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KBO리그 신인상을 수상한 한화 투수 문동주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11.27

27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KBO리그 신인상을 수상한 한화 투수 문동주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11.27 ⓒ 연합뉴스

 
한화가 자랑하는 파이어볼러가 KIA의 좌완 선발을 제치고 신인왕에 등극했다.

한화 이글스의 우완 문동주는 27일 서울 소공동의 웨스틴 조선 그랜드홀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시상식'에서 신인왕에 선정됐다. 올 시즌 23경기에 등판해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의 성적을 올린 문동주는 총 111표 중 76.6%에 해당하는 85표를 받으며 8승 7패 ERA 4.04를 기록한 KIA타이거즈의 좌완 윤영철(15표)을 여유 있게 제치고 신인왕에 올랐다. 한화 선수의 신인왕 등극은 2006년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이후 무려 17년 만이다.

작년 한화에 입단해 28.2이닝을 던지며 신인왕 자격(입단 5년 이하 또는 30이닝 이하)을 유지한 문동주는 올해도 구단의 철저한 관리 속에 118.2이닝을 소화한 후 자체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문동주의 이닝관리를 '과보호'라고 비판한 야구 팬들도 있었지만 사실 유망주의 철저한 관리는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과연 철저한 관리 속에 신인왕까지 차지한 문동주는 야구 팬들의 기대처럼 한국야구의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을까.

2010년대 이후 더욱 중요해진 유망주의 이닝관리

휘문고의 임선동(진영고 감독)과 신일고의 고 조성민, 공주고의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특별고문) 등 '황금의 92학번' 투수 빅3는 모두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90년대 초반까지는 대형 유망주들이 대학을 거치고 프로에 진출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1992년 KBO리그에는 '투수 빅3'가 없었음에도 고졸투수 열풍이 불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염종석(동의과학대 감독)과 빙그레 이글스의 정민철(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때문이었다.

'유망주의 관리'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1990년대 초반 염종석과 정민철은 프로 입단 첫 시즌부터 쉴 틈 없이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실제로 염종석은 정규 리그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무려 235.1이닝을 소화했고 정민철 역시 정규리그 195.2이닝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에 등판해 10이닝을 던졌다(공교롭게도 염종석의 롯데와 정민철의 빙그레는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했고 롯데가 4승1패로 승리하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두 투수의 커리어는 크게 엇갈렸다.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정규리그에서만 363이닝을 던지며 27승을 기록한 염종석은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은퇴할 때까지 10승 시즌을 다시 만들지 못했다. 반면에 타고난 '고무팔'이었던 정민철은 1999년까지 4번이나 200이닝 시즌을 만드는 활약 속에 8년 연속 10승과 10번의 10승 시즌을 기록하며 KBO리그 최고의 우완투수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날렸고 통산 3위에 해당하는 161승으로 커리어를 마쳤다.

이후에도 배영수(SSG투수코치)와 류현진, 양현종(KIA), 김광현(SSG랜더스)처럼 어린 나이부터 많은 이닝을 소화했음에도 선수생활에 치명적인 악재가 된는 부상 없이 장수하는 투수들이 꾸준히 등장했다. 반면에 주형광(롯데 투수코치)과 이대진(한화 2군 감독), 1981년생 이승호(SSG투수코치),신윤호처럼 20대 초·중반 시절의 무리한 투구와 부실한 관리가 투수로서 롱런하는 데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쳤다고 평가 받는 투수들도 적지 않았다.

2010년대 이후로는 각 구단들이 유망주 투수들의 관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아무리 아마시절 큰 기대를 받고 프로에 입단하는 투수들도 1군 무대에서 곧바로 중용하는 경우가 크게 줄어든 이유다. 반대로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등 몸에 이상이 발견되면 곧바로 수술을 받으면서 루키 시즌을 날리는 유망주들이 크게 늘었다. 최소 8~9년을 활약해야 할 유망주의 미래를 위해 첫 1년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다.

'신인왕' 문동주의 풀타임 2년차 성적은?

지난 2020년 유신고 출신의 우완 소형준(kt 위즈)은 근래 등장한 유망주 투수들 중에서도 가장 '완성형'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루키 시즌부터 kt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한 소형준은 13승6패3.86으로 류현진 이후 14년 만에 순수 고졸신인 10승을 기록하며 신인왕에 선정됐다. 소형준은 3년차 시즌이었던 작년에도 171.1이닝을 소화하며 13승6패3.05의 호성적으로 고영표와 함께 kt의 토종 원투펀치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소형준은 큰 기대를 모았던 올 시즌 단 3경기 만에 팔꿈치 인대 파열 진단을 받으면서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만약 소형준이 작년 적절한 관리를 받으며 팔꿈치를 보호하고 올해도 부상 없이 작년처럼 좋은 투구를 이어갔다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수도 있다. 물론 아직 소형준은 만 22세의 젊은 선수지만 승승장구하던 소형준의 커리어에 한 차례 제동이 걸린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류현진 이후 이렇다 할 토종에이스를 배출하지 못하던 한화는 작년 문동주라는 초대형 유망주의 입단에 크게 설렐 수밖에 없었다. 한화 팬들은 2006년의 류현진이 그랬던 것처럼 문동주 역시 입단 첫 시즌부터 한화의 붙박이 선발로 활약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한화 구단의 생각은 달랐다. 한화는 작년 시즌 문동주의 신인왕 자격을 유지하면서 13경기 1승 3패 2홀드 ERA 5.65, 28.2이닝으로 투구이닝을 짧게 끊어줬다.

문동주는 올해도 최원호 감독의 철저한 관리 속에 118.2이닝만을 소화하고 9월 초에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아시안게임 참가 전후로 몇 경기를 더 던졌다면 프로 데뷔 첫 10승도 노려볼 수 있었지만 한화는 문동주를 무리시키지 않았다. 문동주는 대신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만과의 결승전 6이닝 무실점과 아시안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호주전 5.2이닝 2실점 호투를 통해 '한국야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자리매김 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신인왕 수상으로 2023년을 보람차게 마무리한 문동주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한화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할 전망이다. 실제로 문동주 역시 신인상을 받은 후 "내년엔 15승을 목표로 하고 싶다"는 당찬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물론 내년 시즌 한화 구단이 문동주의 투구이닝을 몇 이닝으로 제한할지는 알 수 없지만 신인왕 문동주의 2024년 활약은 야구 팬들의 최대관심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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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이글스 문동주 신인왕 이닝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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