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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오미산에 들어선 풍력발전기들
 경북 봉화군 오미산에 들어선 풍력발전기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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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포장돼 있지만 건설과정에 수많은 아름드리 산림과 야생동물의 서식처를 훼손하고 일반 소음과 저주파 소음을 일으켜 건강 피해를 입혀 주변 지가를 떨어뜨리는 아주 위험한 산업이다."

"아니다. 위험천만한 핵발전과 이 기후 위기 시대에 석탄발전을 대체할 아주 중요한 신재생에너지로 널리 장려되어야 한다."


이처럼 국내에선 풍력산업에 대해 극단적으로 엇갈린 반응이 존재한다.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것 같다. 풍력산업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 지난 주말 그 현장의 한 곳인 경북 봉화의 오지 오미산에 선 풍력 단지를 찾았다.

그곳에서 지역 주민을 만나 안내를 받고, 이곳뿐만 아니라 봉화군에 앞으로 우후죽순 들어설 풍력발전기 때문에 생긴 봉화군풍력저지위원회 사람들에게 이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왜 반대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들어봤다.

오미산 풍력단지 현장을 찾다

지난 7월 29일 일요일 오후 경북 북부의 오지 중의 오지인 오미산(1076미터) 산등성이에 들어선 오미산 풍력단지 현장을 찾았다. 오미산 풍력단지로 오르기 위해선 영풍석포제련소로 유명한 동네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 면 소재지를 지나야 한다. 석포면을 지나 반야계곡 쪽으로 차를 몰아 계곡을 따라 쭉 올라가야 한다.

그 길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으로 향해 있었다. 간간이 보이는 집들과 고랭지 채소로 유명한 채소밭들이 보이고 작지만 아름다운 계곡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렇게 산을 계속 오르면 일반 도로가 끝나고 임도가 나오고, 그 임도를 따라서 한참을 올라가면 드디어 오미산 정상 부근 능선에 이른다.

급경사면을 따라 시멘트로 공사용 진입도로가 놓였고 그 도로는 능선으로 향해 오미산 정상부까지 이어져 있었다. 정상부에 이르자 능선을 따라 죽 도열해 늘어선 풍력발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서부터 보이기 시작하던 풍력발전기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엄청난 규모로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드디어 풍력발전기 14기가 도열해 선 오미산 정상에 섰다. 정상 능선을 따라 폭 6미터 진입도로는 마치 신작로처럼 닦여 있고 초등학교 운동장 넓이의 면적에 육중한 풍력발전기가 하나씩 들어서 있다.

길이 20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쇳덩이가 산 정상에 박혀 있는 것이다. 아름드리나무들이 울창해야 할 곳에 도로가 나있고 그 중간중간에 거대한 쇠막대인 풍력발전기가 들어서 있는 것은 분명 낯설고 이질적인 풍경이다.

아직 발전기가 가동하고 있지 않아 소음은 전혀 없었지만, 그 자체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풍경임은 분명했다. 능선이 이렇게 깎이고 아름드리나무가 베어졌으니 산림 훼손은 물론이고 담비나 산양, 노루 같은 야생동물들의 서식처가 망가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였다.

동행한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들 중에서 "꼭 이곳이야 하는가? 유럽이나 중국처럼 소규모로 들판이나 바다 등에 들어설 수는 없는가" 하는 안타까움의 탄식이 들여온다.

왜 반대하나

봉화군풍력저지위원회 박성인 실장에 따르면 이렇게 건설된 오미산의 14기 발전기는 올 연말 상업 가동을 준비중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란 것이다. 이곳 오미산에만 해도 연장 공사가 준비중에 있다고 한다. 공사를 연장해서 울진 금강송면 전곡리와 봉화군 소천면 승부리 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곳 또한 벌써 벌목이 다 끝나 작업로를 개설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오미산의 2차 공사로 길이가 8㎞ 이상으로 봉화군과 울진군에 걸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도로 개설 인허가에 문제가 있어서 민원이 제기된 상태로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라고 한다.
 
경북 봉화 오미산에 들어선 풍력 발전기 14기가 도열해 있다.
 경북 봉화 오미산에 들어선 풍력 발전기 14기가 도열해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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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전기발전위원회 허가가 난 곳이 명호면 만리산, 소천면 청량산, 춘양면 우구치리 3곳이고, 이곳들은 봉화군의 개발 행위 승인만 나면 공사에 들어갈 수 있는 지역이다. 또 풍황 계측기가 설치된 곳이 소천면 비룡산, 춘양면 도심리, 석포면 육송정, 법전면 어지리, 법전면 눌산리, 재산면 갈산리 6개소 12곳이라 한다. 계측기가 들어서면 90%는 풍력단지가 들어선다고 한다.

