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1년 전,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이라며 전임 정부를 비판했던 것과 닮은 내용은 없었다. 1년 전, 텅 비어 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자리도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악수를 건넸다. 1년 전과 사뭇 달라진 두 번째 예산안 시정연설 풍경이다.

윤 대통령은 31일 국회에서 "세계 경제의 침체에 따라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둔화되고, 서민 취약계층 중심으로 민생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며 "이에 정부는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가운데 경기회복과 민생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물가와 민생 안정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총력 대응하겠다"며 "아울러 서민 금융 공급 확대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완화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3대 개혁 성과·민생 지원 강조... "지출 구조조정으로 약자 두텁게"

윤 대통령은 '3대 개혁'의 현황도 언급했다. 그는 연금개혁의 경우 "최고 전문가들과 80여 차례 회의를 통해 과학적 근거를 축적했으며 24번의 계층별 심층 인터뷰를 통해 국민 의견을 경청하고 여론조사도 꼼꼼하게 실시했다"며 "국회가 초당적 논의를 통해 연금개혁 방안을 법률로 확정할 때까지 적극 참여하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노동개혁과 관련해선 양대 노총의 회계 공시 결정을 "늦었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반겼다. 

'카르텔(담합)'이란 표현은 교육개혁을 언급하며 한 번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수십 년 간 공고하게 유지돼 온 사교육 카르텔을 근절하고 공정 입시를 실현해 누구나 공평하게 꿈을 이룰 수 있는 교육시스템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우리 교육이 획일화된 틀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개방적이며 공정한 시스템을 통해 자녀들을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키울 수 있도록 교육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는 건전재정"이라며 "건전재정은 단순하게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없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건전재정 기조를 '옳은 방향'이라고 호평했다"며 "2024년 총지출은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 증가하도록 편성,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라고 적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라고 적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정부는 이를 위해 총 23조 원의 지출을 '삭감'이 아닌 '구조조정'했다고 표현한다. 윤 대통령은 "모든 재정사업을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해 예산 항목의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지출, 불요불급하거나 부정지출이 확인된 부분을 꼼꼼하게 찾아내어 지출 조정을 했다"며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국방, 법치, 교육, 보건 등 국가 본질 기능 강화와 약자 보호,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더 투입할 것이다.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논란이 끊이질 않는 R&D 예산 삭감 역시 "향후 계속 지원 분야를 발굴하여 지원 규모를 늘릴 것이지만, 일단 이번에 지출 구조조정을 해서 마련된 3조 4000억 원은 약 300만 명의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데 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R&D 예산은 2019년부터 3년간 20조 원 수준에서 30조 원까지 양적으로는 대폭 증가했으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서는 질적인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국가 R&D예산은 민간과 시장에서 연구·개발·투자를 하기 어려운 기초 원천기술과 차세대기술 역량을 키우는 데 써야 하는 것"이라며 "첨단 AI 디지털, 바이오, 양자, 우주, 차세대 원자력 등에 대한 R&D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또 "원천기술, 차세대기술, 최첨단 선도 분야에 대한 국가 재정 R&D는 앞으로도 계속 발굴, 확대해 미래 성장 동력을 이끌겠다"며 "고용불안 등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세심하고 꼼꼼하게 챙기고 보완책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고유가, 고금리, 고물가로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이 차질 없이 집행되어 민생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그는 "정부는 국회에서 요청하는 관련 자료와 설명을 성실하게 제공하고 심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재정법, 보조금관리법, 산업은행법, 우주항공청법 등 민생경제법안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과 협조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단히 감사"... 이재명 손잡은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서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서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지금 우리가 처한 글로벌 경제 불안과 안보 위협은 우리에게 거국적,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면한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두 국민과 함께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약의 역사를 만들어갑시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원고에 없던 '대단히'란 표현을 추가, 약 27분 간의 연설을 마친 그는 본회의장 곳곳을 다니며 연설 시작 전 인사하지 못한 여야 의원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았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피눈물 난다, 서민 부채 감면'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서 있었다. 차례로 인사를 마친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도열한 가운데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고 회의장 밖으로 나가기 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마지막으로 악수했다. 

한편 본회의장에서 대통령 시정연설이나 교섭단체 대표 연설 때 고성·야유를 보내지 않고, 본회의나 상임위에서도 푯말을 들지 말자는 '신사협정'을 받아들였던 민주당은 시정연설 전 로텐더홀에서 국정기조 전환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윤영덕 대변인은 앞서 열린 의원총회 후 취재진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대통령께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며 여야 합의를 고려, 회의장 밖에서 침묵 피켓시위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도착하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윤 대통령 도착, 피켓 든 민주당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도착하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전문] 윤 대통령 "내년 예산서 23조 원 지출 구조조정, 사회적 약자 더 지원" https://omn.kr/2689e

태그:#윤석열, #2024년예산, #국회시정연설, #이재명
댓글3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