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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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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를 지휘하는 이정섭 수원지방검찰청 2차장검사를 향한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시작은 지난 17일이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녀의 위장전입과 불법 범죄기록 조회, 검사들에게 처남이 운영하는 골프장 편의 제공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18일 민주당은 이 차장검사를 위장전입,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 차장검사는 위장전입은 인정하고 나머지 의혹은 부정했다.

23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도 김의겸 의원은 이 차장검사와 모 재벌그룹 부회장이 식사하는 사진을 공개하며 이 차장검사가 수사 대상이었던 재벌그룹 부회장에게 접대를 받고 코로나로 인해 모임이 금지된 시기에 가족과 함께 스키장을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차장검사는 해당 의혹에 대해서도 <경향신문>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부정했다.

의혹 제기에 "이재명 수사한 사람 아냐"는 대답, 무슨 상관인가

이처럼 계속되는 의혹 제기에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 차장검사에 대해 "수사와 감찰을 병행할 예정"이라면서도 "처음 보는 내용이니 바로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며 김의겸 의원의 직무 배제 요구는 거부했다.

또한 이 총장은 이 차장검사를 두고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사람이 아니라 이번 인사에서 수원지검 2차장으로 옮겨간 사람"이라며 "수사는 검사와 수사관이 하는 것이지 차장검사가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를 지휘하는 위치에 있는 차장검사는 수사를 하지 않고 검사와 수사관이 수사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에 가깝다. 22일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현재 이정섭 차장검사 산하에는 총 3개 부서, 검사 21명에 달하는 인원이 이재명 대표 관련 전담수사팀으로 있다.

또한 이 차장검사의 비위 의혹에 이재명 대표 수사를 운운하는 것은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기 때문에 야당이 이 차장검사를 향한 의혹을 제기한다는 이 총장의 심중을 드러낸다. 실제로도 이 총장은 "이정섭 차장이 수원지검 2차장으로 안 갔으면, 이 차장에 대해서 이런 의혹이 제기가 됐을까 싶다"며 대놓고 이재명 대표 수사와 이 차장검사의 의혹 제기를 연관 지었다.

야당 의원들이 제기하는 의혹인 만큼 이 총장 개인적으로는 그런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의문과 별개로 제기된 의혹들은 검찰총장으로서 명명백백히 밝혀내면 그만이다. "이재명 수사를 했건 윤석열 수사를 했건 비위검사면 쳐내는 거고 청렴한 검사는 보호해주는 간단한 문제"라는 이탄희 의원의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말 듣기 싫다면

이원석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밖에서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한다고 하는 말을 정말 듣고 싶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차장검사를 둘러싼 의혹 제기를 대하는 모습이나 "음주운전을 한 검사가 징계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견책만 받았다"는 이탄희 의원의 국감 질의에 "(혈중 알코올 농도를) 0.03%를 아주 아슬아슬하게 넘은 것"이라고 답하는 것을 보면 과연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정말로 이 총장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세간의 평가가 싫다면 잘못을 저지른 검사는 징계 규정에 따라 징계하고 의혹 제기돼 고발이 들어온 검사는 수사와 감찰을 통해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사는 차장검사가 아닌 검사와 수사관이 한다는 이 총장 말대로면 중요사건인 이재명 대표 수사에도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원석 총장은 취임사에서 법불아귀라는 구절을 얘기했다. 법은 귀한 자에겐 아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총장은 이번 국감에서도 같은 구절을 언급하며 "국회의원이면 제가 말씀드리는 '법불아귀'의 '귀'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여러분들처럼 어려운 분들이 솔직히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원석 총장에게 귀한 자는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자신을 따르는 검사들인 것만 같다. 제아무리 팔은 안으로 굽고 초록은 동색이라고 하지만 법을 다루는 이들만은 예외여야 하지 않을까.

태그:#이원석, #이정섭, #김의겸, #이탄희,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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