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포스터.?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포스터.? ⓒ CJ ENM MOVIE

 
강동원은 의외로 부침이 있는 배우다. 절대적인 인기와 인지도로 탄탄대로를 걸어왔을 것 같지만, 2010년대 중후반 원탑 주연을 맡은 영화들 몇 편이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좋지 않았다. 반면 투톱, 쓰리톱 주연의 일원으로 나온 영화들은 크게 흥행한 전력이 있다. 가끔 나오는 강동원 원탑 영화에 유독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허준호는 1980년대 데뷔 후 2000년대 후반까지 쉼 없이 달려오다가 2010년대 중반까지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이후 2010년대 하반기 복귀해 카리스마를 겸비한 다양한 캐릭터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역시 탄탄대로였을 것 같지만 나름의 부침이 있었던 것이다.

강동원과 허준호의 공통점이라 하면 의외로 부침이 있었다는 점뿐만 아니라 '영화'에 진심이라는 점이다. 다만 강동원은 오직 영화만 다작하고 허준호는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다작한다. 다른 길로 새지 않는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영화에 '미친' 사람이 함께해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을 내놓았다. 그는 김성식 감독으로 <기생충>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헤어진 결심>의 조감독을 맡았고 이 작품으로 입봉했다.

귀신을 못 보는 퇴마사가 악귀를 찾는 이유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스틸 이미지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스틸 이미지 ⓒ CJ ENM

 
천박사는 오늘도 강도령(인배)와 함께 퇴마를 해 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번다. 그 과정을 인배가 편집해 하늘천 TV에 올려 다음 타깃을 끌어온다. 그렇다, 천박사는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의사 자격증도 있지만 귀신을 믿지 않고 보지도 못하면서 퇴마를 한답시고 10년 넘게 그러고 있다. 

그런 와중에 귀신을 본다는 유경이라는 젊은 여성이 1억 원을 들고 찾아온다. 빙의된 여동생 유민의 퇴마를 의뢰한 것. 거절할 이유가 없는 천박사는 인배와 함께 유경을 따라 괴천으로 향한다. 그런데 동네가 이상하다. 으스스한 분위기에 온 동네가 상중이다. 겨우겨우 유민에게 덧씌운 악귀를 퇴치하지만 이내 더 큰 위험을 그들을 찾아온다.

알고 보니 유민에게 악귀를 덧씌운 건 법천 법사라는 악귀, 그는 유민을 이용해 유경의 귀신 보는 눈을 채가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하필 그 앞에 천박사가 나타났다. 천박사의 할아버지인 당주가 법천을 설경(악귀를 가두는 부적)에 가두고자 했다가 오히려 법천에게 당해 천박사의 동생과 함께 죽고 말았다. 천박사는 오랫동안 사기꾼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법천을 찾았고 드디어 찾은 것이다.

천박사는 과연 법천을 설경에 영원히 가둘 수 있을까? 결국 할아버지와 동생의 복수를 할 수 있을까? 

비주얼, 액션, 위트의 3박자

제목부터 유치찬란한 <천박사 퇴마 연구소>는 후렛샤, 김홍태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네이버에 연재했던 웹툰 <빙의>를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판타지 오컬트 코미디 영화다. 'K 히어로'의 신기원을 이룩한 <전우치>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데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주인공이 '강동원'이다. 강동원은 2015년 <검은 사제들>에서 퇴마사로 분한 바 있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강동원 유니버스'의 혼종 후속작이 아닐까 싶다.

영화는 꽤 유치한 면모가 엿보인다. 하지만 그 면모가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는데, 전체적으로 겉멋을 찾아보기 힘들고 질질 끄는 법 없이 빠르고 깔끔하게 진행되며 CGI가 대놓고 조악하기까지 하다. 즉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듦에 있어 철저한 자기인지로 오직 '대중의 대중에 의한 대중을 위한' 작업 방향을 일관성 있게 이어간 것이리라. 그래서 보는 내내 편안했다.

그 중심엔 단연 '강동원'이라는 배우와 그가 연기한 '천박사'라는 캐릭터가 있다. 40살이 훌쩍 넘었어도 여전히 만화적인 외형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독보적인 배우 강동원이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허허실실하지만 복잡한 사연과 콤플렉스까지 지니고 있는 천박사를 연기했다. 비주얼과 액션에 위트까지 3박자를 두루 겸비했다.

위기의 한국 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

<천박사 퇴마 연구소>를 보고 나니 한국 대중 상업 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캐스팅부터 장르까지 이것저것 때려 넣은 것도 모자라 미장센과 멋과 사회적 메시지까지 챙기고는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라며 선택을 관객에게 떠넘기는 그동안의 작태 혹은 공식에서 탈피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극장 개봉 영화는 이제 OTT의 수준 높고 재밌기까지 한 작품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영상 작품 외적으로도 콘텐츠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 와중에 확실한 타깃팅, 샛길로 새지 않는 일관성, 깔끔한 편집 등으로 새로운 흥행 공식을 세운 이 영화를 주목해야 하겠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는 분명 기존의 여름, 명절, 연말 등 큰 시장을 겨냥한 빅샷 작품들에 비해 제작비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손익분기점이 240만 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블록버스터는커녕 소품에 가깝다. 꽤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하지만 크나큰 위기에 봉착한 게 분명한 한국영화계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강동원 비주얼 액션 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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