께 공연한 남궁민은 "<연인>은 가장 고생했고 촬영에 공도 많이 들여서 애착이 많이 남는 작품"이라고 회상하며 "안은진과 함께 호흡하면서 그 서사가 너무 아름다웠다. 그 깊이를 보고 시청자들도 많이 사랑해주신 것 같다"라고 밝혔다.
 
특히 안은진에 대해서는 "배우로서 열정도 센스도 좋고, 인간으로서도 괜찮은 사람이다. 그 친구가 잘 될 수 있는 길이라면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싶다"며 후배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을 전했다. 이어 "안은진에게도 늘 이야기 한다. '진짜 네가 잘됐으면 좋겠어. 안 되면 너무 열받을 것 같아, 꼭 네가 월드스타가 되었으면 좋겠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은진은 선배 남궁민에 대하여 "처음엔 다가가기 어려웠는데 1년쯤 같이 촬영을 하면서 선배님 공략법을 알았다"는 노하우를 전하며 "솔직하면 된다. 선배님의 말과 표현은 작품이 잘 되기 위한 방향성이었다. 처음엔 말을 너무 직접적으로 해서 오해하기도 했다. 나중에 친해져서 '그때는 서운했다'고 솔직히 이야기하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시더라"는 뒷이야기를 밝혔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사실 방영 초반에는 안은진을 둘러싼 미스캐스팅 논란이 심했다. 당시 안은진은 <나쁜 엄마> 촬영을 마치고 한동안 건강 난조로 고전하고 있었고, 처음 도전해보는 장편 사극인 <연인>을 준비하면서 부담감이 더욱 커진 상황이었다. 첫 대본 리딩을 마치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는 안은진은 "그래도 끝나면 크게 성장해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고 밝혔다.
 
촬영기간 중에도 안은진은 갑자기 찾아온 안면마비와 무릎 통증 등으로 고생했다. 안은진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일기를 하루하루 써가면서 버텨냈고, 당당하고 똑부러진 유길채를 연기하면서 오히려 위안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캐릭터와 대사의 힘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줬다"는 게 안은진의 회상이다.
 
여주인공임에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아직 못 받던 시기에도, 안은진은 "물론 속상했지만 길채를 내가 잘 표현하면 시청자들도 분명히 따라와주실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묵묵히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안은진을 격려하고 확신을 심어준 것이 선배인 남궁민이었다고.
 
누구보다 안은진을 가까이서 지켜본 남궁민은 "힘들다고 칭얼대긴 했지만 누가 뭐래도 너무 잘하고 있었다. 굳이 제가 조언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남궁민은 안은진이 혼자 눈물을 흘리던 연기에 감탄했던 순간을 언급하며 "원래 감정연기를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연출없이 오직 배우의 연기 하나만으로 이렇게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아 내새끼 잘한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결국 드라마는 큰 성공을 거뒀고, 안은진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도 우려에서 찬사로 바뀌어갔다.
 
한편으로 안은진은 연기 외에는 아이돌, 야구, 여행, 댄스 등의 소소한 '덕질'에서 위안을 얻는다는 일상을 전했다. 즉석에서 발랄한 댄스 실력을 선보이기도 한 안은진은 "덕질을 하는 삶은 참 풍요로운 삶"이라고 자부하며 미소를 지었다.

최근 화제가 된 청룡영화상 당시의 뒷이야기도 전했다. 당시 축하공연을 하러온 걸그룹 뉴진스의 팬이라는 안은진은 "저의 가장 최애인 하니가 5초 동안 저를 빤히 쳐다봤."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설레는 모습을 감추지 못해 웃음을 자아냈다. 

드레스 노출사고 해프닝도 언급했다. 안은진은 "스펙타클한 날이었다. 시상식에 가면 사진 찍을 때 너무 떨린다. 그날 입은 드레스가 살짝 내려갔다"고 밝히며 부끄러워하면서도 "조금 당황했지만 살면서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어떡해' 이러고 들어가서 하니랑 눈 마주치고 회복했다"며 쿨하게 너스레를 떨었다. '확신의 T' 성향이라는 안은진의 어머니는 속상하다고 호소하는 딸에게 "그래도 네가 거기 간 게 어디냐, 감사"라고 일축한 것도 오히려 위로가 되었다고.

현재 안은진은 차기작으로 <더 글로리> 등을 집필한 흥행보증수표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 출연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기대감을 모았다. 행복하고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감하면서 안은진은 "2024년에도 건강하고 재밌게 사는 게 목표다. 내년 이맘때도 '시간 참 빨라' 하는 이야기가 나올테니까. 기왕이면 그 과정이 더 건강하고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올해는 많은 경험을 하고, 경험치가 쌓인 한 해였다. 그만큼 더 단단해졌을 것 같다"며 앞으로도 더 나은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유퀴즈 안은진 연인 김록호 이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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