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행

대전충청

포토뉴스

국립생태원 정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새싹'을 상징하는 조형물. 생명력의 핵심인 '폐', '심장'을 모티브로 삼아 구상되었다고 한다. ⓒ 성낙선

국립생태원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2013년 3월에 임시개관해, 그해 12월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개원을 한 지 꼬박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 정도 긴 시간이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다녀갈 만한 사람은 다 다녀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충남 서천에 국립생태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국립생태원은 생태 연구와 전시를 목적으로 하는 국내 최대 생태 전시관이다. 요즘 흔히 보는 전시관 중에 하나가 생태 전시관이다. 생태가 중요한 세상에 살다 보니, 주변에서 '생태'라는 이름이 붙은 전시관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다. 그런 전시관들로 조류생태전시관, 해양생태전시관, 곤충생태전시관 등이 대표적이다.

국립생태원은 '국립'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전시관답게 그 생태 전시관들과는 다른 위상을 갖고 있다. 먼저 규모가 다른 전시관들을 압도한다. 그 넓이가 축구장 90여 개를 합쳐놓은 것과 같다고 한다. 면적이 약 2만 1000m². 그냥 크기만 큰 게 아니다. 이곳에서 보유하고 있는 동식물 수도 그만큼 많다. 현재 약 1900여 종의 식물과 230여 종의 동물이 살고 있다.
 
국립생태원 내 사슴생태원. 노루, 고라니, 산양 등이 살고 있다. 해가 질 무렵, 노루들이 오두막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 성낙선
국립생태원, 정문과 후문을 오가는 전기차. ⓒ 성낙선

생태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은 서천

식물과 동물이 한자리에 있다 보니,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곳이 어떤 정체성을 가진 전시관인지 헷갈린다. 대충 봐서는 식물원인지, 동물원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식물원인 줄 알고 갔다가, 정문 근처에서부터 산양과 노루 같은 동물들이 뛰어다니는 걸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 외에도 수달 등 많은 동물들이 눈에 띈다.

그렇게 동물원인 줄 알고 있다가, 여기저기에 나무숲과 습지가 조성돼 있는 걸 보고는 또 그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생태원 내부의 큰길을 따라서 전기차가 지나다니고, 그 길 한 켠에 아이들 놀이터가 조성돼 있는 걸 보고는 또 무슨 놀이공원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여하간 어딘가 모르게 특이해 보인다.
 
국립생태원 금구리못, 그 너머로 에코리움 건물 일부가 보인다. ⓒ 성낙선
국립생태원 내 놀이터(하다람구역). ⓒ 성낙선

국립생태원은 국내외 자연 생태계를 집약적으로 축소해 놓은 곳이라고 보면 된다. 전시물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들이 두루 포함돼 있다. 이곳에서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각지의 생태계를 폭넓게 관찰할 수 있다. 서천이 그동안 생태 관광 명소로 이름을 높일 수 있었던 데는 이곳 국립생태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립생태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구조물은 에코리움이다. 생태원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쉽게 사로잡는다. 시선만 끄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발걸음도 대부분 이곳으로 향한다. 에코리움은 겉에서 보면, 특이한 형태의 거대한 유리 온실처럼 보인다. 하지만 에코리움은 온실 이상의 기능을 한다.
 
국립생태원, 갈대밭 너머로 보이는 에코리움. ⓒ 성낙선
국립생태원 에코리움 지붕 일부. ⓒ 성낙선

에코리움 전시관들은 지구의 기후별 자연 환경을 재현해 놓은 곳이다. 온실처럼 보여서 식물원이 아닌가 싶지만, 그 기후대에 서식하는 식물은 물론이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희귀한 동물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실내에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 등 5대 기후별로 전시관을 조성했다. 각 전시관마다 그 기후대에 속해 있는 동물과 식물들을 볼 수 있다.

볼 것 많고, 할 것 많은 전시관들
 
열대관에서는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의 열대우림 속에서 열대나무와 알다브라육지거북 등을, 사막관에서는 다양한 모습의 선인장과 함께 사막여우 등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지중해관에서는 식충식물과 올리브나무와 같은 식물을, 온대관에서는 국내 자생식물과 제주도의 생태를, 극지관에서는 턱끈펭귄과 전투펭귄 등을 볼 수 있다.
 
국립생태원 사막관 풍경. ⓒ 성낙선
국립생태원 사막관, 몸을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사막여우들. ⓒ 성낙선

다른 생태 전시관들과 마찬가지로, 이곳 에코리움의 전시 방식도 대부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방문객들이 주로 아이들을 동반한 젊은 부부들이다. 아이들이 반기는 것은 역시 평소 보기 힘든 동물들이다. 긴팔원숭이나 검은꼬리프레리도그와 같이 인기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은 아이들을 비롯한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에코리움은 또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기획 전시를 제공한다. 그때 그때 계절에 맞는 생태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에코리움 주변으로는 수풀이 우거진 넓은 들과 습지 생물로 가득한 연못이 있다. 그곳에서는 자연 상태의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긴말 다 빼고 '볼 것' 많고, '할 것' 많고, '놀 것' 많은 생태 전시관으로 국립생태원을 따라갈 곳이 없다.
 
국립생태원 에코케어센터의 긴팔원숭이. 에코케어센터는 멸종위기동물을 보호하는 동물질병예방격리동이다. ⓒ 성낙선
국립생태원 에코리움 내 개원 10주년 기념 특별전, '멸종 위기 식물 탐험'. ⓒ 성낙선

국립생태원은 전시관람, 서비스, 연구교육 등 3개 구역으로 나뉜다. 그중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전시관람 구역이다. 이곳에 에코리움, 습지, 금구리못, 한반도숲, 하다람구역, 사슴생태원 등이 있다. 서비스 구역에는 주차장과 매표소 등이 있고, 연구교육 구역에는 세계 각지의 생태를 연구하고 보전하는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이곳을 여행할 때는 시간 계획이 필요하다. 전시관람 구역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국립생태원에서는 소요 시간별로 몇 개 코스를 추천한다. 코스별로 짧게는 두세 시간에서 길게는 네댓 시간 정도 걸린다.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들은 놀이터가 있는 하다람구역에서도 꽤 시간을 보내야 한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방문할 것을 권한다.

국립생태원은 기차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장항선 장항역에서 생태원 후문까지 걸어서 5분 거리다.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용산역과 장항역 사이를 오가는데, 3시간 30분에서 4시간 정도 걸린다. 국립생태원도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여러모로 한 번만 찾아갈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겨울철, 방문객 입장 마감 시간은 오후 4시, 퇴장 시간은 오후 5시다.
 
'국립생태원' 입체글자 간판. ⓒ 성낙선
태그:#국립생태원, #에코리움, #서천, #생태관광, #생태전시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