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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를 여행중이다. 멕시코시티로부터 서남쪽 약 100km에 위치한 멕시코의 2번째와 3번째 높이의 활화산 '포포카테페틀산'과 '이스타시와틀산'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국립공원 지역 '파소 데 코르테스'를 지난 9월 14일과 9월 23일 방문했다.

포포카테페틀산은 화산활동으로 엄격하게 등반이 금지되어 있고 휴화산인 이스타시와틀산은 장비를 갖추고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분화가 계속되고 있는 포포카테페틀산은 역사상 수많은 폭발이 있었지만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당국의 안전부서에서 지속적으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비상이 선포되지 않는 한 '파소 데 코르테스'까지의 방문은 자유롭다. 아래는 2번에 걸친 방문에서 목도한 각기 다른 화산활동과 멕시코의 성산으로 여겨지는 두 산의 전설에 관한 내용이다.
 
9월 23일, 검은 가스구름을 내뿝는 포포카테페틀산
▲ 포포카테페틀산 9월 23일, 검은 가스구름을 내뿝는 포포카테페틀산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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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연이 자욱한 격전지처럼 가스 구름, 증기, 안개로 흐릿하던 산자락의 하늘은 고도를 높일수록 선명해져 마침내 울창한 수목 사이로 '포포카테페틀산'이 모습을 보였다. 화산쇄설물로 가파른 피라미드를 쌓은 것처럼 검은 원뿔이다. 여전히 분화가 계속되고 있는 전형적인 성층 활화산이다.
 
가스 구름으로 자욱한 화산의 초입
▲ . 가스 구름으로 자욱한 화산의 초입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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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우리가 갈 수 있는 최고점, 파소 데 코르테스에 이르자 북쪽의 '이스타시와틀'이 전체 모습을 드러냈다. 흰 구름이 봉우리에 걸친 이 산은 휴면상태의 성층화산이다. 'Iztaccíhuatl'이라는 이름은 중앙아메리카 토착어인 나와틀(Nahuatl)어로 흰색을 의미하는 'iztac'과 여성을 의미하는 'cíhuatl'에서 유래되었으며 눈을 이고 있는 봉우리 때문에 '백인 여성'으로 지칭된다. 긴 산 능선 모양이 반듯하게 누워있는 여성 형상이다.

화산쇄설물로 가파른 피라미드를 쌓은 것처럼 검은 원뿔모양 성층 활화산
▲ 포포카테페틀(Popocatepetl)산 화산쇄설물로 가파른 피라미드를 쌓은 것처럼 검은 원뿔모양 성층 활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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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산 능선 모양이 반듯하게 누워있는 여성 형상의 이스타시와틀(Iztaccihuatl)산
▲ 이스타시와틀산 긴 산 능선 모양이 반듯하게 누워있는 여성 형상의 이스타시와틀(Iztaccihuatl)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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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카테페틀산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가스 구름을 뿜는 것도 멈춘 채 검은 자태를 온전히 드러냈다. 9일 전(9월 14일)에 왔을 때 정산 인근은 눈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그 사이 모두 녹아버렸다. Popocatépetl은 연기를 의미하는 나와틀어 'popoca'와 산을 의미하는 'tepētl'으로 구성되어 '연기 나는 산'이라는 의미이다. 이 산의 실루엣은 무릎을 꿇고 있는 전사 옆모습이다.

파소 데 코르테스가 3,690m에 위치함에 가슴을 짓누르는 것처럼 때때로 호흡 곤란으로 비롯된 답답함이 밀려왔다. 5,452m의 포포카테페틀산과 5,230m 이스타시와틀산은 오리사바(Pico de Orizaba)산으로도 알려진 5,636m 휴면 성층화산인 멕시코 최고봉 '시틀랄테페틀(Citlaltépetl)'에 이어 멕시코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두 번째와 세 번째 고봉의 멕시코 영산이다.
  
9일 전(9월 14일)에 왔을 때 정산 인근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 포포카테페틀산 9일 전(9월 14일)에 왔을 때 정산 인근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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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으로 마주 보고 있는 두 산은 아즈텍 신화에서 공주와 전사의 슬픈 전설을 품고 있다. 멕시코의 다양한 형태의 예술, 문화에 영원한 사랑과 헌신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투영되고 있다.

이스타시와틀은 뛰어난 미모를 가진 심성 고운 공주였다. 그녀는 전사 포포카테페틀과 사랑에 빠졌다. 포포카테페틀은 사랑하는 공주를 남겨두고 먼 전쟁터로 떠났다. 승전보를 가지고 돌아오기를 손꼽던 공주에게 그가 전투에서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슬픔을 가누지 못한 공주는 상심을 이기지 못하고 죽게 되었다.

그가 사망했다는 것은 거짓 전갈이었다. 전사가 승리를 거두고 돌아왔을 때 그를 맞은 것은 공주의 싸늘한 시신이었다. 낙담한 그는 그녀의 주검을 산으로 안고 가 반듯하게 누여 영면하게 했다. 그는 그 옆에 무릎을 꿇은 채 굳어버렸다. 신은 그들의 사랑에 감화되어 서로 바라보는 산으로 만들었다.
  
해가지자 갑자기 검은 가스구름을 내뿜기 시작한 9월 23일의 포포카테페틀산 분화
▲ 포포카테페틀산 해가지자 갑자기 검은 가스구름을 내뿜기 시작한 9월 23일의 포포카테페틀산 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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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한 활동을 하고있는 포포카테페틀 화산은 최근들어 가스와 화산재를 뿜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 포포카테페틀산 활발한 활동을 하고있는 포포카테페틀 화산은 최근들어 가스와 화산재를 뿜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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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분화가 일어나고 있는 포포카테페틀 화산은 산 아래 인근지역이 인구밀도가 높은 곳으로 때때로 화산재의 피해를 입기도한다.
▲ 포포카테페틀 화산 수시로 분화가 일어나고 있는 포포카테페틀 화산은 산 아래 인근지역이 인구밀도가 높은 곳으로 때때로 화산재의 피해를 입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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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온전히 그 산속에서 보냈다. 해가 완전히 지고 황혼조차 어둠에 묻히려 할 때 하루 종일 침묵했던 포포카테페틀이 깨어나 검은 가스 구름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스타시와틀은 더 선명해진 달빛에 수줍음을 감추지 못했다. 두 남녀의 사랑으로 꿈틀거리는 모습에도 영상 5도까지 내려간 추위에 온몸이 떨려왔다.

가이아(Gaea)가 숨을 내쉬는 대지를 직접 목도한 감동은 우리가 이곳에 있어야 할 모든 필연이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포포카테페틀산, #이스타시와틀산, #멕시코시티, #멕시코, #활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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