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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에는 지역사회의 변화와 시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 땀흘리시는 많은 분이 있습니다. '파주시민에게 듣는 희망리포트'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파주시민의 권익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정치가 시민속에서 어떻게 기능해야 할지 모색하고, 주민 직접 정치와 자치가 활성화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모델을 연구하고자 합니다.[기자말]
<어제는 노가다, 오늘은 건설노동자>라는 건설노동자 수기 공모 작품집이 출간될 정도로, 30년 전만 해도 건설 현장의 노동자들은 일용직 노가다로 불렸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988년 건설노동자 '서울건설일용노동조합'을 결성된 것을 시작으로 전국 11개 지역 조직이 모여 전국건설일용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서울 경기북부지부에서 7년간 활동하며 현재 파주지대를 맡고 있는 박남신 지대장을 만나 파주에서 건설노동자들이 꿈꾸는 희망과 바람을 들어보았다.

우리는 건설노조 노동자들입니다
 
건설노조 박남신 파주지대장을 파주시 금촌동에 위치한 사무소에서 만났다.
 건설노조 박남신 파주지대장을 파주시 금촌동에 위치한 사무소에서 만났다.
ⓒ 건설노조 파주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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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파주 지대장 박남신입니다. 지대장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임금조건 및 근로조건 향상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 개인사업까지 했던 제가 지인의 소개로 건설 현장 형틀목수로 이 일을 시작했지요.

열심히 땀 흘려 일했지만 건설 현장의 일거리는 늘 부족하고 불안했습니다. 혼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는데 그때 마침 노동조합을 알게 되었죠. 처음 형틀목수 일을 시작했을 때는 정말 몸을 쓰는 일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정도로 어떻게든 먹고 살아보자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노동조합을 하면서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한데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지요. 노동자가 현장에서 어떻게 일하며 존중 받느냐가 매우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건설노동자들이 처해있는 현실의 문제들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되었죠."

- 건설노동자로 노조 활동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노조가 성장하게 된 시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건설 현장의 수많은 노동자의 처우가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어 포기했는데 지금은 우리들의 안전, 임금, 노동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지요. 왜 우리는 피땀 흘려 일하는데 제대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가, 왜 건설사들은 우리의 목숨을 담보로 막대한 이윤만 추구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권에서 건설 노조를 건폭(건설 폭력배)이라고 탄압했지만 현장이 바뀌는 것을 몸소 체험한 건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더 크게 단결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구도 대변해 주지 않았던 일들을 건설 노동자 스스로 개척해 나간 것이지요.

얼마 전 너무도 안타깝게도 건설노동자들을 위해 싸우던 양회동 열사의 분신으로 우리는 큰 고통과 슬픔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경찰이 250일간 시행한 특별 단속에서 4829명을 송치하고 이 가운데 148명이 구속되었어요.

건설업체에 대한 조사나 압수수색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아요. 건설사들을 규제하고 처벌하기보다 정권은 건설노조 죽이기에만 혈안이 되었지요. 이제 우리는 생계문제뿐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가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어제는 노가다였지만 오늘 우리는 건설노조 노동자들입니다. 당장 어렵더라도 노동조합이 없었던 예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모두 같은 마음, 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 따라 대를 이어 일하기 시작, 매우 고무적"
 
양회동열사 정신계승!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대책위원회 결의대회가 진행됐다.
 양회동열사 정신계승!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대책위원회 결의대회가 진행됐다.
ⓒ 건설노조 파주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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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노동자의 고충을 가장 많이 살필 텐데 현재 노동조합 상황은 어떠한가요?

"고용이 예전만 못해서 어려움은 당연히 많습니다. 그러나 건설 현장에는 20년, 30년을 일해온 숙련된 건설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이분들은 대한민국의 건설 현장을 지켜오신 분들이지요. 고용과 안전을 위해 이분들은 여전히 더 많은 일들을 하고 계십니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도 노동조합의 활동을 돕고 또 다른 현장의 고통받는 노동자와 연대하는 집회에도 참석하시지요. 자랑스러운 조합원들입니다.

