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지역영화 네트워크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진행된 전남영화학교 워크숍 모습.

영진위 지역영화 네트워크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진행된 전남영화학교 워크숍 모습. ⓒ 시네마엠엠 제공

 
[기사 수정 : 11일 오후 3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사업과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은 다양한 지원사업 중 가장 호평을 받아 왔다. 수도권 중심의 창작 환경을 넓히는 데 기여하면서 안팎에서 평가가 긍정적이었다. 성과에 고무된 영진위 역시 기존 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지원책을 모색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일 발표된 영진위의 2024 예산(안)에서는 지역영화 지원사업이 모두 사라졌다. 증액이 필요한 예산인데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문체부 예산(안)은 3.5% 증가
 
지역영화 예산이 사라지면서 독립영화 진영이 들끓고 있다. 블랙리스트 시즌2가 시작됐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술렁이는 분위기다. 
 
<나는 보리>를 연출한 강원독립영화협회 김진유 감독은 "지역영화를 키운 건, 영화진흥위원회 사업 중 12억이 책정된 두 지원사업(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사업과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이 핵심이었다"며 "2018년-2023년 사이 지역영화의 활성화를 위해 움직인 이들로서는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영진위 측은 "영화발전기금(영발기금)의 충당 여력이 없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일부 사업의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2024년 영진위 사업비 예산(안)은 올해와 엇비슷한 734억 정도다. 영발기금이 고갈된 상태에서 체육기금 300억·복권기금 54억 전입금이 반영됐고 일부 사업은 일반회계(국고)로 이관됐다는 것이 영진위의 설명이었다.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 긴축 기조와 연관이 있으나, 2024년 문체부 전체 예산(안)이 3.5% 증가한 가운데, 영진위 예산은 이에 못 미친다. 문체부의 전체 예산에서 문화예술 분야 감소 폭이 1.9%에 달하는 흐름과 엇비슷하다.
 
 문체부가 발표한 2024년 분야별 예산 편성 현황

문체부가 발표한 2024년 분야별 예산 편성 현황 ⓒ 문체부

 
일부 감액이 아닌 사업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은 아예 싹을 없애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국회 심의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나 예산 항목이 사라질 경우, 이후 다시 새로운 사업으로 부활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른다.
 
"자기 존재 과시하기 위해 독립영화 깎아내려"
 
지역영화 예산뿐만 전체적인 독립영화 지원사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영화인들은 "모양만 다르지 블랙리스트 시즌2가 시작된 것과 다름없다"면서 영진위 예산(안) 삭감에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유인촌 대통령비서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이하 문화특보)은 지난 8월 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원 정책 변화와 관련해 "문화·예술도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 쥐꼬리만한 예산을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면 경쟁이 될까? 생계 보조형 지원은 그만해야 한다"라며 "자본과 권력에서 독립하겠다는 영화들까지 왜 정부가 돈을 줘야 하나. 좁은 문을 만들어 철저히 선별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문체부도 지난 8월 29일 발표한 2024년 예산 기조에 대해 "정부 3년 차를 맞이하여 국정철학인 '자유와 연대'가 문화 예산을 통해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고심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어 "우선 예산편성 과정에서 방만한 보조금 운영, 낭비적 요소, 이권 카르텔적 요소를 점검하고 모든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불공정, 비합리, 비효율을 제거했다"라며 "재정지원사업 선정 과정에서 전문성 또는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거나, 집행상의 비효율성이 중대한 사업에 대해서는 분야를 막론하고 폐지, 삭감 등 과감한 조치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유인촌 문화특보에 위촉장 수여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유인촌 문화특보에 위촉장 수여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독립영화인들은 이를 독립영화에 대한 차별과 블랙리스트 기조의 작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MB정권 당시 한국영화와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상황을 윤석열 정권도 되풀이하겠다는 의도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낭희섭 독립영화협의회 대표는 유인촌 특보와 관련해 "자기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 독립영화를 깎아내리고 있다"라며 "선전포고인지 엄포인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공적자금의 의미조차 모르는 것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방의 푸른 꿈>을 연출한 김대현 감독도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영화를 독립영화라고 부르고, 대부분은 공적 이익에 부합하는 예술 장르라서 공적 자금으로 지원하는것"이라며 "그 결과 영화를 비롯한 많은 예술, 문화의 발전이 있었다는 건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보수 진영에서도 우려의 시선은 있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보수진영의 한 영화인은 "상식이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또 다시 정부와 영화계가 갈등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독립영화단체의 한 대표자는 "다른 지역영화 단체 및 독립영화단체들과 논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 공식적인 입장 발표와 항의 행동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어떻게든 예산이 복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진위 문체부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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