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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교육청 ‘조선수군 재건길 답사단’의 전현직 교사들이 섬진강변을 따라 하동 악양에서 화개 방면으로 걷고 있다. 지난 8월 5일이다.
 전남도교육청 ‘조선수군 재건길 답사단’의 전현직 교사들이 섬진강변을 따라 하동 악양에서 화개 방면으로 걷고 있다. 지난 8월 5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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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걸으면서 두눈으로 보고,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남은 유적은 물론이고, 풍경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왜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했는지, 실감도 합니다. 우리 모두가 전라도 백성들의 헌신과 희생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로 삼고 싶습니다."

김홍렬 전 순천공고 교장의 말이다. 지난 2월 교직에서 퇴임한 김 전 교장은 전남도교육청 '조선수군 재건길 답사단'의 현장 답사를 이끌고 있다.

역사를 전공하고, 그동안 발품을 팔아 지역의 속살까지 꿰뚫고 있는 문병빈 전 교사는 걷는 길 곳곳에 숨겨져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 전 교사는 순천금당중학교에서 퇴직했다. 

전·현직 교사 10여명이 참여하는 '조선수군 재건길 답사단'은 지난 3일부터 과거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의 조선수군 재건로를 따라 걸었다. 경남 진주 원계리에서 진도 벽파진까지 500여㎞에 이른다. 조선수군 재건로는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군사를 모집하고 병참 물자와 군량미를 확보하는 등 조선수군을 재건하며 명량대첩을 하러 가는 노정이다. 이는 차후 수업에도 활용될 계획이다.  

이순신이 병사 모으며 일본군 전투 준비하던 바로 그 길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 지르는 섬진강. 왼편은 경상도, 오른편은 전라도에 속한다. 지난 8월 5일 풍경이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 지르는 섬진강. 왼편은 경상도, 오른편은 전라도에 속한다. 지난 8월 5일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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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빈 전 교사가 지난 8월 6일 구례 조선수군 출정공원에서 정유재란 때 구례지역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 전 교사는 역사 교사로 재직했다.
 문병빈 전 교사가 지난 8월 6일 구례 조선수군 출정공원에서 정유재란 때 구례지역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 전 교사는 역사 교사로 재직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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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종군하던 이순신은 1597년 음력 8월 3일 삼도수군통제사로 다시 임명된 뒤 진주에서 하동을 거쳐 구례, 곡성, 순천, 보성, 장흥, 해남, 진도 등에서 병사를 모으고 군량미를 확보하며 일본군과 건곤일척의 전투를 준비했다.

이순신은 남도에서 재건한 조선수군으로 그해 9월 16일(양력 10월 26일) 울돌목에서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명량대첩의 승리를 일궈냈다. 조정의 지원을 받기는커녕 수군 철폐령까지 내려지는 악조건 속에서도 전라도에서, 전라도 백성들의 지원을 받아 조선수군 재건에 성공한 덕분이었다.
  
전남도교육청 ‘조선수군 재건길 답사단’의 전현직 교사들이 여름 한낮의 땡볕에 맞서 지리산 자락을 걷고 있다. 지난 8월 6일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풍경이다.
 전남도교육청 ‘조선수군 재건길 답사단’의 전현직 교사들이 여름 한낮의 땡볕에 맞서 지리산 자락을 걷고 있다. 지난 8월 6일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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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 구간으로 나눠 진행하는 조선수군 재건로 답사에는 김 전 교장 외에도 문병빈, 서재준, 이우철, 박영희 등 퇴직 교사들이 함께하고 있다. 강정희, 오광성 등 현직 교사들도 일부 지역 구간을 함께 걷는다.

연인원 150여 명이 함께 하는 답사였다. 참가자들은 모두 전남의 일선 학교에서 근무했거나, 근무하고 있는 전문적학습공동체(회장 김금희) 소속 교사들이다.

답사는 8월 3일부터 13일까지, 또 오는 30일부터 9월 9일까지 1·2차로 나눠 진행한다. 9월 1일 장흥에서 열릴 이순신 축제, 9월 8∼10일 울돌목에서 열리는 명량대첩 축제도 참관할 예정이다. 행정적인 뒷받침은 전남도교육청 지리산학생수련장(소장 정성일)이 맡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조선수군재건길 걷기 대장정에 나서는 전남도교육청 답사단이 지난 8월 3일 진주 원계리 손경례의 집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신민호(가운데)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이 격려차 방문했다.
 이순신 장군의 조선수군재건길 걷기 대장정에 나서는 전남도교육청 답사단이 지난 8월 3일 진주 원계리 손경례의 집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신민호(가운데)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이 격려차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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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대장정은 지난 8월 3일 진주 원계리 손경례의 집에서 시작됐다. 손경례의 집은 백의종군하던 이순신이 제3대 삼도수군통제사 임명 교지를 받은 곳이다. 1597년 음력 8월 3일이었다.

