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금메달까지는 이제 두 번의 승리만이 남았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 남자축구대표팀이 만리장성을 넘어 아시안게임 4강에 안착했다. 그리고 다음 상대는 우즈베키스탄이다.
 
황선홍호는 지난 10월 1일 중국과의 8강전에서 홍현석-송민규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완승했다. 홈어드밴티지와 거친 플레이를 앞세운 중국 축구를 상대로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었으나, 황선홍 감독의 과감한 로테이션과 빠른 선제골, 선수들의 침착하고 간결한 경기운영을 바탕으로 큰 위기나 전력누수없이 낙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지난 6월 항저우 원정으로 치른 중국과의 친선 2연전 경험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당시 황선홍호는 중국의 거친 플레이로 부상자가 속출하며 결과도 1승 1패에 그쳤다. 대한축구협회와 황선홍 감독은 무리한 중국과의 평가전을 강행한 데 대하여 여론이 악화되자 사과까지 해야했다. 하지만 중국을 아시안게임 8강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서 당시의 아픈 경험은 선수단이 중국의 스타일과 홈 텃세를 미리 파악하고 철저히 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황 감독이 중국전에선 핵심 멤버로 꼽히는 이강인과 정우영, 엄원상을 선발에서 제외하고 후반에 투입한 판단도 적중했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여 후반에 전력을 투입하려는 승부수였지만, 결과적으론 이들 없이도 전반에 두 골을 터뜨리며 중국을 완벽하게 압도했고, 주전들의 체력도 아낄 수 있게 되어 앞으로 남은 2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더 수월해졌다.
 
이로써 한국축구는 아시안게임이 연령대별 대회로 변경된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6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또한 황선홍호는 5경기 연속 멀티골 포함 총 23득점으로 아시안게임 역대 최다득점 기록을 다시 경신했고, 실점은 단 1골(16강 키르키스스탄전)만 내주는 완벽한 공수밸런스를 과시했다.
 
조별리그에서 쿠웨이트(9-0), 태국(4-0), 바레인(3-0)을 상대로 실점 없이 16골을 몰아쳤던 대표팀은 16강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5-1로 완파한 데 이어 부담스러운 개최국 중국과의 8강전까지 흔들림 없이 이겨내며 순조롭게 4강에 안착했다. 현재 정우영이 5골로 팀 내 득점 선두에 올라있으며, 조영욱, 홍현석, 백승호, 엄원상, 안재준까지 필드 플레이어 20명(골키퍼 3명 제외) 중 무려 11명이 고르게 골맛을 봤고, 공격-수비-미드필더 전 포지션에서 득점이 터졌다.
 
황선홍호는 4일 오후 9시(한국시간)에 중국 항저우의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대회 준결승전을 치른다. 우즈베키스탄은 이번 대회에서 대진운의 수혜를 누리면서 비교적 수월하게 4강에 진출했다.
 
조별리그에서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가 갑자기 빠지면서 약체 홍콩과 두 경기를 치러 2승으로 16강에 올랐다. 토너먼트에서는 인도네시아를 연장전 끝에 2-0으로 간신히 물리쳤지만, 1일 8강전에서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를 2-1로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우즈베키스탄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 한 차례 금메달을 딴 경험이 있다. 당시 4강전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한국을 이기고 결승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한국축구에게는 지금까지도 '히로시마의 악몽'으로 기억되는 흑역사다.
 
1994년 당시 아시안게임은 A대표팀 1진이 출전하던 시절이었다. 현재 대표팀 사령탑인 황선홍 감독을 비롯하여 홍명보, 하석주, 고 유상철, 고정운, 강철, 이임생 등 직전 1994 미국 월드컵에도 출전했던 정예멤버들은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외국인 사령탑인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첫 경기인 네팔전에서 8골을 터뜨린 황선홍의 활약에 힘입어 11-0으로 대승을 거두는 등, 8강까지 4경기 16골을 터뜨리는 화끈한 화력을 과시했다.
 
특히 8강전에서 한국은 가장 유력한 경쟁자로 꼽히던 홈팀 일본을 만나 명승부 끝에 3-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당시 한국은 우승을 향한 가장 중요한 관문을 넘었다는 호평을 받았고 결승까지 이렇다 할 경쟁자가 더 이상 없어 보였다. 준결승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은 지금보다도 아시아 축구에서 그 위상이 낮다. 
 
하지만 긴장이 풀린 탓일까. 한국은 경기내내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볼점유율 80대 20%, 슈팅숫자 28대 2라는 압도적인 파상공세를 퍼붓고도 끝내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그런데 후반 20분 우즈벡의 이날 유일한 유효슈팅이었던 중거리슛이 불규칙 바운드와 골키퍼 차상광의 어이없는 '알까기' 실책이 겹쳐지면서 그대로 골망을 가르며 뼈아픈 결승골이 되고 말았다.
 
한국은 준결승전 패배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3.4위전에서는 조별리그에 이어 다시만난 쿠웨이트에 또 한번 무릎을 꿇으며 동메달 획득조차 실패했다. 한국축구 아시안게임 역사상 최대의 흑역사로 꼽히는 장면이다. 반면 한국을 이긴 우즈벡은 결승에서 중국을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그로부터도 20년이 더 지난 2014년이 되어서야 금메달을 다시 찾아올 수 있었다.
 
히로시마 참사로부터 무려 29년의 시간이 흘러 당시 선수였던 황선홍 감독은 이제는 지도자로서 우즈벡과 다시 재회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우즈벡 역시 1994년 금메달 이후 최초의 4강 진출이다. 한국은 상대는 달랐지만 고비로 여겨졌던 8강에서 홈팀을 누르고 준결승에 오르며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에서 29년 전과 흡사하다.
 
히로시마의 악몽이 한국축구에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방심이 곧 위기'라는 사실이었다. 축구에서 전력차를 떠나 당연한 승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확실한 우위에 있다고 하지만 우즈벡이 사우디를 잡았고, 홍콩이 이란을 이긴 것처럼 1994년과 같은 이변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한국은 바로 지난 대회인 지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대회 8강에서도 우즈벡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은 손흥민-김민재-조현우 등 와일드카드를 망라한 최정에 전력을 구성했고 황의조가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펄펄 날았지만, 우즈벡에 3골이나 내주는 바람에 연장전까지 치러야 했다. 

한국은 연장 후반 13분 황희찬의 페널티킥 결승 골에 힘입어 4-3으로 간신히 승리를 거뒀다. 우즈벡전은 당시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까지 가는 길에 가장 어려웠던 고비로 평가받는다. 부담스러운 중국전 승리 이후 잠시 한숨을 돌렸을 황선홍호 역시 결코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우즈벡마저 넘으면 결승 상대는 일본이 유력하다. 일본은 8강에서 북한을 제쳤고, 4강에서는 강호 이란을 잡는 이변을 일으킨 약체 홍콩을 만나게 됐다. 한국이 결승에서 일본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지난 자카르타 대회 결승에 이어 2회 연속이 된다.

황선홍호는 2년전 23세 이하 아시아컵 8강에서 일본에 0-3으로 완패한 경험이 있어서 일본을 다시 만나 설욕한다면 그야말로 아시안게임 3연패를 완성할 완벽한 시나리오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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