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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12월 21일 열린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2023년을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원년으로 선포하면서 최우선 과제로 노동개혁을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개혁 과제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강조하며 "'노·노간 착취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저임금이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 생계비 수준에 맞는 적정한 수준의 인상과 함께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제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개선에 가장 큰 효과를 내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의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고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최저임금제는 임금 격차 축소와 불평등 완화에 가장 효과적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6월 기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꾸준히 개선되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지난해 다시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정규직과 비교해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70.6%로 2021년(72.9%)보다 2.3% 줄었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비율이 줄어든 것은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16.9%로 10년 만에 상승으로 전환됐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임금 격차는 그 자체로 경제성과가 불평등하게 배분됐다는 의미이고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질임금 감소 같은 문제도 낳는다"며 "2020년 이후 제한된 최저임금을 인상하거나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는 등 임금 격차를 줄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저임금 심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무주택 1인 가구 노동자'의 한 달 평균 생계비가 241만 원이라는 실태조사가 공개돼 내년 최저임금이 어떻게 결정될지 관심이 높다. 이번에 조사된 '비혼 단신근로자 생계비' 241만 원은 전년보다 9.3% 오른 것으로 노동계의 요구에 근접했다. 노동계는 2024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24.7% 인상한 시급 1만 2천 원(월 209시간 기준 250만 8천 원)을 요구하고 있다(최저임금위원회는 19일 오전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9860원으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 편집자 말).

최저임금 결정 때마다 경제계의 이해를 대변해 온 경제신문 등 보수신문들은 확인되지 않은 근거를 들며 연일 이데올로기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주된 근거는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충격으로 인해 고용이 감소한다"라는 주장이다. 

한국경제는 첫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는 지난 2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인력 구조조정을 야기하고 기계화•자동화를 가속화해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과 저임금 근로자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다"라는 경영계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매일경제도 6월 6일 사설 <'을과 을의 싸움'만 부추기는 최저임금 결정시스템 개혁해야>에서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려다 고용이 되레 위축되는 '최저임금의 역설'이 벌어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 수가 2018년 398만 7000명에서 2022년 426만 7000명으로 늘었다는 소상공인연합회 조사를 근거로 제시했지만, 그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근거는 없다.

올해 2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2만 5000명(0.6%) 감소한 409만 9000명으로 2019년 1월 이후 48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감소 전환은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기반의 노동자가 줄어든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배달 대행업체 등에 소속된 플랫폼 노동자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 1월 고용동향 분석'에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운수·창고업(배달 라이더 등) 감소 등의 영향으로 감소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대표적 업종으로 거론되고 있는 외식업계는 인력난으로 고사 위기에 놓였다고 아우성이다. 

서울신문은 12일 <서빙 로봇은 거들 뿐••• '서빙 비자' 넓혀야 외식업 숨통?에서 "코로나19 방역이 약 3년 만에 끝났지만 외식업계는 호황을 맞기는커녕 구인난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며 외식산업 분야에서 고용 미스매치가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통계청과 고용노동부 자료를 기초로 2023년 2월 기준으로 전 산업의 '빈 일자리율'이 1.2%인 데 비해 외식업의 경우 2.2%라며, 외식업계는 시급 1만 5천 원(월 313만 원)에도 사람을 구할 수 없는 인력난으로 고사할 것이란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식업계 인건비 상승의 원인이 '구인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신문 분석에 의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구인난의 해법인 셈이다.

6월 7일 열린 '최저임금 인상 대토론회'에서 발제를 한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최저임금의 상승이 고용에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공존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우세한 흐름이지만, 여전히 찬반 논쟁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용철 소장은 발제문에서 영국의 저임금위원회(2003)의 최저임금 효과에 대한 평가를 소개했다.

첫째, 최저임금은 기업 또는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여성, 파트타임, 연소자, 소수민족에 혜택을 주고 있으며 둘째, 최저임금의 부정적 효과를 뒷받침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으며 셋째, 최저임금 도입은 생산성 증대를 가져오지도 않았고 단위노동비용 증가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일경제 6월 5일자 기사
 매일경제 6월 5일자 기사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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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는 6월 5일 1면 첫 기사로 <최저임금 결정방식 확 뜯어고친다>와 3면 <주먹구구 최저임금> 기획 기사를 통해 '최저임금의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을 강하게 주문하면서 현재 근로자 대표로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양대 노총이 '대표성이 없다'며 배제할 것을 주문했다.

