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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글이 채택되어 메인에 배치되었다(관련기사: 결혼 30여 년, 참 많은 일을 한 아내의 손 https://omn.kr/25kv5). 큰 기대를 안 하고 쓴 글이었는데, 메인에까지 배치되고 나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이 되었다.

시민기자로서 실명으로 쓴 첫 기사인 데다, 나의 실생활과 관련된 글이라 타인이 보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채택된 글이 게재되고 하루가 지난 후, 기사를 읽은 독자들의 반응이 걱정되면서도 약간은 궁금했다.

독자들의 반응을 알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사에 대한 공감 수와 댓글을 열어보는 것이다. 설렘 반 두려움 반, 긴장된 마음으로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내가 쓴 기사를 찾아 독자들의 댓글과 마주했다. 20여 개의 공감 수와 30여 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언론 매체에 이 정도 분량의 기사를 쓴 것도 처음이니, 이 정도의 댓글을 보는 것도 처음이다. 20여 개의 공감 수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그것도 잠시, 댓글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그 짧은 순간에도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며 감정의 기복이 심했다. 그래도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댓글은 물론 댓글에 달린 답글까지 모두 읽어보았다.
 
글쓴이의 입장에 공감하는 내용이다.
▲ 공감 댓글 글쓴이의 입장에 공감하는 내용이다.
ⓒ 곽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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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의 글에 공감을 눌러주고, 나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내용으로 댓글을 남긴 독자들에게 감사하다. 그런 댓글을 보니 글쓰기를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안이 된다.

이런 응원의 댓글을 달아준 독자들은 나와 비슷한 생활을 경험했거나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나의 생활을 나의 입장에서 헤아려준 고마운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분들의 댓글을 읽으면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글쓰기를 하는 데도 활력소가 된다.
 
글쓴이를 질책하고 충고하는 댓글이다.
▲ 질책성 댓글 글쓴이를 질책하고 충고하는 댓글이다.
ⓒ 곽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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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나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도 아쉬운 부분을 지적하고 충고하는 댓글도 고맙게 받아들인다. 나도 과거에 내가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하고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성찰하는 의미에서 지난번 글을 썼다.

이런 질책성 댓글을 달아준 독자들은 나의 입장보다 고생한 아내의 입장에서 안타까움을 표하고, 나로 하여금 앞으로 아내에게 더욱 잘하라는 충고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독자로서 글쓴이에게 따끔하게 충고하고 싶었을 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이런 댓글들은 나를 더 분발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나를 비난하는 댓글을 대하는 마음은 복잡하다. 그런 댓글을 남긴 독자들은 내가 아내를 혹사시킨 나쁜 남편으로 비췄기 때문에 화난 감정을 드러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심정을 알 것도 같다.

나도 어떤 면에서는 내 욕심만 차리고 이기적으로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비난하는 댓글도 내 자신을 돌이켜보고 나의 과거 허물을 냉철하게 점검하는 계기로서 작용한다. 그래서 적절한 표현으로 비난을 하는 것은 글쓴이에게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차마 이 자리에서 밝히기도 낯뜨거운 원색적인 용어로 대놓고 공격하는 것에는 나의 인생 전체가 부정당하는 참담함을 떨칠 수가 없다. 갑자기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기분이 멍해지고 가슴이 먹먹하다.

'내가 저런 말을 들을 정도로 잘못 살아온 걸까' 하는 회의감마저 든다. 비난을 하더라도 이왕이면 글쓴이의 입장도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좀 걸러서 표현해 주기를 바란다면 그것도 나의 이기적인 욕심인가.

아무튼 공감하는 댓글이든, 질책성 댓글이든, 비난성 댓글이든 모두 나의 글에 관심을 가져준 점에서 고맙고 감사하다. 댓글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것은 글쓴이의 마음에 달려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댓글 하나하나에 연연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도외시해서도 안 될 것 같다. 원색적인 악플도 자주 접하다보면 면역도 생기고 맷집도 강해져서 받아넘기는 요령도 생길 것이다. 독자들의 반응, 댓글을 담담하게 적절히 받아들이는 능력을 키우자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태그:#댓글, #공감댓글, #질책성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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