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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전북지역 유가족 1년의 기억이 담긴 구술기록집 <너를 보낸 이태원, 우리가 만난 풍남문〉 제작을 위한 펀딩이 진행 중입니다. 전북 가족들의 목소리가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구술집 일부 내용을 온라인으로도 연재합니다.[기자말]
언니들한테도 자꾸 얘기해줘요. 방에만 계시지 말고 뭐라도 하시라고요. 그 힘듦이 보이니까요. 몇 개월간은 엄마들이 다 똑같아요. 잘 먹지도 않고 매일 약으로 주무셔야 하고. 없던 병이 생기고. 그런데 병원을 안 가세요. 몸을 혹사해요. 잘 먹는 것도 미안하고 잘 자는 것도 미안하고 환히 웃고 있는 것도 미안하고. 부모들은 아이들 앞에 죄인이거든요.

집에 가면 또 힘들어요. 아이가 없는 방도 가야 하고, 쓰지 않는 아이 물건도 봐야 하고요. 똑같아요, 처음하고. 그렇지만 같이 힘을 낼 수 있는, 손잡을 수 있는 가족들이 생겼잖아요. 그래서 더 단단해지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지현이한테 얘기해요. 그래도 엄마가 지금 잘 먹어야 이길 수 있고 더 씩씩해져야 굳건하게 이길 수 있다고, 그런 마음으로 항상 얘기해요.
 
전주경기전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유가족과 시민들의 모습.
 전주경기전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유가족과 시민들의 모습.
ⓒ 구파란(전북평화와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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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정신없게 보내려고 노력은 해요. 침대 속에 누워 있으면 계속 눈물만 나거든요. 그러니까 아침에 눈 뜨면 무조건 그냥 나와요. 침대로 안 들어가. 그렇게 계속 마음을 먹어요. 그리고 운동 갔다 오고, 못 가는 날은 집에서 그냥 계속 뭐라도 하려고 하고요. 애들이 방학 동안에 집에 와 있었잖아요. 그래서 애기도 먹여야 하고, 애기 아빠는 계속 일하니까 먹어야 하고요.

아이들 앞에서는 울 수 없어요. 그 아이들도 큰언니, 큰누나가 그렇게 된 슬픔 다 알고 있지만, 그런다고 제가 방구석에 들어가서 매일 울 수는 없잖아요. 엄마 노릇을 해야 하잖아요. 지현이 동생들이 엄마의 힘든 모습을 계속 보고 있으니까 너무 힘들고요. 그래서 억지로라도 기운을 내고 살아가고 있죠. 애들 앞에서 씩씩하게 보이려고 하고요.

제가 어떻게 된다고 한들 이 세상이 알아주겠어요? 부모들이 다 날뛰면서 매일 걷고 소리 지르고 얘기를 해도 알아주지 않는 이런 세상인데. 그래서 좀 더 단단해지고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짧은 싸움이 아니잖아요. 긴 싸움이잖아. 지금은 눈물보다도 풀어야 하는 숙제가 생겼잖아요. 해결되지 않는 숙제를 열심히 해야 되기 때문에 서로 손 잡고, 힘을 내게끔 응원을 해주죠.

계속 밑으로 내려가는 엄마들도 많거든요? 마음이 같이 아파. 인사할 때 안아주면서 그래요. 어머니 잘 드시라고, 애기 위해서 건강해야 한다고. 그러면 또 서로 '우리 잘 먹고 봅시다' 하고 또 헤어져요.

같이 나와서 손잡으시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지금은 엄마들이 다 그래요. 시월이 오는 게 너무 두렵다, 너무 무섭다. 오늘 오다 보니까 가로수길에 나무가 색깔이 하나씩 바뀌었더라고요. 가을이 오는 게 너무 무서워요. 너무 힘들 것 같고, 아플 것 같고요. 그래서 빨리 활동을 또다시 만들라고 해요. 엄마들이 할 수 있는, 소리 지를 수 있는 이런 활동을 해달라고요.

삼보일배. 그게 기억에 남죠. 저는 이틀 차에 가서 했는데 서울에 비가 엄청 왔어요. 처음에는 좀 담담하게 씩씩하게 참여하려고 했는데, 빗방울 튀는 아스팔트 위에 얼굴을 대니까 감정이 다 쏟아져 나오더라고요. 왜 힘든 우리 가족들이 이런 것까지 해서 알려야 하나. 왜 이렇게 몸도 정신적으로도 다 힘든 우리 부모님들이 육체적인 것까지 힘들게 해야 하나. 화도 너무 많이 나고요.

그런데 또 간절하게 빌게 돼요. 제발 억울하게 간 우리 아이들 명예 회복 필요하고, 다시 철저히 조사해가지고 그날 그 상황을 만든 나쁜 사람들 벌도 받아야 하고. 그럼 뭐라도 할 테니 제발 법 제정해야 한다고, 제발 좀 해주라고. 제발 해서 하늘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정말 환하게 웃고 있으면 좋겠다고. 절하면서 계속 그랬어요.

아마 엄마들은 아이를 낳는 그 순간 그 느낌 다 기억을 할 거예요. 지현이 처음 태어났을 때, 한 발 걸을 때, 엄마라고 부를 때, 밥을 처음 먹었을 때. 그런 게 계속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그 간절함에 또 절을 하게 돼요. 엄마로서 뭐라도 할 테니 제발 이거 좀 이루어지게 해달라고요.

