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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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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절, 추석이 곧이다. 농경 사회가 기원인 한국에서 추석은 한 해 동안 농사지은 작물을 수확하고 멀리 살던 친척과 만나는 기쁜 날이다. 햅쌀과 햇과일로 차례를 지내고 도시로 떠났던 가족과 고향에서 재회해 음식을 나누어 먹거나, 경우에 따라서 해외 여행을 가기도 하고 혼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이렇듯 추석은 매일 숨 쉴 틈 없이 바쁜 일상에 단비 같은 휴가가 된다.

하지만 혼자 사는 중증 장애인으로서 필자는 다가올 명절이 두렵다. 특히 이번 추석은 다른 때보다 연휴가 매우 길다. 오는 10월 2일(월)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며 원래 4일이면 끝나던 연휴가 거의 일주일에 가깝게 늘었다. 이는 기존에 제공되던 복지가 일주일 동안 중단될 수 있다는 의미다. 

늘상 오던 활동 지원사도 자기의 가정이 있으므로 이용자의 자택에 방문해 평소 같은 업무를 하기가 어렵다. 장애인의 생활을 보조하는 활동 지원사가 없으면 중증 장애인은 식사, 위생 관리 같은 기본적인 생활부터 마비된다. 활동 지원사가 명절을 보내는 동안 장애인 이용자는 먹지도 못하고 씻지도 못하는 복지 공백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운이 좋아 명절에 일하는 활동지원사가 있어도 문제는 있다. 근로기준법상 공휴일은 시급의 50%를 가산하여 지급한다. 그런 날이 약 일주일을 계속되니 활동지원 바우처 제공 시간으로 감당하긴 무리다. 다른 달과 똑같이 이용해도 시간이 부족한 불상사가 발생하고 만다.

중증 장애인이 명절을 즐거운 휴일이 아니라 재앙처럼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명절 동안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면 그달의 남은 며칠은 활동지원 없이 생활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명절에 활동지원사를 부를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많다.

명절 기간 고려해 활동지원 특별 시간 편성해야
 
중증장애인에겐 활동지원사가 필요하다.
 중증장애인에겐 활동지원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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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사 없이 혼자 방치된 장애인이 불의의 사고라도 당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번 연휴 동안 어느 정도 거동이 가능한 중증 장애인도 곤란을 겪겠지만, 옴짝도 못할 정도의 최중증 장애인이라면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할 것이다. 명절에 장애인이 당면한 위험을 정부 당국은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장애인 복지를 담당하는 자립센터나 활동지원 중개기관조차 이러한 문제에 깊은 고려가 없는 듯해 답답하다.

연휴 전까지 남은 시간 동안만이라도 지금 예상되는 문제를 방지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애인 활동지원 바우처 시간을 결정하는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 등은 이번 연휴가 유난히 길다는 점을 고려해 활동지원 특별 시간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립센터, 활동지원 중개기관 등은 각자 기관의 이용자 중 홀로 지내는 중증 장애인을 파악하여 살펴야 한다.

식사는 제대로 하는지, 안전에 대한 위험은 없는지 등을 점검하는 방책을 세우면 혹시 모를 불행한 사고도 예방 가능할 것이다. 정부 당국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기대하며 늘상 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응이 이번에는 없었으면 한다.

태그:#복지공백, #추석, #연휴, #중증장애인,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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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둠 속에서도 색채있는 삶을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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