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저녁 CGV 압구정에서 막을 올린 49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권해효 배우, 류시현 방송인.

11월 30일 저녁 CGV 압구정에서 막을 올린 49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권해효 배우, 류시현 방송인. ⓒ 성하훈

  
 11월  30일 저녁 CGV 압구정에서 열린 49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인사말하는 박기용 영진위원장(왼쪽)과 한국독립영화협회 고영재 대표.

11월 30일 저녁 CGV 압구정에서 열린 49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인사말하는 박기용 영진위원장(왼쪽)과 한국독립영화협회 고영재 대표. ⓒ 성하훈

 
내년 독립영화 예산의 대폭 삭감이 예고된 가운데 한국독립영화의 대표적이면서 가장 큰 행사인 49회 서울독립영화제가 11월 30일 저녁 CGV 압구정에서 막을 올렸다. 서울독립영화제는 한 해의 영화제를 결산하는 성격을 띠고 있으나 최근 영화 지원 예산 삭감과 블랙리스트 재발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보니 영화계의 걱정 어린 시선이 여러 형태로 표출됐다. (관련 기사 : "독립영화 예산 축소 주시, 한국 영화 미래 달린 일" https://omn.kr/26bzy)
 
권해효 배우와 류시현 방송인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에서 개막선언을 위해 자리에 나온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박 위원장은 이어 "독립영화 예산 삭감으로 안 좋은 상황에서도 서울독립영화제에 1000편의 영화가 출품되는 등 영화인들의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어려운 상황의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
 
독립영화인들은 우려와 함께 현 정권의 무능을 지적했다.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는 "화날 때 사람을 잘 안 만나지만 어이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사람을 만나 이야기한다"면서 "서울독립영화제가 그런 자리가 되길 바란다. 서로가 서로를 다독거려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독립영화의 현안을 함께 논의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자는 의미였다.
 
특히 고영재 대표는 "프랑스 파리 행사의 프리젠테이션 영상을 우연히 봤다"면서 "속상하고 창피했다"며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현 정권의 무능을 비판했다. 한국 독립영화의 역량만큼도 못한 수준과 능력을 지적한 것이었다. 그는 "그런 행사에 맞는 아젠다가 부각되지 않았고, 어떤 아젠다를 부각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열 거부 이랑 가수 개막 공연
 
첫 순서로 진행된 시네라이브 개막 공연도 상징적이었다. 6월 항쟁이 있었던 1987년 제작된 최정현 감독의 애니메이션 작품 <그날이 오면>이 상영되는 가운데, 이랑 가수가 민중가요 '그날이 오면'을 편곡해 불렀다.
 
이랑 가수는 지난해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저항하는 약자들이 늑대, 마녀로 치부되는 사회 현실을 다룬 노래 '늑대가 나타났다'를 공연하려다 무산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의 요청을 받은 주최 측으로부터 곡을 바꿔 달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검열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정현 감독은 1980년대 민중문화운동과 호흡한 현실 참여 작가로 활동해 왔다. 공연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1987년) 민주화의 그날이 오면을 상상하며 만든 작품으로, 극장에서 상영되는 것은 처음이다"면서 "감독으로 불리는 것도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49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 공연. 애니메이션 단편 <그날이 오면>을 만든 최정현 감독(왼쪽), 이랑 가수(오른쪽).

49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 공연. 애니메이션 단편 <그날이 오면>을 만든 최정현 감독(왼쪽), 이랑 가수(오른쪽). ⓒ 성하훈

 
사회자인 권해효 배우는 "상금이 지난해 9600만 원에 비해 400만 원 증가해 1억 원이 됐다"고 강조하면서도 내년 예산이 크게 줄어들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내년에 줄어들면 다음에 또 늘리면 될 것이다"라고 담담하게 말했으나, 독립영화 지원을 줄이는 정부 정책에 대한 독립영화인들의 우려와 반감은 개막식 과정에서 여러 형태로 엿볼 수 있었다.
 
김동현 집행위워장은 올해 영화제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지역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로컬시네마의 부문의 경우 지난해는 61편의 작품 중 8편(2섹션)의 작품을 선정했으나 올해는 총 262편을 대상으로 총 13편을 선정했다"며 지역영화의 약진을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지역영화 예산 자체를 아예 없애버렸다.
 
최근에는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지적한 문제로 일부 영진위원들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영화계는 이를 정치적인 이유로 평가하면서 현 정권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9일 동안 장·단편 130편 상영
 
 49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신생대의 삶> 상영에 앞서 인사하고 있는 임정환 감독과 배우들.

49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신생대의 삶> 상영에 앞서 인사하고 있는 임정환 감독과 배우들. ⓒ 성하훈

 
한편 49회 서울독립영화제는 1374편의 출품작 중에서 엄선된 총 130편(단편 87편, 장편 43편)이 상영된다. 개막작인 임정환 감독 <신생대의 삶>을 시작으로 장편경쟁에는 올해 부산영화제 수상작인 <해야 할 일> <지난 여름> <딸에 대하여> 등 노동, 돌봄, 장애, 퀴어 등 동시대 가장 첨예한 의제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 13편이 관객과 만난다. 

페스티벌 초이스 장편부문에서는 중국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장률 감독의 신작과 올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선보인 안선경 감독과 한제이 감독의 신작, 그리고 기대를 모았던 임선애 감독의 신작까지 총 16편의 장편을 상영한다. 한국독립영화 창작자들이 해외에서 촬영하거나 협업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음을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획전인 독립영화 아카이브전은 초기 독립애니메이션 작품을 모았다. 1980년대 대학가와 단체에서 전설처럼 회자되던 최정현 작가의 <방충망>(1983), <상흔>(1984), <그날이 오면>(1987) 등은 경찰이 상주하던 대학가의 풍경, 신군부 통치하에 사회상,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이후 민주화의 열망을 필름에 새겼다.
 
1990년대 독립애니메이션 운동에 큰 영향을 끼친 이용배 감독 <와불>(1991), 서울단편영화제에 입상하며 창작자와 관객에게 신선한 감명을 주었던 이현주 감독 <오래된 꿈>(1994),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재훈 감독이 참여한 <히치콕의 어떤 하루>(1998)까지 총 6편을 만나볼 수 있다.
 
11월 30일 막을 올린 서울독립영화제는 오는 12월 8일까지 9일간 CGV압구정에서 개최된다.
서울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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