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은이 5일 중국 항저우 저장 궁상대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강은혜(왼쪽 첫번째) 등 선수들이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3.10.5

김보은이 5일 중국 항저우 저장 궁상대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강은혜(왼쪽 첫번째) 등 선수들이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 골키퍼 바바 아츠코의 슈퍼 세이브 앞에서 우리 선수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한국 선수들이 던진 31개의 슛 중에서 무려 17개(방어율 55%)를 놀랍게도 막아냈으니 우리 입장에서 속수무책이라는 말 그대로의 결승전이 되고 말았다. 어쩌면 이 결승전을 통해 당연한 금메달은 없다는 교훈을 뼈아프게 새긴 셈이다.

헨릭 시그넬(스웨덴)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이 5일 오후 6시(한국 시간) 중국 저장공상대 스포츠 센터에서 벌어진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핸드볼 결승전에서 일본대표팀에게 19-29(전반 8-14) 열 골 차로 완패하며 은메달을 받아들었다. 일본이 아시안게임 여자핸드볼 첫 금메달의 감격을 누린 것이다.

우리의 안일한 생각 뒤집어버린 일본 여자핸드볼

어쩌면 우리 선수들은 이 결승전보다 2024 파리 올림픽 생각이 앞섰나보다. 2022년 12월 아시아선수권대회와 2023년 8월 파리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모두 일본을 이겼기 때문에 이번 금메달도 당연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결승전 시작 후 3분 만에 우리 팀 에이스 류은희가 첫 골을 넣었으니 그 기세가 끝날 때까지 이어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일본 선수들이 결승전을 위해 이를 갈고 나온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시카와 - 아이자와 - 하토리 - 요시도메'의 연속골로 시작 후 8분 만에 4-1로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패스 속도는 물론 쉼없이 자리를 바꾸는 팀 플레이가 빛났다. 

유일하게 해외(헝가리) 클럽 Győri Audi ETO KC 소속으로 뛰는 세계적인 라이트백 류은희가 우리 팀 에이스로 서 있었지만 소용 없었다. 5분 40초에 류은희가 던진 7M 스로우(페널티 슛)가 일본 골키퍼 사이토 나호에게 막히는 순간부터 한국 팀에게 먹구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 아시안게임 이전에 일본과 결정적인 고비(아시아선수권, 올림픽 예선)마다 만났을 때 어렵게 역전승을 거뒀다는 사실을 우리 선수들이 잘 기억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결승전은 우리 선수들이 역전의 기회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전반전 초반 3골 차로 벌어지기 시작한 두 팀의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 갔다. 전반전 끝날 때 점수판이 8-14 무려 여섯 골 차이가 된 것이다. 

이에 헨릭 시그넬 우리 대표팀 감독은 전반전에 이미 두 번의 작전 시간을 요청해야 했다. 후반전이 이어졌지만 우리 선수들은 따라붙을 방법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잦은 실수를 저질러 턴 오버(공격권 넘겨주기) 횟수를 점점 늘려놓았다. 후반전 중반 결정적인 패스 미스로 결승전 13번째 턴 오버를 기록한 우리 선수들은 47분 32초에 오카다 아야메에게 쉬운 골을 내주며 12-22 열 골 차로 밀려난 것이다.

따라붙어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엠티 골 전술을 쓰다가 선수 교체 위반을 지적당하며 강은혜가 2분 퇴장(46분 13초)까지 당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 사이 일본 선수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속공 전술과 날개 공격을 효율적으로 섞어가며 오랫동안 아시아 최강이라 자부하던 한국 선수들을 주저앉혔다. 58분 17초 오자키 카나의 완벽한 스카이 골로 점수판을 17-29 열 두 골 차로 만들어냈으니 남은 시간은 금메달을 즐길 시간이었다. 

이후 한국은 김보은과 신은주의 연속골이 나왔지만 크게 벌어진 점수판을 좁히기에는 뒷심이 모자랐다. 아시안게임 역사상 여덟 번째 금메달을 당연히 받아들 것이라 생각했던 우리 선수들의 기대감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졌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4강에서 패한 뒤 13년 만에 다시 일본에게 발목을 제대로 잡힌 셈이다. 인생도 그렇지만 스포츠에서 상대를 가볍게 보고 안일한 태도로 덤벼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 또 한 번 우리 앞에 놓인 것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핸드볼 결승 결과
한국 19-29 일본 (전반 8-14)

양팀 공격, 골키퍼 세이브 기록
한국 : 류은희 3골, 김보은 3골, 김선화 2골, 신은주 2골, 이미경 2골, 강경민 2골, 송지영 1골, 김민서 1골, 조수연 1골, 강은혜 1골, 윤예진 1골 / GK 방어율 : 정진희 30%(6/20), 박새영 24%(4/17)

일본 : 아이자와 6골, 하토리 4골, 오카다 4골, 요시도메 4골, 이시카와 4골, 사하라 2골, 카사이 2골, 단 레이나 2골, 오자키 1골 / GK 방어율 : 바바 아츠코 55%(17/31), 사이토 나호 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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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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