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록밴드 10-FEET(텐피트). '더 퍼스트 슬램덩크' 무대 인사와 단독 공연에 이어 오는 10월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을 통해 재내한한다.

일본의 록밴드 10-FEET(텐피트). '더 퍼스트 슬램덩크' 무대 인사와 단독 공연에 이어 오는 10월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을 통해 재내한한다. ⓒ 샹그릴라엔터테인먼트

 
오랫동안 한국에서 제이팝은 소수의 음악 팬, 소위 '덕후' 사이에서만 소비되는 문화였다. 한때 엑스재팬 등 일부 아티스트의 음악이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2000년대 초반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한 이후에도, 제이팝은 한국에서 큰 확장성을 얻지 못했다. 바로 옆 나라지만, 일본 뮤지션의 내한 공연이 뜸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2023년 현재,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유튜브와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일본 음악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아이묭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던가(愛を えたいだとか)', '너는 록을 좋아하지 않아(君はロックをかない)' 등이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한국에서도 인기를 높였다. 기획사 측의 적극적인 바이럴 마케팅도 한몫했다.

2000년생 싱어송라이터 이마세(imase)은 제이팝 열풍을 이야기하는 데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가 지난해 여름 발표한 'NIGHT DANCER'는 틱톡발 댄스 챌린지를 통해 한국에서도 유명해졌다. 틱톡에서의 인기는 음원 차트로도 이어졌는데, 제이팝 역사상 최초로 스트리밍 사이트 '멜론'의 탑 100 차트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NIGHT DANCER'는 일간 차트 17위까지 올라갔고, 한국 뮤지션 빅 나티와의 콜라보 버전이 발표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하이브가 운영하는 글로벌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에도 입점했다.

때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곧 음악의 인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올해 국내에서 474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OST '제제로감(第ゼロ)'을 부른 록밴드 10-FEET(텐피트) 역시 그 수혜자다. 26년 경력의 베테랑 밴드인 이들은 이미 슬램덩크 관객들을 만나 미니 콘서트를 열었고, 지난 8월에는 단독 콘서트 역시 펼쳤다. 그리고 오는 10월 부산 삼락생태공원에서 열리는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최근 두 차례의 내한에서 선보인 '아리랑' 연주를 다시 선보일지 기대된다. 이 페스티벌 무대에는 이마세, 널바리치(Nulbarich) 등의 일본 뮤지션도 함께 오른다.
 
 오는 12월 16일, 요아소비(YOASOBI)의 첫 내한 공연이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다.

오는 12월 16일, 요아소비(YOASOBI)의 첫 내한 공연이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다. ⓒ LIVET

 
현 시점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뮤지션인 요아소비(YOASOBI) 역시 본격적으로 한국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요아소비는 '보컬로이드'의 프로듀서 출신인 아야세와 보컬 이쿠라가 함께 결성한 유닛으로, '소설을 원작으로 음악을 만드는 유닛'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있다. 틱톡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할 만큼 키치한 면이 많이 있지만, 음악적인 완성도와 라이브 솜씨 역시 발군이다.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의 OST로 삽입된 '아이돌(アイドル)'은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 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는 일본 아티스트 역사상 두 번째로 월별 청취자 천만 명을 돌파했다. 홍콩을 대표하는 음악 페스티벌 '클라켄플랩 2023'에서도 브릿팝 밴드 펄프(Pulp)와 메인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를 맡았다.

'아이돌'과 '밤을 달리다(夜に駆ける)' 등 요아소비의 노래는 국내 음악팬들에게도 일정 수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이에 화답해, 요아소비는 한국 팬들을 만날 준비 역시 하고 있다. 오는 9월 21일 엠넷 음악프로그램 <엠 카운트다운>에 출연한다. 그리고 오는 12월 16일,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친다. 첫 내한 공연에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화정체육관을 선택했다. 그만큼 요아소비가 충분한 국내 팬층을 확보했다는 것.

이외에도 킹 누(King Gnu), 오피셜 히게단디즘(Official男dism), 후지이 카제, 요네즈 켄지 등 다양한 장르의 일본 아티스트들의 국내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 일본 대중음악이 가요나 팝에 필적할 만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 어느때보다 제이팝의 다양성이 한국 음악 팬들과 가까워져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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