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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수 예산경찰서장, 장명운, 조성원, 정정진씨, 이대열 이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신광수 예산경찰서장, 장명운, 조성원, 정정진씨, 이대열 이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 <무한정보> 최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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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 만에 '삽교면 사건'의 유족들이 국가기관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

예산경찰서 신광수 서장은 16일 당시 희생된 금홍, 장산원, 정봉산(봉남은 호적에 올린 이름)의 유족들을 만나 사과했다. 신 서장은 이날 삽교읍 송산리 마을회관을 찾아 금홍의 외손자 조성원, 장산원의 동생 장명운, 정봉산의 손자 정정진씨에게 사과와 함께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신 서장은 "국가에서 잘못했으면 그 당시에 사과를 빨리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늦게 사과를 드리게 됐다"며 "진실이라고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밝혀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10년 6월 15일 발간한 '충남지역 부역혐의 민간인 희생사건 당진군·홍성군·서산군(2)·예산군 진실규명결정서'에 따르면 '삽교면 사건'은 대한청년회 중심의 우익들이 복흥대(치안대)를 구성하고 대대적인 연행, 구금 그리고 살해 행위를 한 사건을 말한다.

1950년 10월 1일부터 11월 초까지 복흥대의 활동으로 많은 사람이 부역 혐의를 받아 세상을 떠났고, 과거사위원회에서는 몇 명이 희생됐는지 그 수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복흥대는 신가리 꽃산, 두루머리 공동묘지, 목리 수랑뜰, 삽교 방아다리 등에서 집단학살을 했으며, 그 중 24명의 명단에 금홍, 장산원, 정봉산의 신원이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유족들은 사과를 받아들이면서도 오랜 세월, 연좌제 등으로 고통받았던 과거를 떠올렸다.

삽교읍지에 따르면 금홍은 삽교읍 두리에 거주하며 항일운동의 일환인 야학 활동을 했으나, 해방 뒤 친일경찰이 인민위원회 자리를 꿰차면서 결국 구속됐다. 그러다 전쟁 중에 집단학살의 희생양이 됐다. 

외손자 조성원씨는 "당시 금홍 할아버지는 야학을 운영하는 등 삽교에서 알아주는 지식인이었다. 동네 어르신들께서 외할아버님이 훌륭한 분이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유골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어릴 적 어머니(금홍의 딸 금동예, 삽교읍지에는 시대 상황상 가명인 금순옥씨로 기록돼 있다) 본적지인 고덕에 갈 때도 무서워서 가보지도 못할 정도로 치를 떨어, 내가 직접 가 호적 초본을 떼 왔다"라며 노모의 아픔을 전했다. 금동예씨는 소송을 걸며 지난 세월의 한을 풀어보려 했지만, 결국 사과를 받지 못하고 작년에 눈을 감았다.

정봉산의 손자인 정정진씨도 "한국전쟁 당시 고통으로 할머니가 '순사'라면 벌벌 떨었다. 순사라면 등을 돌리고 보기도 싫어했다"고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할머니는 한국전쟁 당시 6남매 중 형제 둘을 잃었다. 그때 할머니 나이 스물아홉이었다.

형님인 장산원씨가 끌려가는 것을 본 증인인 동생 장명운옹은 회한이 더 깊다. 직접 희생자를 봤기 때문이다. 당시 장옹은 당시 17살이고, 20대였던 형을 믿고 좋아했다. 그는 "그때는 따질 것도 없이 무조건 데려다 다 총살하기가 쉬웠다. 그때 형은 대한청년회 단장으로 훈련을 가르쳤다. 하지만 공산주의자로 몰렸다"고 말했다. 당시 형은 지서로 끌려간 뒤 수암산 인근 골짜기에서 시신을 찾았다.

삽교 송산리 이장을 맡고 있는 이대열씨는 과거사위원회부터 대법원(2014년) 판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했다. 삽교 송산리 이장을 맡고 있는 이대열 씨는 과거사위원회부터 대법원(2014년) 판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했다. 사실 이 이장의 할아버지 사촌들이 좌우로 나뉘어 희생됐다. 그래서 양 측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삽교 송산리 주민 26명이 죽었고, 광시 장전리 35명, 대흥 손지리 43명, 신양 귀곡리 38명, 대술 마전리 31명 등이 한국전쟁 당시 부역 혐의로 죽었다고 추정된다"라며 "위령탑을 세워, 그들의 영혼은 물론 살아 있는 유족들의 마음도 위로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민간인학살,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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