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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오전 10시부터 울산 동구 화정동 화정가족문화센터에서 동구가족센터 주관으로 열린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가족들을 위한 한국문화 체험행사에서 아프간 학생들과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이 송편을 빚고 있다.
 9월 26일 오전 10시부터 울산 동구 화정동 화정가족문화센터에서 동구가족센터 주관으로 열린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가족들을 위한 한국문화 체험행사에서 아프간 학생들과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이 송편을 빚고 있다.
ⓒ 울산동구가족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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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거 꿀이에요, 꿀빵이에요."

아프간 학생이 송편 빚기와 전통음식 맛보기를 체험하며 송편을 보고 한 말이다. 

추석을 앞둔 9월 26일 오전 10시, 울산 동구 화정동 화정가족문화센터에서 동구가족센터 주관으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가족들을 위한 한국문화 체험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아프간 부모와 자녀, 내국인 멘토 등 40여 명이 참여했다.

아프간 아이들은 고무신 던지기나 딱지치기 등 우리 전래놀이를 체험하며 신기하고 재미있어 했다. 팀을 짜서 놀이를 하니 서로 이기려고 해 분위기가 조금 격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신이 난 표정이었다. 엄마들은 송편과 꼬지(산적)를 만들며 재밌어했고, 직접 음식을 맛보기도 했다.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도 이날 아프간 가족들과 송편을 빚으며 각국의 전통문화와 한국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함께 시간을 보냈다.

김종훈 동구청장은 "지난해 초에 동구에 온 23세대의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가족들이 두 번째 추석을 맞이한다. 동구 주민의 일원으로 지역사회와 원만히 융합되도록 다양한 지원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한국에 온 아프가니스탄간 특별기여자 157명(29가구)은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옛 사택에 새 거처를 마련하고 울산에 정착했다. 특별기여자 자녀 중 유치원생 16명, 초등학생 28명, 중·고교생 41명 등 85명이 인근 학교, 유치원으로 배정받았다. 아프간 가정의 아빠들은 현대중공업에서 일을 하고 엄마들은 대체로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 살림을 한다.

울산 동구에 정착한 지 1년여가 돼가던 올해 1월 5일 열린 울산 동구 서부동 서부초등학교 졸업식에서는 지난해 입학한 특별기여자 자녀 중 워헤드, 라키불라, 마라핫 등 3명이 졸업을 해 관심을 받았다. 워헤드는 지난해 11월 교육부 등이 공동 주최한 '제10회 전국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에서 초등부 울산 대표로 참가해 은상(교육부장관상)을 받아 이날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울산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은 울산광역시 동구청, 울산광역시교육청의 맞춤형 지원정책과, 울산동구가족센터의 밀착형 생활지원으로 대한민국 여느 가정과 다를 바 없는 소소한 가정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다자녀 가정 아프간 가족... 좌충우돌 '적응 중'
 
아프간특별기여자 학생들이 울산 동구의 일산해수욕장에서 울산동구가족센터 가 진행한 정착지원사업 요트체험을 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바다가 없어 울산의 바다를 접하는 학생들이 신기해 하는 모습이다.
 아프간특별기여자 학생들이 울산 동구의 일산해수욕장에서 울산동구가족센터 가 진행한 정착지원사업 요트체험을 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바다가 없어 울산의 바다를 접하는 학생들이 신기해 하는 모습이다.
ⓒ 울산동구가족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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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가족센터는 전체 16명의 직원 중 통역사와 사회복지사, 그리고 센터장 등 3명이 아프간 주민들을 전담해 생활 밀착형 지원을 하고 있다.

