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가을 정취를 느끼기 위해 청남대를 찾았던 시민들이 최악의 차량정체로 분노했다.
평소 15분이면 가던 문의사거리에서 청남대까지 구간을 이동하는데 3시간이 넘게 걸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편도 1차선 구간으로 회차도 힘들었다.
청남대를 찾은 방문객들은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도 없고, 혼잡을 알려주는 안내 문자도 없어 상황은 더 심각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예견된 정체
지난 29일 충북 청주시 문의면에 위치한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는 가을 정취를 느끼려는 시민들이 대거 몰렸다. 많은 시민이 몰리면서 청남대 가는 길은 입구부터 극심한 정체를 보였다.
<충북인뉴스> 취재진이 청남대로부터 9㎞ 정도 떨어진 문의사거리에 도착한 시각은 이날 오후 12시 40분. 청남대로 진입하려 좌회전을 기다리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러나 신호를 받아도 청남대 방향으로 가는 차량은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2시간이 지난 오후 2시 40분, 도착한 곳은 겨우 청남대 입구 3㎞ 지점이었다. 오후 3시 50분이 되어서야 청남대 입구에 도착했다. 평소 15분 정도 걸리던 거리임을 감안하면 10배 이상 걸린 셈이다.
문의사거리에서 청남대까지 가는 10㎞ 구간은 편도 1차선 외길이다. 상수원 보호구역이어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도 없다. 과자, 컵라면을 파는 매점 정도만 3곳 있었다.
이 구간에는 공중화장실도 전혀 없다. 3시간 가량 차량에 갇힌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생리현상을 참지 못한 일부 시민은 도로변 숲을 찾았다.
이런 상황은 이미 예견됐다. 하루 전날인 28일에도 많은 인파가 몰려 오후에는 같은 구간을 이동하는데 2~3시간이 소요됐다. 많은 시민이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교통혼잡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며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한 시민은 "정체로 청남대에 들어가기까지 2시간 30분이 걸렸다. 교통참사 수준이었다"라며 "승용차 통행 제한 대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글에 대해 김종기 청남대관리소장은 "입구부터 소요시간(2시간) 안내, 회차 안내에도 오는 분들이 많았다"며 "예전처럼 주차 예약제를 해 예약 차량 외 차량은 돌려보내고, 셔틀버스만 운행하면 편하겠지만, 그건 너무 편의주의적 생각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29일에는 경찰에 협조해 2시부터 한 시간가량 차량 진입을 통제했다"고 말했다.
<충북인뉴스>가 확인한 결과,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정도가 되어서야 청남대 진입 7㎞ 지점인 문의면 괴곡 3거리에서 진입 차량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차량 3천 대에 대혼란
과거엔 지금처럼 모든 승용차가 청남대를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청남대는 사전 예약한 차량만 청남대 내부 진입을 허용했다. 예약하지 않은 방문객은 문의면에서 청남대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충북도는 개방 20주년을 맞아 예약제를 전면 폐지하고, 관람객이 차량을 갖고 청남대로 바로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도는 부족한 주차 공간을 확장했다. 기존 665면의 주차 공간을 두 배 늘려 1304면을 확보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도로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박종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문의에서 청남대로 가는 도로는 편도 1차선으로, 그 구간이 10㎞에 달한다"며 "주차장이 많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교통량이 애당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남대 도로 여건을 감안하면 하루 2천 대~3천 대의 차량만 몰려도 정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승용차량을 제한 없이 통과시키는 것 자체가 무리한 발상이었다"고 주장했다.
28일, 청남대를 방문한 시민은 1만 3천여 명, 차량 진입 대수는 3천 대 정도다.
"이태원‧오송참사 생각하면 안전 중심 정책 펴야"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충북도의 '차량 사전 예약제' 폐지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선영 사무처장은 "청남대는 그동안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도로 여건상 많은 차량이 몰릴 경우 극단적인 교통 혼잡이 나타난 곳"이라며 "승용차량 진입을 제한하는 '차량 사전 예약제'는 교통량을 분산시키고, 문의면 지역 상가 주민들과 청남대 관광으로 나타난 경제적 효과를 공유하는 효과를 일으키는 좋은 정책으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 사전 예약제라는 좋은 제도가 없어지면서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모습이 더 많다는 지적을 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처장은 안전이라는 부분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청남대에서 심정지로 돌아가신 분이 있었다. 교통이 혼잡에 구급 차량이 지연됐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29일은 이태원 참사 1주기이다. 안전에 대한 문제가 더 강조되는 날"이라며 "근시안적인 정책 때문에 청남대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 수 있다.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환 지사 "규제 완화 필요"
한편 김영환 충북지사는 30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차량 정체가 이어진 원인으로 "청남대 진입로가 협소하고 주차 공간이 적은 것이 문제였다"고 밝혔다.
이어 김 지사는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청남대와 대청댐, 문의마을을 연결하는 친환경 전기동력선 운행과 보행교 건설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으나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긍정적인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관광지 청남대의 불편한 주차와 진입로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관람객 지원시설 사업을 신속히 지원하라"고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