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남자 사브르의 간판 오상욱이 대표팀 선배 구본길의 아시안게임 4연패를 막아서고 첫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

오상욱은 25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구본길을 15-7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아시안게임 데뷔 무대였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구본길과 결승에서 맞붙어 14-15, 한 점 차로 패하며 은메달을 따냈던 오상욱은 5년 만의 결승 리턴 매치에서 승리하며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년 만의 '집안 대결'... 이번엔 오상욱이 웃었다 

펜싱에서 사브르는 머리와 양팔을 포함해 상체만 공격할 수 있으며, 찌르기와 베기가 모두 가능한 종목이다. 

오상욱은 16강전에서 아델 알무타이리(사우디아라비아)를 15-6, 8강전에서 무사 아이무라토프(우즈베키스탄)를 15-11로 꺾었다. 준결승에서도 모하마드 라흐바리(이란)를 15-11로 따돌리며 큰 위기 없이 결승에 도착했다. 

반면에 구본길은 16강에서 나자르바이 사타르칸(카자흐스탄)을 15-6으로 제압했으나, 개최국 중국의 선전펑과 대결한 8강전에서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 탓에 흐름을 빼앗기며 10-14로 벼랑 끝에 몰렸다. 

그러나 구본길은 이때부터 연속으로 5점을 올리는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며 천신만고 끝에 결승에 올랐다.

한국인 선수끼리 맞붙은 결승은 중반까지 접전이었다. 오상욱이 먼저 점수를 올리면, 구본길이 곧바로 따라잡으면서 엎치락뒤치락 싸움을 펼치다가 오상욱이 8-7로 앞서면서 1라운드를 마쳤다. 

자신감을 얻은 오상욱은 2라운드에서 큰 키를 앞세운 한 박자 빠른 공격으로 내리 7점을 올리면서 승리를 확정했다. 

부상 딛고 돌아온 오상욱, 다음 목표는 파리 올림픽 

이로써 오상욱은 아시안게임에서 첫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며 5년 전의 아쉬움을 말끔히 털어냈다.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적도 있지만, 오상욱은 아직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 없다. 2020 도쿄 올림픽 때도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으나, 개인전은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발목 인대 수술을 받으며 선수 생활의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며 성공적으로 복귀한 오상욱은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사상 최초로 개인전 4회 연속 금메달을 노렸던 구본길은 결승까지 오르며 대기록을 눈앞에 뒀으나 후배 오상욱에게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오상욱과 구본길은 김정환, 김준호와 함께 2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처럼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에 도전한다. 만약 성공하면 아시안게임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한국은 전날 최인정과 송세라가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금, 은메달을 나눠 가졌고 이날 남자 사브르 개인전의 금, 은메달과 홍세나가 여자 플뢰레 개인전 동메달을 추가하면서 펜싱 강국답게 메달을 쓸어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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