안 힘들어요. 안 힘들고 에너지가 생긴다고 해야 하나? 일정이 짜이면 가고 싶어요. 힘낼 수 있는 가족들이 있고, 가서 제 가슴에 쌓였던 걸 풀잖아요. 조금 해소가 돼요. 지현이를 위해서 그래도 뭔가 한다는 거, 우리 애기 이름으로 뭐라도 한다는 거. 소리라도 한번 질러보고 제발 좀 봐달라고, 알아달라고 얘기하는 거. 아직 해결되는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으니까. 희망적인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러면서 서로 엄마들끼리 좀 힘을 좀 더 내는 것 같아요. 유가족협의회 활동을 안 했다면, 이렇게 나오지 않았더라면 혼자 가슴에 응어리를 품고 살겠죠. 있는 아이들 잘 키우고. 그렇지만 화병은 많이 더 생겼을 것 같아요. 그래서 뿌리치고 나오길 잘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못 나오고 계시는 부모님들이 지금 많이 있잖아요. 알려주고 싶어요. 나오시라고. 혼자 고통을 감내하지 마시고 같이 나와서 손잡으시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따뜻하게 잡고 싶어요. 저도 더 이상 아파하지 않고 이겨내려고 노력을 하고 있잖아요. 그분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하나하나씩 이겨냈으면. 저는 제 방식을 찾거든요? 못 찾는 엄마들이 많이 있어요. 제가 억지로 끌고 같이 할 수는 없고, 얘기는 해줘요. 했으면 좋겠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전주합동분향소 앞에 모여 앉아 촛불을 든 시민들의 모습.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전주합동분향소 앞에 모여 앉아 촛불을 든 시민들의 모습.
ⓒ 구파란(전북평화와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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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힘으로는 안 되잖아요

집회하면 경찰 기동대들이 엄청 나와 있어요. 행여 자기네들 어떻게 될까 봐. 이번에 삼보일배 할 때 시민분들이 엄청 많이 나왔어요. 집회 신고를 백 명 정도라고 했는데 훨씬 많으니까 경찰들이 길을 막더라고요. 스무 명은 빠지라 이거예요. 한 20분간인가 그 자리에 서 있었거든요? 그런 거 보고 진짜 화났어요. 나중에 변호사님이랑 시민대책회의 분들이랑 해서 어떻게 해결 봐가지고 집회하긴 했는데 너무 어이없더라고요. 정말 황당하더라고요.

집에 오면 또 힘들어요. 기차 안에서 내려올 때 되게 힘들어요. 그 감정을 뭐라고 해야 하나? 허해. 일정 짜여서 올라가면 '이렇게라도 해보자, 이렇게라도 해야지' 하고 힘을 내서 하거든요? 했는데 뉴스 보도 안 나왔대요. 부모님들이 정말 애쓰고 활동 진짜 많이 하시는데. 그런 거 보면 너무 마음 아프고 가슴이 짠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대상자가 없이 하는 싸움 같아요. 벽보고 싸운다는 기분이 들어요. 가슴 아픈 사람이 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상처받은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왜 바라봐 주지 못하나, 정말 이상한 사람들 같아요. 저번에 추모회 때 발언을 했는데, 제가 그랬어요. 얘네들 우물 안 개구리들 같다고. 그 우물 속에서 자기들끼리만 사는 것 같다고. 세상 밖을 쳐다보지 않는다고. 딱 그런 것 같아요. 국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아무 관심도 없고요. 그 우물을 깨고 싶어요. 나와서 좀 보라고. 절대 보지 않으려고 담을 쌓고 있잖아요. 듣지도 않고, 보지도 않고, 느끼지도 않고.

그런데 세상이 서로 다 나는 잘못 없다고 등 돌리고 있으니까 더 화가 많이 나요. 어떻게 사람들이 저럴 수 있을까?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도덕책에서 많이 배우잖아요. 조금만 밀어서 넘어져도 가서 "미안해, 괜찮니?" 이렇게 해야 된다고 배우잖아요. 그런데 배웠다는 사람들이 저러고 있으니까 더 화나요. 국민들이 한 표 한 표 뽑아준 사람들인데, 왜 저 사람들이 우리의 감정을 모를까? 이런 아픔을 왜 모를까? 어떻게 해야 알 수 있을까? 나 혼자 힘으로는 안 되잖아요. 미흡하지만 조금이라도 같이 활동을 해줘야 누구 하나 더 목소리를 들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자꾸 나가게 돼요.

경기도권에 있는 부모님들처럼 매일매일 열심히 투쟁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기 안에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하려고 노력해요. 나 한 사람이라도 동참해서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안 되잖아요. 세상이 이러니까 바꿔야 하잖아요. 그래야 우리 아이의 일도 해결이 되잖아요. 싸우게 되죠. 열심히, 선두에 서서. 정권이 바뀌고 또 문제가 일어나도 아마 우리는 싸울 거예요.

★ 10.29 이태원 참사 전북지역 유가족 구술기록집 <너를 보낸 이태원, 우리가 만난 풍남문>에서 더 이어질 정미라 님의 목소리를 들어 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전북지역 유가족 구술기록집 모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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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평화와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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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내용은 10.29 이태원 참사 전북지역 유가족 구술기록집 <너를 보낸 이태원, 우리가 만난 풍남문> 원고 중 일부입니다.


태그:#시민기자, #1029이태원참사, #구술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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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평화와인권연대는 1994년 12월 10일, 단체 설립과 함께 인권소식 ‘평화와인권’을 창간하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차별 없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을 지향하는 전북지역의 인권운동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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