매일경제는 "OECD 회원국 중 한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대표적인 국가로는 독일과 영국을 꼽을 수 있다"며 독일을 최저임금의 업종·지역별 차등을 두는 대표적 국가라고 소개했다. 매일경제 기사에 따르면 독일 최저임금은 업종과 지역을 불문하고 일괄 적용하지만 단체협상을 통해 결정된 업종·지역별 최저임금이 국가 최저임금보다 높을 때는 차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매일경제는 국가가 정하는 최저임금과 산별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통해 결정하는 '임금'을 구분하지 못하는 오류를 갖고 있다. 산업별 단체협약이든, 기업별 단체협약이든 노동조합이 교섭을 통해 합의한 '임금'은 당연히 최저임금보다 높을 수밖에 없고, 최저임금을 이유로 노사가 합의한 임금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는 없다.

지역별로 최저임금 차등을 인정하는 나라로 알려진 일본은 지역별 최저임금은 법 규정에도 없을 뿐 아니라 최근 최저임금이 높은 대도시로 청년들이 몰리면서 지역 소멸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지역별 차등을 줄이고 있다. 업종별 최저임금도 일본은 노사가 신청하면 해당 사업장의 지역 최저임금보다 높을 경우만 이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은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하다.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설령 법이 개정되더라도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지역에 낙인효과가 생길 수 있다. 가뜩이나 '좋은 일자리' 부족으로 지역 소멸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별 차등 적용은 불가능하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책정하려면 업종별 임금 실태조사가 있어야 하는데, 업종을 어떻게 구분할지도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실태조사도 없는 상황에서 가능하지 않다. 서비스업만 하더라도 업태가 많고 처지도 다르다. 설령 같은 업태라도 지역별로, 장소별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천태만상인데 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그동안 경영계가 해마다 반복적으로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하지만, 세부적인 방안을 제출하지 못하는 것도 한국의 경우 자영업자의 비율이 매우 높고 영세하며 규모에 따른 소득 차이가 심해 현실적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산입 범위와 관련한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실질임금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의 가장 큰 목적인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보장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장 한도가 사라지는 2024년부터는 전체적으로 대폭적인 실질임금 하락이 불가피하다. 더군다나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4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가 본격화한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감소한 것이다. 직장갑질119와 사단법인우분투재단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91%가 "물가 탓에 사실상 임금이 줄었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이 전국 시민 75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뒤 미조직 노동자 5377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지 않은 미조직 노동자 10명 중 8명이 "올해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꾸려가기 어렵다"며 "물가 상승과 생계비를 반영해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달리 세계는 지금 '최저임금 인상' 열풍이 불고 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해 10월 19일 '적정 최저임금에 관한 입법지침'을 채택했다. 입법지침은 무엇보다 '최저임금의 적정성 확보'를 제시하면서 "단체협약 적용률이 80%에 미치지 못하는 회원국은 이 비율을 높일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사측과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맺는 것이 최저임금을 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독일은 지난해 10월 최저시급을 10.45유로에서 12유로로 인상했는데 1년 10개월 만에 세 차례에 걸쳐 최저임금을 25% 인상했다. 스페인은 올해 1월부터 최저임금을 8% 인상했으며, 영국도 23세 이상 노동자 최저시급을 이달부터 10.42파운드로 10%가량 인상했다. 호주는 2022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5.2% 인상했는데 이는 2006년 이후 최대 인상률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연방 최저임금을 2025년까지 15달러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의회 반대에 부딪히자 행정명령을 통해 지난해 초 연방정부 노동자, 연방정부와 계약을 맺은 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최저시급을 15달러로 인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5%로 하향하며 다섯 차례 연속 전망치를 낮춰 발표했다. 반면 미국 등 세계 경제성장률은 두 차례 연속 상향 조정했다. OECD는 이대로라면 한국은 저성장이 고착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 성장이 더딘 이유는 직접적으로는 반도체 등 수출 부진에 있지만, 고금리·고물가 부담으로 민간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 더 근본적이다.

6월 7일 열린 '최저임금 인상 대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가한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는 최저임금을 '고용' 감소와 연계시키는 재계와 보수언론의 프레임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이 아니라 특정 이익 집단의 이해를 도모하고자 하는 이데올로기적인 행위에 가깝다"라고 비판했다.

보수언론(재벌의 이익을 위해 윤석열 정부와 협력하는 부역언론)이 만드는 미신(허위·왜곡보도)을 바로잡지 않으면 한국 사회 최대 문제인 불평등 해소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미래도 없다.

태그:#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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