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준이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른 서울 SK 나이츠가 승리까지 거머쥐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11월 18일 수원의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2라운드 경기에서 SK는 수원 KT 소닉붐을 102-87로 완파했다. 지난 16일 대구 한국가스공사(76-74)전에 이어 2연승을 거둔 SK는 6승 4패로 공동 3위로 올라섰다.
 
이날 경기는 안영준의 복귀전이기도 했다. 상근예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 16일 전역한 안영준은 경기감각에 대한 우려를 무색케하듯 32분 35초를 소화하며 16점에 3점슛 4개, 2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 1블록슛을 더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접전이 이어지던 2쿼터 연속 2개의 3점슛과 후반 상대 추격에 찬물을 끼얹는 돌파 득점 등 중요한 고비에서의 활약이 돋보였다.
 
역시 이날 복귀전을 치른 KT의 허훈도 26점 4어시스트를 올리며 개인활약에서는 뒤지지 않았지만, 경기는 팀을 승리로 이끈 안영준의 판정승이었다. KT는 국가대표 허훈과 문성곤이 복귀했으나, 1라운드 팀내 MVP급 활약을 펼쳤던 토종빅맨 하윤기의 부상공백이 더 두드러졌다. SK는 하윤기가 없는 KT를 리바운드 싸움에서 44-26으로 압도했고 공격리바운드만 17개(KT 5개)나 잡아내며 골밑에서 우위를 점했다.
 
안영준 '성공적 복귀', SK 고민 해결할까

안영준의 복귀전은 SK의 고민이던 팀의 공수 밸런스와 에너지 레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SK가 1라운드까지 자밀 워니에게 의존하는 농구를 펼쳤다면 KT전은 모처럼 여러 선수들이 고르게 폭발했다. 특히 후반전은 올시즌 SK 최고의 경기력이라고 할 만했다.
 
SK는 이날 5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고 이 중 3명이 20점을 넘겼다. 한 경기에서 같은 팀에 더블-더블(득점-리바운드)을 달성한 선수도 3명이나 나오는 진기록을 세웠다. 워니가 26점 14리바운드, 허일영이 20점 3점슛 4개(4/5)를 터트렸으며, 김선형이 10점 11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했다.
 
특히 오세근이 SK 이적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과 더블-더블을 달성했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1라운드까지 5.3점, 5리바운드 야투율 32.4%라는 커리어 로우를 기록하며 우려를 자아냈던 오세근은 KT전에서는 하윤기가 빠진 공백을 활용하여 골밑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세근은 경기의 절반(21분 51초) 정도만 뛰고도 20점 11리바운드(야투 9/15, 3점슛 1/3)을 기록하며 모처럼 이름값을 해냈다. 득점과 리바운드 모두 올시즌 오세근의 최다 기록이다.
 
SK는 워니-김선형-오세근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라인업을 구축하며 유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었다. 하지만 워니가 개막 4경기 만에 부상을 당하면서 주춤했고 오세근이 컨디션 난조로 초반 새 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1라운드는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일 창원 LG전(50-69) 19점 차, 12일 원주 DB전(76-106) 30점 차 대패 등 역대급 졸전이 속출하기도했다. 그나마 워니의 활약으로 1라운드는 간신히 5할승률을 지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

SK의 불안요소는 '노인즈'라고 불릴 정도로 주전 선수들의 연령대가 높다보니 체력과 공수전환의 템포를 꾸준히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약점이었다. 그래서 전희철 감독은 안영준의 복귀를 더욱 손꼽아 기다려왔다.
 
다재다능한 안영준은 올시즌 SK의 '마지막 퍼즐'같은 존재였다. 우수한 신체능력을 활용한 돌파, 속공, 리바운드, 대인 수비력을 두루 갖춘 안영준이 코트에 있으면 함께 뛰는 동료들의 약점을 상당 부분 보완해주는 효과가 있다. SK가 FA로 떠난 최준용(부산 KCC)이라는 MVP급 포워드를 과감히게 포기할 수 있었던 것도 안영준의 존재 덕분이었다.
 
실제로 KT전에서 안영준이 가세하면서 공격 옵션이 더 다양해진 SK는 허일영과 오세근이 마음놓고 슈팅을 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 데다, 스피드가 살아나며 속공으로 쉬운 득점을 대거 올릴 수 있었다. 또한 안영준은 후반에는 수비에서 허훈의 마크맨으로 나서면서 KT의 득점을 억제하는 데도 크게 공헌했다. 군복무로 인한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체력과 경기감각에 문제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영준이 얼마나 프로답게 자기관리를 잘해왔는지를 보여줬다.
 
전반에는 손발이 맞지 않아 턴오버가 많았던 SK지만 후반 들어 속공과 수비가 살아나며 55-40으로 KT를 압도할수 있었다. 전희철 감독도 "확실히 '안영준 효과'가 있다. 안영준과 허일영이 외곽에서 같이 터지면 골밑 수비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 공수에서 정말 도움이 많이 도는 선수"라고 인정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때마침 안영준의 복귀와 더불어 지옥의 원정 10연전 일정을 드디어 마감하고 홈경기가 늘어난다는 것도 SK에겐 호재다. SK는 20일 서울 삼성전을 시작으로 다음달 3일까지 6경기 중 5경기가 홈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다.
 
이 중에서도 현재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는 원주 DB(24일)와의 빅매치-'최준용 더비'로 불리우는 부산 KCC(12월 2일)과의 시즌 첫 맞대결 등은 SK의 선두권 진입을 위한 분수령이 될 빅매치다. 안영준이라는 날개를 얻은 SK가 2라운드에서는 이름값에 걸맞는 경기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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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준 서울SK 오세근 KBL 프로농구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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