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스토퍼> 시즌 2 포스터

<하트스토퍼> 시즌 2 포스터 ⓒ NETFLIX

 
"네가 내 남자친구인 걸 자랑하고 싶어!"

하이틴 드라마라면 한 번쯤 나오는 이 대사. 청소년들은 왜 사랑에 빠지면 자신들의 열애 사실을 뉴스 속보에 싣고 싶어 할까. 오랜 망설임 끝에, 주인공들이 수줍은 듯 손을 맞잡고 복도에 나서면 주변 이들의 환호가 터진다. 그때마다 복도 끝에 숨은 찌질한 엑스트라 1의 혼잣말에 고개 끄덕이게 된다. "니들 연애, 아무도 안 궁금해."
 
그러나 <하트스토퍼>라면 다르다. 학교에서 남몰래 키스해도, 친구들 틈에서 몰래 눈짓을 주고받아도, 함께 손을 잡고 걸어도 남들 눈에는 '절친'으로 보이는 사이. 이들이라면 대놓고 애정 행각을 벌여도 대환영, 절대 TMI 취급하지 않겠다. 철저히 이성애 중심적인 '하이틴' 장르물에 찾아온 무지갯빛 사랑, <하트스토퍼> 시즌 2가 돌아왔다.
 
내 남자친구를 소개합니다
 
 <하트스토퍼> 시즌 2 스틸컷

<하트스토퍼> 시즌 2 스틸컷 ⓒ NETFLIX

 
<하트스토퍼> 속 닉은 정석적인 하이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럭비부 주장인 데다, 큰 키와 훤칠한 외모 탓에 여학생들의 고백은 끊이질 않는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하이틴 드라마의 남주 같지만, 그에게는 남자친구 찰리가 있다. 그렇다면 그는 게이인가? 정확히 말하면, 그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끌림이 있는 바이(bi)다.

사랑스러운 남친을 자랑하고 싶어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커밍아웃'은 여간 어렵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엄마와 달리, 친형은 '너는 바이가 아니라 게이'라며 편견을 강요하고 친한 럭비팀 친구들은 마초적이라 꺼려진다. 매일 커밍아웃을 결심하지만, 누군가 둘의 사이를 물어보면 "조회 시간에 같이 앉는 친구"라고 대답하게 되고. 답답한 닉에 찰리는 저만의 위로를 던진다.

반드시 커밍아웃할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언제든지 네가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해도 된다는 찰리의 말에 닉은 가벼워진다. <하트스토퍼> 속 주인공은 '커밍아웃'이란 무거운 주제로 고민하지만, 해결책은 간단하다. 성 정체성을 밝히는 건 오직 자신의 의사에 달려있을 뿐. 이로 인해 혼란스러운 청소년에게 '원치 않으면 세상에 너를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하트스토퍼>에는 다양한 LGBT 청소년이 등장한다. 레즈비언 커플 달시와 타라, 트랜스젠더 엘 등 캐릭터마다 자신이 가진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와 부딪히며 온전한 나를 찾아간다. 동시에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LGBT'라는 정체성에 갇히지 않고 평범한 청소년이라면 겪을 법한 성장 서사로 완성된다. 심각하게 고민해도 연인의 DM 한 번에 풀리는, 철없는 '하이틴'들이다.
  
LGBT 하이틴물이 현실의 하이틴에게
 
 루크 폴라드 영국 하원의원은 '나는 <하트스토퍼>가 자신의 인생을 구했다는 사람들의 메시지를 받고 있다. 이는 가시성과 평등에 관한 문제"라고 밝혔다

루크 폴라드 영국 하원의원은 '나는 <하트스토퍼>가 자신의 인생을 구했다는 사람들의 메시지를 받고 있다. 이는 가시성과 평등에 관한 문제"라고 밝혔다 ⓒ LukePollard

 
10대들의 로망을 담은 하이틴 장르인 만큼 LGBT 캐릭터가 등장하는 하이틴 드라마는 그 자체로 퀴어 청소년에게 남다른 의미다. 2022년 6월 트랜스 전환 치료를 주제로 열린 영국 의회 토론에서 루크 폴라드 영국 하원의원은 "<하트스토퍼> 속 트랜스 젠더 캐릭터가 재현되면서 실제 사람들의 삶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 매체 속 LGBT 캐릭터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미국 영화 비평 사이트 IMDB에는 <하트스토퍼>에 대한 시청자들의 환영이 이어졌다. "LGBT 캐릭터가 평범한 청소년처럼 묘사되어 기쁘다", "LGBT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라면 더욱 반가운 이야기" 등 긍정적인 의견이 이어졌고 특히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하트스토퍼> 같은 작품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반응도 대다수이다.

LGBT 캐릭터가 등장하는 콘텐츠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넷플릭스 하이틴 드라마 <영로열스> <네버 해브 아이 에버> 모두 LGBT 캐릭터와 성 정체성에 대한 10대들의 고민을 전면에 내세워 화제작의 반열에 올랐다. 이젠 완벽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사랑이 아닌 진짜 '나'를 찾아서 떠난 성 소수자 캐릭터가 하이틴의 기억에 자리잡고 있다.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고요

<하트스토퍼> 속 닉은 자신의 절친에게 커밍아웃을 망설였지만, 그는 이미 닉과 찰리의 사이를 알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희 사이, 눈에 훤히 보여." 역시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는 걸까. 감출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은 점점 밖으로 튀어 나가고 있다.

학교에서 다 같이 가는 파리 여행에서는 남들처럼 손잡고 에펠탑 앞에서 키스하고 싶다는 그들의 소원. 그러나 현실은 진한 입맞춤을 나누는 이성애자 커플 옆에서 친구처럼 서 있는 신세. <하트스토퍼>의 무지개에 낀 먹구름이 어서 개이길 바라며, 과연 닉의 커밍아웃과 그를 지키겠다는 찰리의 다짐은 성공적일까.
넷플릭스 하트스토퍼 LGBT 퀴어 하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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