"물론 양력과 음력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날짜에 맞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맹위를 떨치고 있는 한여름 무더위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여러 선생님들의 참여를 위해서 방학기간으로 잡았습니다. 폭염도 우리 선생님들의 기세를 꺾을 수는 없습니다. 파이팅!"

김홍렬 전 교장의 말이다.
  
조선수군재건길 답사에 나선 전현직 교사들이 섬진강변의 차밭을 지나고 있다. 지난 8월 5일이다.
 조선수군재건길 답사에 나선 전현직 교사들이 섬진강변의 차밭을 지나고 있다. 지난 8월 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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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출정식을 갖고 손경례의 집을 출발한 답사단은 진배미 유적을 거쳐 덕천강을 건넜다. 진배미 유적은 이순신 장군이 군사들을 훈련시킨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백의종군의 마지막 지점이기도 하다.

답사단은 진배미 유적에서 하동군 옥정면 소재지를 거쳐 백토재, 황토재를 넘어 횡천면까지 22㎞를 걸었다. 둘째 날엔 횡천면에서 적량초등학교와 금강마을·두곡마을을 거쳐 평사리공원까지 갔다.

"진주에서 하동으로 가는 길이 첩첩산중이었습니다. 고개를 여러 개 넘었습니다. 몸이 아직 적응되지 않은 상태에서 힘이 많이 들었죠. 이순신 장군은 한달음에 달려 구례까지 갔다지만, 저한테는 하동까지도 강행군이었습니다."

답사단에 참여하고 있는 이우철 전 교사의 말이다. 지난 2월 무안고교에서 퇴직한 이 전 교사는 답사단의 기록을 맡아 걸으면서 사진을 찍고 동영상까지 촬영하고 있다. 걷기만 하는 사람보다 힘이 몇 배 더 드는 건 당연했다.
  
조선수군 재건길 답사단이 지난 8월 5일 찾은 섬진강변의 구례 석주관 풍경. 석주관은 정유재란 때 일본군에 맞서 싸우다가 전사한 의병과 승병들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조선수군 재건길 답사단이 지난 8월 5일 찾은 섬진강변의 구례 석주관 풍경. 석주관은 정유재란 때 일본군에 맞서 싸우다가 전사한 의병과 승병들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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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길을 따라 걷기에 나선 문병빈 전 교사가 구례 섬진강변을 따라 걷고 있다. 지난 8월 6일 해지기 직전 모습이다.
 이순신길을 따라 걷기에 나선 문병빈 전 교사가 구례 섬진강변을 따라 걷고 있다. 지난 8월 6일 해지기 직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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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엔 평사리공원에서 최참판댁, 화개장터를 거쳐 섬진강변을 따라 경상남도 도계를 넘었다. 전라남도 땅에선 피아골 입구를 지나 석주관까지 걸었다.

석주관은 당시 일본군에 맞서 싸우다가 전사한 의병과 승병들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넷째 날은 석주관에서 운조루, 용호정을 거쳐 정유재란 출정공원, 섬진강 대숲을 지나 구례구까지 갔다.

구례읍에 있는 정유재란 출정공원은 사실상 이순신 장군이 조선수군 재건의 첫발을 내디딘 곳이다. 구례는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이순신이 가장 먼저 찾은 관청(구례현청)이 있었다.

출정공원은 백의종군 때도, 조선수군 재건 때도 이순신을 가장 먼저 맞아준 손인필의 비각이 있던 자리에 들어서 있다. 공원의 너럭바위는 '백의(白衣)바위'로 이름 붙여져 있다. 손인필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일본군에 맞서 싸우다가 노량해전에서 전사했다.

이순신 '난중일기' 쓰던 그 마음으로
  
조선수군재건길 걷기에 참가한 서재준 전 교사가 옛 구례현청 자리에 들어선 구례읍사무소 풍경을 사진에 담고 있다. 지난 8월 6일이다.
 조선수군재건길 걷기에 참가한 서재준 전 교사가 옛 구례현청 자리에 들어선 구례읍사무소 풍경을 사진에 담고 있다. 지난 8월 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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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 대숲길을 따라 걷고 있는 정성일 전남도교육청 지리산학생수련장 소장. 조선수군 재건길 답사팀의 행정 지원은 물론 온갖 궂은 일까지 뒷바라지를 책임지고 있다.
 섬진강변 대숲길을 따라 걷고 있는 정성일 전남도교육청 지리산학생수련장 소장. 조선수군 재건길 답사팀의 행정 지원은 물론 온갖 궂은 일까지 뒷바라지를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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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는 날마다 20여㎞ 넘게 걸으며 유적지를 찾아다니고 참배하는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여름의 땡볕과 폭염을 감안해 답사는 새벽에 시작한다. 점심을 먹고 한두 시간 쉰 뒤에 해질 무렵까지 계속된다.