문제는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도 지역주민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장 등 한두 명만 알고 절대 다수의 주민들은 전혀 모르는 '깜깜이' 개발로 인해 마을공동체가 깨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 실장은 다음과 같이 그간 본인이 알아본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이런 시설이 들어서게 되더라도 편의를 제공받게 되는 극히 일부 소수의 주민과 직접적 혹은 간접적 피해에 노출되는 절대다수 대부분의 주민은 필연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민원과 갈등이 생긴다. 예컨대 반대하는 주민과 찬성하는 주민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마을공동체 전체가 서로 반목하게 된다. 인근 영양군의 경우 법정 다툼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으며 심지어 스스로 목숨까지 버리는 상황도 목격했다."

왜 그렇게 이 사업을 반대하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박 실장은 먼저 환경 문제에 대해 말한다. 그는 "6미터 포장도로 확보를 위해 좌우 10미터 정도 파헤치는데 아름드리나무가 다 베어지고 산 능선이 벌거숭이가 된다"고 했다.

그리고 또 "농사가 안된다. 기껏 되는 것이 무나 배추 정도다. 사과나 과실수는 전혀 안된다. 벌이나 곤충이 살 수 없기 때문"이라 했다. 또한 "야생동물들도 살 수가 없다. 농사 피해를 입히는 고라니나 노루, 멧돼지가 전혀 안 온다. 동물들이 알아서 피한다. 영양이 현재 그렇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전라도의 한 축사의 경우 풍력발전기가 1㎞ 부근에 있는데 소가 계속 유산을 했다"고 하고 "유럽에서도 같은 피해를 입어서 정부 차원에서 농장 전체를 이전시켜 준 사례가 있다고 들었다"고도 했다.

또 하나 문제는 이 사업을 대기업들이 나서서 하고 있다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자연이 훼손되거나 말거나, 마을공동체가 망가지거나 말거나 자신들의 잇속만 챙긴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이 사업에 적극 나서는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캠페인으로 이는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발전된 전력으로 사용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글로벌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 때문에 국내 대기업 중심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RE100을 따라서 기업 이미지가 제고되고 매출 등도 늘어나기 때문에 앞으로 친환경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고 그래서 대기업들이 풍력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 같다."

그는 현재의 에너지 발전 방식도 문제라 지적했다. 그는 "생산 설비 과잉이다. 전라도와 제주의 태양광과 풍력이 설비의 10% 정도만 생산하고 있다. 한 달에 3일 정도 발전한다"면서 "있는 설비들만 100% 가까이 전력 생산해도 풍력 발전기를 더 이상 안 지어도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금의 구조만 바꿔도 이런 식의 개발 행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런 것은 국가적인 과제인 것이고 그래서 봉화군풍력저지위원회를 중심으로 현재 봉화군에서 진행되는 풍력발전단지 사업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대안은 없나
 
풍력발전기 앞에 선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들
 풍력발전기 앞에 선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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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산자부 승인이 난 곳이 3곳이지만 봉화군이 개발 행위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 공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지난 7월 29일 봉화군수를 만나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요구했다고 한다.

"▲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풍력발전시설 설치에 대해 단호하게 불허할 것, ▲ 21년 7월 1일 자로 재개정된 풍력발전 관련 봉화군 조례를 봉화군의 미래와 군민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개정할 것, ▲ 풍력 관련 조례 개정을 위한 군민의견 수렴 창구를 23년 8월까지 꼭 마련할 것, ▲ 풍력발전시설 설치를 위한 풍황 계측기 설치와 관련하여 군청 인허가시 설치 장소 1km 이내 거주하는 모든 주민에게 반드시 설치 설명회를 실시할 것, ▲ 개인업자와 기업만 배 불리는 풍력 발전을 멈추고 봉화군 주도하에 관 주도형 사업으로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의 설명 속에 대안이 들어 있는 것 같다. 그의 주장대로 주민들도 모르는 깜깜이 개발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개별 기업 중심이 아닌 관 주도하에 주민들과 함께하는 계획입지제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식이 아니라 현행과 같은 방식으로 풍력발전단지를 만든다면 주민들과 계속해서 대립만 할 뿐이란 것이다.

박 실장은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현행과 같은 풍력개발 방식은 친환경적이지도 않고 대안적이지도 않다. 첩첩산중의 오지만을 골라서 우후죽순 거대한 풍력발전기를 대규모로 꽂는 방식이 아니라, 소규모 분산형으로 주민들과 충분히 협의하는 방식으로 가야지만 환경 파괴를 줄이고 주민 수용성도 높이면서 대안 에너지의 가치를 지킬 수가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풍력발전, #신재새에너지, #오미산, #경북 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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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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