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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해병대전우회가 발표한 채 상병 순직 관련 입장문
 9월 5일 해병대전우회가 발표한 채 상병 순직 관련 입장문
ⓒ 해병대전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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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순직과 관련해 해병대전우회가 2차 입장문을 내놓았지만 예비역 해병대원들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해병대전우회는 9월 5일 '해병대 명예와 전통을 더 이상 무너뜨리지 마라'는 소제목으로 8월 14일에 이어 두 번째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이 게재되자마자 해병대전우회 홈페이지에는 애매모호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는 반응과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해병대전우회가 발표한 입장문을 보면 채 상병 "순직 관련 국가·사회적 파장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시는 같은 사고를 반복하지 않도록 숙고하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기에 무분별하게 벌어지는 작금의 행태에 해병대 수천여분의 호국영령과 모든 전우들이 깊은 실망과 함께 강력한 경고 및 항의의 메시지를 보낸다"라고 했다. 

해병대 기수를 뜻하는 6**기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예비역 해병대원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은 "전우회에서 말한 채 해병 순직 관련 국가와 사회적 파장이란 무엇이고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으십니까?"라며 "애가 끊어지는 슬픈 사고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허리띠를 졸라매면 반복하지 않습니까? 사고의 원인을 분명히 밝히고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죄를 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자고 왜 한마디 말이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실제로 해병대전우회의 입장문을 보면 구체적으로 '작금의 행태'가 무엇인지 명시하지 않았다. 1사단장을 제외하라는 외압이 잘못인지, 항명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수사단장의 문제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해병대전우회는 입장문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해병대 전통과 명예를 누구도 저버리거나 거스를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보다 국가를, 해병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싫다면 빨간 명찰을 떼어버리고 당장 팔각모를 벗어라. 이것이 지금까지 해병대가 존재해 온 이유이자 해병대만이 가지는 DNA"라고 밝혔다. 

월미O라는 누리꾼은 "2차 입장문을 읽고 너무 허탈해서 몇 자 적어봅니다. 지금 누구한테 얘기한 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 누가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습니까. 성실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사령관 총장 장관한테 대면결재받고 규정대로 경북청에 이관한 것을 뒤집어서 이 사태를 만든 작자들이 문제 아닌가요"라며 해병대전우회의 입장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해병대 8**기라는 예비역 해병대원은 입장문 세 번째에 나온 "해병대는 충성스런 군대로 국군통수권과 지휘계통을 최고 준엄한 가치로 여긴다"는 부분에 대해서 "비정상적인 국군통수권자와 지휘계통이 아닌 국민과 국가에 충성하는 것을 최고의 준엄한 가치로 여기는 것이 가장 명예로운 해병대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죄송하지만 빨간 명찰 반납하시라"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직해임 집행정지 신청 첫 심문에 출석하며 전우들과 인사하고 있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직해임 집행정지 신청 첫 심문에 출석하며 전우들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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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해병대원들은 입장문을 발표한 해병대전우회 집행부에 대한 비판도 노골적으로 쏟아냈다. 

"이것이 정녕 우리 해병대전우회 입장문입니까! 부끄럽습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정권을 위해 충성했습니까! 우리는 오직 국민과 국가와 해병대를 위해 존재해 왔습니다. 이런 자긍심 하나로 복무했고 전역한 지 이십 년이 더 지났지만 지금도 나는 해병대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으로 살고 있습니다. 우리 해병대에게 정치라는 색이 입혀지는 순간 우리는 우리를 신뢰해 왔던 국민들과 해병들 그리고 해병가족들에게 외면받게 될 것입니다.

전우회 회장님 그리고 집행부 여러분!

당신들은 전우회 이름 팔아가며 치졸한 권력을 짧게 누리다 가시겠지만, 남겨진 해병들은 긴 시간 고통받게 될 것입니다. 해병은 전장에 전우를 두고 오지 않는다고 배웠습니다. 부디 해병들을 전장에 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은 여기서 멈춰주시기 바랍니다. 권력에 기생하시려거든 죄송하지만 빨간 명찰은 반납해 주시기 바랍니다."
- 닉네임 평*


또 ROKMC_10**라고 해병대 기수를 밝힌 이는 "(해병대전우회 입장문에는) 국가와 국민의 정의를 위해 싸우는 해병을 정치적 목적으로 옷 벗게 하려는 이 행태에 대한 비판은 하나도 없었다"면서 "이러니 해병대전우회가 욕을 먹는 것이다. 100만 예비역들이 언제 저 의견에 동의했느냐"고 지적했다.

김**라는 예비역 해병대원도 "무분별하게 벌어지는 작금의 행태는 바로 사건 축소·왜곡 지시를 하고, 이를 거부한 박정훈 대령을 보직 해임하고 항명죄로 구속시키려 한 국방부가 초래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여기서 중립기어 박고 입 닫고 가만있으라는 것은 결국 진실과 정의를 외면하라는 소리밖에 안 됩니다. 그건 해병대 정신이 아닙니다"라며 "이따위 입장문을 낸 전우회 총재와 임원들이야말로 빨간 명찰 떼고 팔각모를 벗으십시오. 당신들이 부끄럽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병 9**라고 밝힌 이는 "해병대원이 높으신 분들 비위 맞추려고 무리한 수색을 하다가 죽었습니다. 그걸 밝히려고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자기 모든 걸 걸고 수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해병대전우회가 정부를 옹호하는 입장문을 내면 되나요?"라며 "해병대 대원들 사기를 떨어뜨리는 게 이따위 입장문 아닌가요? 무엇이 해병대를 위한 것인지는 선배님들이 깊이 고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해병대전우회는 지난 8월 14일에도 '해병대 순직 장병 수사 관련 입장문'을 내놓았다. 당시에는 "비극적인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고 원인을 분명하게 밝히고 강력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9월 5일 입장문에는 이런 내용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한 이번 입장문에는 해병대 역대 사령관이 빠져 있다. 

채 상병은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했고, 사망 경위를 조사해 온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해임된 뒤 항명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의 조사를 받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해병대전우회, #해병대, #박정훈 대령, #채 모 상병 ,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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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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