오래된 건설노동자로 은퇴하는 날, 정말 건설노동자이길 잘했다는 보람과 높은 자긍심을 안고 현장을 떠나실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정말 소박하지요. 하지만 차세대 젊은 건설노동자들에게는 더 좋은 현장,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 선배 건설노동자들의 진짜 바람입니다.

이런 현장을 만드는 가장 큰 역할과 책임이 제게 있다고 생각하고 젊은 노동자들이 마음 놓고 건설 현장에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현장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 청년 노동자들이 건설 현장에 얼마나 일하고 있나요?

"파주지대에서 일하는 2030 청년 조합원이 많이 증가하였어요. 아버지를 따라 대를 이어 아들이 현장에서 일을 시작하는 경우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건설 현장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열악하고 불안정했는데 자녀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일터, 미래가 있는 현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 아닐까요. 건설 현장과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죠. 실제 현장 취업을 위해 많은 청년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 문의합니다."
       
건설노조 청년 조합원
 건설노조 청년 조합원
ⓒ 건설노조 파주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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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부실시공 공사로 인한 건설 현장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요?

"실제 산재 중 가장 많은 사고가 건설 현장에서 발생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있다고 하지만 최근에도 건설사의 부실시공으로 인해 참사가 곳곳에서 일어났고 노동자가 가장 큰 피해당사자가 되고 있습니다.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건설 현장을 견제 감시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조의 노력에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드는 것은 가장 기본이어야 합니다.

통계를 보면 하루에도 두 명 가까운 노동자가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스사고, 추락사고 등으로 장기간의 치료를 해야 하는 사고들도 빈번합니다.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으로 산재사고 없는 안전한 건설 현장 만들어야 합니다. 발주, 설계, 시공, 감리 등 모든 공사의 주체들에게 안전 책무를 부가하는 것으로 건설 현장의 산재사고를 줄이고 안전한 건설 현장을 만드는 기본이 될 것입니다."  

- 파주에서 노동조합 활동뿐 아니라 시민사회 연대활동도 많이 하고 계십니다. 파주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파주는 지역적 특성이 있는 고장입니다. 희망도 있고 우려도 함께 공존하고 있지요. 통일의 관문답게 기대도 많고 전쟁에 대한 불안 요소들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인구가 파주로 거주지를 옮기고 파주에서 일하길 원합니다. 일자리 걱정 없는 파주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기업 하기 좋은 도시도 필요합니다. 파주는 기업 하기 좋은 도시에 대한 홍보도 많이 했지요. 일하는 노동자들도 웃으며 일하고 잘 살 수 있는 그런 도시는 없을까요? 노동자의 일자리가 보장되고 존중받는 살맛 나는 그런 도시 말입니다.

노동자들이 지역에서 정착하고 안정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정책도 많아졌으면 합니다. 지역 건설산업을 활성화하는 과정에 노동자들을 우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역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건설사에 인센티브 정책도 펼치고, 지역건설 산업의 불법 근절과 안전 강화를 위한 지자체 별도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웃으며 일하고 싶다
 
건설 현장에서 노조법 개정을 촉구하는 조합원들의 인증사진 운동
 건설 현장에서 노조법 개정을 촉구하는 조합원들의 인증사진 운동
ⓒ 건설노조 파주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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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신 지대장은 건설노조 조합원 모두가 웃으며 일하는 건설 현장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말했다. 끝으로 동료 건설노동자들에게 "정권과 자본이 아무리 이전의 노가다로 돌아가라 하더라도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닙니다.  건설노동자의 단결된 투쟁으로 탄압을 뚫고 승리할 것입니다. 함께해 주십시오"라는 격려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올해도 기록적 폭염이 지속되었다. 살인적인 더위를 뚫고 건설노동자들은 일도 하고 투쟁도 놓지 않는다. 그들은 이야기한다. 그저 인간답게 대접받고, 안전하게 작업해 무사히 집에 가서 가족들 얼굴 보고 싶을 뿐이라고 말이다.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얻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아 가고, 노동자로서의 대우와 권리를 받고 싶은 다 같은 사람이라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노예 된다는 건설노동자들의 외침은 실제 현장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되어 울려 퍼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파주673시민자치연구소 소장입니다.


태그:#건설노조 , #파주시, #안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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