저녁엔 이순신 장군의 마음가짐으로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한다.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를 쓰던 그 마음으로 답사 기록도 정리한다.

"이순신 장군의 숨결을 따라서 남도의 산길과 들길, 마을 길을 걷습니다. 산과 들에 눈을 맞추고, 길에서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도 나눕니다. 차를 타고 달리면서 만날 수 없던 지역의 속살을, 걸으면서 하나씩 접하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8월 5일) 밤에는 화엄사에서 열린 모기장 영화음악회도 함께 봤습니다. 이제 걷는 생활에 적응하면서 여유도 찾고 있습니다."

박영희 전 교사의 말이다. 박 전 교사는 지난 2월 나주금천중학교에서 퇴직했다.
  
8월 5일 토요일 밤에 지리산 화엄사에서 열린 모기장 영화 음악회 풍경. 조선수군 재건길 걷기에 나선 전현직 교사들도 함께 봤다.
 8월 5일 토요일 밤에 지리산 화엄사에서 열린 모기장 영화 음악회 풍경. 조선수군 재건길 걷기에 나선 전현직 교사들도 함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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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수군 재건에 나선 이순신 장군은 구례와 곡성에서 병사들을 모으고 순천에서 무기와 대포, 화약, 화살을 구했다. 보성에선 군량미를 다량 확보했다. 조정의 수군 철폐령에 맞서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선이 있다(今臣戰船 尙有十二)'는 내용의 장계를 써서 상소를 올린 곳도 보성이었다. 장흥에선 조선수군의 남은 함대 12척을 회수해 수군의 면모를 갖췄다.

답사단은 온갖 악조건에서도 철저한 준비를 통해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전과를 거둔 이순신 장군의 지략과 투혼을 배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당시 이순신 장군의 지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오늘날 우리 앞에 닥친 역경을 현명하게 헤쳐 나가려는 바람도 갖고 있다.

"조선수군 재건로를 따라 걷는 길에도 볼거리가 많습니다. 섬진강과 보성강은 물론이고 순천 낙안읍성, 보성 차밭, 강진 마량항, 완도 고금도와 신지도, 해남 땅끝, 해남 우수영, 진도대교, 벽파진까지. 이런 데를 하나씩 다 만난다고 생각하면 흥분까지 됩니다. 감동적인 여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재준 전 교사의 말이다. 서 교사는 공립 대안학교인 강진 청람중학교에서 교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완도 고금도의 충무사 전경.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 전투를 위한 통제영을 설치했던 곳이다. 조선수군 재건길 답사단은 오는 9월 3일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완도 고금도의 충무사 전경.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 전투를 위한 통제영을 설치했던 곳이다. 조선수군 재건길 답사단은 오는 9월 3일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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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고금도와 신지도를 잇는 장보고대교 전경. 전남도교육청의 조선수군 재건길 답사팀은 강진 마량에서 완도 고금도와 신지도, 완도본섬을 거쳐 해남 북평면으로 이동하는 코스를 선택했다. 답사팀은 오는 9월 3일 장보고대교를 건널 예정이다.
 완도 고금도와 신지도를 잇는 장보고대교 전경. 전남도교육청의 조선수군 재건길 답사팀은 강진 마량에서 완도 고금도와 신지도, 완도본섬을 거쳐 해남 북평면으로 이동하는 코스를 선택했다. 답사팀은 오는 9월 3일 장보고대교를 건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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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잖아요. 우리 선조들이 목숨 걸고 싸워 지켰기에 오늘의 우리가 존재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전·현직 교사들이 함께 역사의 현장을 직접 걸으면서 의미를 되새기고, 학생들의 수업과 체험을 위한 자료집도 만들 계획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남도의병의 희생을 제대로 알고, 또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정성일 전남도교육청 지리산학생수련장 소장의 말이다.

오늘도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를 따라 한여름 땡볕에 맞서 길 위에 나선 전남의 교사 답사단원들, 그들의 힘찬 발걸음을 응원한다. 여름방학을 맞아 정유재란 때로 시간여행을 떠난 전·현직 교사들의 흥미진진한 답사기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 자료집도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해남과 진도 사이에 자리한 울돌목과 진도대교 전경.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재건한 조선수군을 이끌고 일본군에 맞서 명량대첩을 이룬 곳이다. 전남도교육청의 조선수군 재건길 답사단은 오는 9월 9일 이곳을 건널 예정이다.
 해남과 진도 사이에 자리한 울돌목과 진도대교 전경.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재건한 조선수군을 이끌고 일본군에 맞서 명량대첩을 이룬 곳이다. 전남도교육청의 조선수군 재건길 답사단은 오는 9월 9일 이곳을 건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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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조선수군재건로, #전남도교육청, #지리산학생수련장, #섬진강, #구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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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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