센터는 아프간 가족들이 여태껏 경험하지 않았던 신용카드 사용법이나 컴퓨터 온라인 교육,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며 한국 생활 적응을 돕는다. 아프간은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다. 이들은 울산 동구에 있는 일산해수욕장에서 요트를 타보는 체험을 하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동구가족센터는 아프간 아이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 견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아프간 가정의 엄마들에게는 한국어를 가르치거나 한국 생활에 필요한 정보 등을 교육하고 있다. 병원 이용하는 방법, 대중교통 이용 방법, 은행 이용법이 아프간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아프간 엄마들은 가족의 빠른 한국 생활 적응을 위해 필요한 교육과 한국어를 배우면서 아이들 키우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가정은 최소 2명에서 6명의 다자녀 가정이다. 따라서 주부들은 아이들 케어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아프간 주민들은 이제 이웃과도 잘 어울린다. 특히 아이들의 문화 적응은 놀라울 정도라고 한다. 아이들은 수업을 다 받고 하교하면서 한국인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 오기도 한다. 또는 친구들 집에 놀러도 가면서 자연스럽게 울산 동구 친구들과 친분을 쌓고 있다.

어머니들도 지역 봉사자나 이웃과 어울리면서 지역에 축제나 행사가 있으면 행사장에 함께 구경하러 가는 등 점점 울산 동구 지역민이 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아프간 학생들은 어떻게 1년 6개월 만에 울산 동구 학생들과 대화하고 장난도 치며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을까? 아프간 가족들에 근접해 지원하는 동구가족센터 이정숙 센터장은 "아이들은 어릴수록 언어를 빨리 배운다. 현재 초등학생들이나 중고등학생들은 동구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일상 언어들을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며 "어려운 단어들을 제외하면 일상적인 언어는 잘 구사한다"고 말했다.

이정숙 센터장은 또 "아프간 주민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시장을 보면서 울산 동구의 문화들을 익히며 빨리 적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프간 주민과 학생들이 한국 문화에 적응을 하면서 힘들어하는 부분도 있다. 생소한 신용카드 사용법을 비롯한 문화 차이에 따른 것들인데,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음식이다. 

"다시 아프간에 간다고 하더라도, 한국으로 돌아올 거야"
 
울산동구가족센터의 아프간특별기여자 정착지원사업 중 하나인 아버지교육에 아프간 가정 아빠들이 참여하고 있다.
 울산동구가족센터의 아프간특별기여자 정착지원사업 중 하나인 아버지교육에 아프간 가정 아빠들이 참여하고 있다.
ⓒ 울산동구가족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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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완전 무상급식이지만 아프간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을 난감해 한다. 입맛에 맞는 학생은 먹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학교급식을 마다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집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가져온다.

민감한 영역이지만, 서로 종교가 다르다는 점에서 나타나는 문제도 잠재해 있다. 울산 동구 주민들의 경우 아프간 주민들의 종교인 이슬람을 쉽게 접해보지 못해 조금 낯설어한다는 전언이다. 접해보지 못한 종교인만큼 다소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주민들은 거의 없다.

아프간 가족들은 생각보다 한국에서 굉장히 잘 적응하고 있고 특히 아이들은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 이들을 옆에서 지켜보고 겪어본 센터와 지역민들의 평가다. '나는 아빠 따라 다시 아프간에 간다고 하더라도, 한국으로 되돌아와서 지낼 거야'라는 얘기를 할 정도로 아이들이 한국, 울산 동구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이정숙 센터장은 "한국 사람들이 굉장히 따뜻하지 않나, 주변분들이 아프간 가족들을 많이 챙겨주신다. 이에 아프간 가족들이 굉장히 고마워한다"며 "우리 동구 주민들이 굉장히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시는 것을 아프간 가족들이 느끼면서 굉장히 감사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할 지자체인 울산 동구청은 아프간 가족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동구청은 지난 2022년 2월 7일 울산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주민과 구청, 회사가 힘을 모아 정착지원단을 구성하는 등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동구청 담당 부서인 가족정책과의 이런 노력에 동구청은 2022년 적극행정 우수사례 사업으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정착지원사업인 '울산 동구! 사랑으로 끌어안은 낯선 이방인의 동반 정착생활기'를 선정하기도 했다.

한편 울산광역시교육청은 아프간 학생들이 언어장벽으로 학습이나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한국어 학급과 징검다리 과정을 운영하거나 학교로 찾아가는 한국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기초학습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1대1 맞춤학습을 지원하고, 교과 보조교재도 보급하고 있다.

태그:#울산 동구 아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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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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