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다큐멘터리 <당신과 나를 잇는 법>은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의 첫번째 놀이터 프로젝트다. 다섯 명의 신진 여성감독과 차별의 감각에 대해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본다. [편집자말]
다큐멘터리 <당신과 나를 잇는 법>은 '나이 어린 여성'으로서 경험한, 자신의 안과 밖으로 존재하는 차별의 이야기를 꺼내어 보인다. 4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나와 가깝게 느껴지는 경험들을 사려 깊게 펼쳐 보일 때면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함께 건너는 것 같아 반갑다가도, 머뭇거리고 고민하며 던지는 질문에 같이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4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

영화는 차별이라는 말 앞에서 망설여지고 곤란했던 지점들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윤석열 정부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말은 폭력과 차별 앞에 혼자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말과 다름 아님을 힘주어 비판할 준비가 되어 있다가도, 누구보다 강인하고 그래서 이해받고 싶은 할머니의 얼굴로 여성가족부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말이 돌아올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함께 막막해졌다.

장애운동가이자 자폐성 장애를 가진 자녀 인찬과의 윤리적 관계를 고민하는 남실은 장애인의 돌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국가에 책임을 요구하기 위해 삭발을 하려 한다. 하지만 장애 당사자 인찬은 나 때문이라는 자책감을 떨치지 못하겠다며 남실에게 삭발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영화는 부모이자 장애활동가로서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지 같이 고민해 보게 만든다.

우울증에 대한 턱없이 낮은 사회적 이해도는 '나'를 숨 막히게 만들지만 정신장애에 대한 낙인으로부터 스스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기도,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사회적 반응에 따라 경험의 내용이 얼마나 달라지는가를 확인하게 되기도 했다.
     
당신과 나를 잇는 법 포스터 당신과 나를 잇는 법 포스터 / 포스터 디자인 유승우

▲ 당신과 나를 잇는 법 포스터 당신과 나를 잇는 법 포스터 / 포스터 디자인 유승우 ⓒ 연분홍치마

 

나는 누군가의 곁이 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영화 말미에 나오는 '우리는 서로의 곁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계속 따라다녔다. 이 다큐멘터리의 배경처럼, 촛불집회나 '페미니즘 리부트'와 같이 정치적으로 고양된 시기에 나도 페미니즘을 만나고 학내 인권활동을 했다. 활동을 하면서 처음 만나는 책임감과 부채감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와 같은 질문들을 마주하게 됐다.

이 영화를 보면서는 이런 질문들이 나는 누군가의 곁이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과 겹쳐져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차별과 폭력을 경험한 이들이 '누구도 이런 일을 당해서는 안돼'라고 목소리 내는 일을 함께하고, 우리가 속한 공간이 더 나은 곳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이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설득하는 일은 또한 나 스스로 동료로서 자리를 찾는 시간이었고, 곁이 되는 방법과 윤리를 고민하게 됐던 순간들이었다. 그건 우리는 서로 달라서 듣지 않으면 모르는 이야기가 있었고, 맞다고 생각한 행동들이 나 혹은 '너'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일이었다.
 
다큐멘터리를 여닫는 장면은 차별금지법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앞 농성장이었다. 나도 작년 봄 농성장을 지키면서 이곳에는 훈련된 동료시민들이 모여있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의 차별 경험들을 들여다보면서 서로 계속된 말 걸기와 이에 응답하는 법이 모색되었기 때문이다. 차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는 차별을 처벌하고, 규제하고, 예방하기 어렵다.

또한 차별의 구조 속에서 서로 관계 맺고 있는 서로의 경험을 이해하고 응답하기 어렵게 만든다. 차별금지법 농성장에서 열렸던 말하기 장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고 응답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에게 보장하고, 이를 통해 각자 평등을 훈련하며, 서로가 서로의 곁으로 등장하는 장면을 이 다정한 영화를 보며 더 많은 사람들이 상상해 보았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당신과 나를 잇는 법>은 8월 25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첫번째 기획상영을 앞두고 텀블벅을 통해 모금을 진행하며 소식을 알리고 있다.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에서 활동하는 동은님이 써준 리뷰이다. 

※글쓴이 소개 
💟동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동료시민들과 막막함을 견디며 단정하고 활기차게 활동하고 싶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이 성별권력관계와 남성중심적인 사회문화의 문제임을 알리고 평등과 인권을 향한 법‧제도를 만들어 왔습니다. 성폭력 피해자 상담 및 지원을 통해 여성, 소수자들의 억압된 경험을 성폭력으로 재정의하는 균열과 변화에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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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는 여성주의 감수성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연대하며 다큐멘터리를 제작합니다. 마마상, 3XFTM,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종로의 기적, 두 개의 문, 노라노, 공동정범, 안녕히어로, 플레이온, 무브@8PM, 너에게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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