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가 적지에서 하나원큐를 꺾고 3연승을 달리며 선두추격을 이어갔다.

김완수 감독이 이끄는 KB 스타즈는 23일 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 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2라운드 하나원큐와의 원정경기에서 71-64로 승리했다. 1쿼터부터 두 자리 수로 점수차를 벌리며 손쉬운 경기를 이어가던 KB는 2쿼터에서 2점 차로 추격을 허용하며 고전했다. 하지만 승부의 분수령이 된 3쿼터에서 19-12로 앞서면서 하나원큐의 추격을 뿌리치고 2라운드 첫 경기를 승리로 가져갔다(5승1패).

KB는 박지수가 27.27%(3/11)에 불과했던 2점슛 성공률에도 15득점 18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골밑을 지배했고 주전 5명 중 4명이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하는 고른 활약을 펼쳤다. 특히 KB는 승부처가 된 3쿼터에서 6득점 5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등 이날 12득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 1스틸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 이 선수의 활약이 돋보였다. KB에서 6시즌째 활약하며 두 번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던 KB의 맏언니이자 살림꾼 염윤아가 그 주인공이다.

조용히 코트 누비며 팀에 기여하는 살림꾼들
 
 염윤아는 15년 가까운 선수생활 동안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염윤아는 15년 가까운 선수생활 동안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농구에서는 김단비(우리은행)나 박지수, 김소니아(신한은행 에스버드)처럼 많은 득점을 통해 기록지를 풍성하게 채워줄 에이스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상대에이스를 수비하고 스크린을 통해 동료들의 슛기회를 만들어주고 때로는 공을 향해 몸을 던지는 허슬플레이를 통해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궂은 일을 전담하는 '살림꾼' 유형의 선수도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WKBL의 강 팀에는 뛰어난 살림꾼들이 존재했다.

지난 19일 은퇴식을 가지며 코트를 떠난 한채진은 WKBL을 대표하는 살림꾼이었다. 신한은행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가 2008년 금호생명 레드윙스로 이적했던 한채진은 2018-2019 시즌이 끝난 후 '친정' 신한은행으로 복귀했다. 한채진은 이미 팀 내에서 맏언니뻘이었지만 이적 후 세 시즌 연속으로 35분 내외의 출전시간을 소화하는 투혼을 발휘하며 신한은행의 살림꾼으로 맹활약했다.

현역 선수 중에는 우리은행 왕조시대의 숨은 주역 최이샘을 빼놓을 수 없다. 2012-2013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우리은행에 입단한 최이샘은 2013-2014시즌 이후 팀을 떠나 실업팀을 전전하기도 했지만 2015년 복귀 후 우리은행의 식스우먼으로 쏠쏠한 활약을 선보였다. 특히 양지희가 은퇴한 후에는 정통센터가 없는 우리은행의 주전선수로 도약하며 박지수, 진안(BNK 썸) 등 상대 장신 선수 수비를 전담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BNK에서 활약하다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하나원큐로 이적한 김시온도 화려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살림꾼 유형의 듀얼가드다. BNK는 164cm의 안혜지와 170cm의 이소희로 구성된 WKBL 최단신 가드듀오를 거느리고 있어 미스매치에 놓일 때가 많다. 이처럼 상대가 신장을 이용해 공격하며 많은 실점을 할 때는 여지없이 175cm의 김시온이 코트에 들어와 신장의 핸디캡을 극복하며 경기분위기를 바꾸곤 했다.

코트에서 궂은 일 책임지는 KB의 맏언니
 
 염윤아는 23일 하나원큐전에서 12득점8리바운드4어시스트로 이번 시즌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염윤아는 23일 하나원큐전에서 12득점8리바운드4어시스트로 이번 시즌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지난 2007년 우리은행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가 실업무대에서 뛰기도 했던 염윤아는 2009년 하나원큐의 전신 신세계 쿨캣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으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여느 2라운드 출신 신인급 선수들이 그렇듯 염윤아 역시 입단 초기에는 경기당 5분 내외의 출전시간을 소화하던 선수였다. 하지만 신세계와 하나은행에서 꿋꿋하게 버티며 생존한 염윤아는 2016-2017 시즌 경기당 29분 54초를 소화하는 주전급 선수로 도약했다.

2017-2018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염윤아는 2018년 4월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 2억 5000만 원의 조건에 '한국농구의 미래' 박지수가 있는 KB와 FA계약을 맺었다. 염윤아는 KB 이적 첫 시즌 8.9득점 5.2리바운드 3.5어시스트 1.9스틸의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KB의 프로 출범 후 첫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비록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상대 슈터를 수비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에 헌신하며 팀 기여도가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염윤아는 이후 두 시즌 동안 잔부상으로 출전경기수와 출전시간이 점점 줄어들었고 급기야 KB가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던 2021-2022 시즌에는 김민정과 최희진 등에 밀려 16경기 출전에 그쳤다. 염윤아는 KB가 5위로 떨어지며 부진했던 2022-2023 시즌에도 고질적인 발목부상으로 18경기 출전에 그치며 6.6득점4.6리바운드 1.4어시스트 1.1스틸의 성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도 염윤아는 4경기에서 평균 16분 50초 출전에 그치며 KB의 주요선수에서 밀려나 있다. 하지만 염윤아는 한정된 기회에도 코트에 들어갈 때마다 팀의 맏언니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23일 하나원큐와의 경기가 대표적이었다. KB가 3연승을 달린 최근 3경기에서 연속으로 선발 출전하고 있는 염윤아는 시즌 개막 후 가장 많은 22분 2초를 소화하며 12득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 1스틸로 KB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한채진이 은퇴하면서 1987년생 염윤아는 어느덧 김정은(하나원큐), 이경은(신한은행)과 함께 김한별(BNK, 1986년생)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선수가 됐다. 사실 언제 현역은퇴를 이야기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나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염윤아는 여전히 코트에서 가장 궂은 일을 담당하며 팀에 헌신하고 있다. 그것이 화려한 플레이와는 거리가 먼 염윤아가 지난 15년 가까이 프로무대를 누빌 수 있었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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