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시즌 프로야구 전반기 일정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이승엽(두산 베어스)과 박진만(삼성 라이온즈), 두 초보 감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두 사람은 76년생 동갑내기이자 삼성과 KBO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라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함께 한국야구의 9전 전승과 금메달의 영광을 합작하기도 했다.
 
박진만 감독은 은퇴 이후 친정팀 삼성에서 코치-2군 감독으로 차근차근 지도자 경험을 쌓은 끝에 결국 허삼영 전 감독의 뒤를 이은 구단의 16대 감독 자리까지 올랐다. 이승엽 감독은 은퇴 후 프로야구 중계 해설과 방송 예능 출연 등 주로 외부에서 활동해오다가 놀랍게도 본인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두산 베어스의 11대 감독으로 깜짝 취임했다. 두 사람은 2023시즌 나란히 KBO리그에서 첫 발을 내디딘 초보 감독으로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승엽 감독의 리더십
 
 지난 4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스의 경기. 두산 이승엽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4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스의 경기. 두산 이승엽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두산베어스제공

 
하지만 전반기가 끝나가는 가운데 두 감독의 처지는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나란히 78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41승 1무 36패로 리그 3위에 올라있다. 중반까지 5할승률을 들락나락하며 중위권에서 어려운 싸움을 이어왔지만 7월들어 8연승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LG-SSG의 '양강'을 잇는 돌풍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반면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30승 48패로 전반기 최하위가 확정됐다. 두산과는 어느덧 11.5게임차이며 불과 한 계단 위인 9위 한화도 5.5게임차이나 벌어졌다. 1982년 원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삼성이 시즌을 최하위로 마친 경우는 아직까지 전무하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인 성적이다. 그나마 지난주 NC와의 주말 3연전에서 2연속 영봉승을 거두며 오랜만의 위닝시리즈와 30승 고지를 달성한 게 위안이었다.
 
두 감독 모두 올시즌을 앞두고 모두 상황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두산은 7년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전통의 강호지만, 이승엽 감독 부임 직전인 지난 2022시즌은 9위에 그치며 가을야구조차 밟지 못했다. 이승엽 감독이 부임하면서 두산의 프랜차이즈스타이자 국내 최고 포수 양의지가 FA로 다시 합류하기에는 했지만, 그럼에도 김재환의 슬럼프, 이영하의 학폭 논란 등으로 전력 곳곳에 물음표가 붙었다. 일각에서는 5강 싸움도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승엽 감독의 리더십도 물음표가 붙었다. 이 감독 부임 이후 훈련량을 늘렸음에도 속출하는 실책,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기복, 이 감독의 미숙한 작전야구와 투수교체 타이밍 등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승엽 감독은 선수들이나 주변 상황같은 '남탓'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
 
두산은 여름이 찾아오며 비로소 기대했던 투타의 조화가 균형을 이뤄가고 있다. 지난달 24일 합류한 브랜든 와델이 3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0.90으로 맹활약하며 알칸타라와 원투펀치를 구축했다. 국내 선발진의 경우, 곽빈은 이달 들어 두 차례 등판에서 11이닝 동안 무자책점을 허용하는 호투를 선보이며 최원준-김동주-장원준 등으로 이어지는 풍부한 자원들을 구축했다. 계투진도 김명신, 정철원, 이영하, 박치국, 최승용 등 가용자원이 늘어났다.

타선에선 공수 양면에서 분투중인 간판 양의지가 월간 타율 2위(.478)에 오른 것을 필두로, 김재호, 강승호, 양석환, 박준영, 정수빈 등이 돌아가면서 두루 좋은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시즌 초진했던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도 2군을 다녀온 후 최근 10경기에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며 살아나고 있다.
 
연승 기간 동안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1.851위), 팀 타율은 2위(.302)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이상적인 투타 밸런스를 과시하고 있다. 개막 후 66경기까지 팀 최다 실책 3위(60개)였던 두산 수비도 최근 12경기 연속 무실책 행진을 이어가며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이다.
 
이승엽 감독이 부임할 당시 가장 우려를 자아냈던 부분은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야구만이 아니라 프로스포츠 전체를 통틀어도 지도자 경험 없이 바로 감독으로 직행하며 성공한 사례는 찾기 드물다. 이 감독은 김한수 수석코치를 비롯해 현장 경험이 풍부한 코치진을 꾸리며 자신의 단점을 보완했다. 선수들과는 활발한 소통과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야구'로 신뢰관계를 구축하며 잠재력을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승엽 감독의 인터뷰 스킬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하나된 선수들이 '원팀'의 모습으로 훌륭한 승리를 만들어냈다. 이것이 지금 두산의 모습이다"라고 선수들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며 모범적인 인터뷰의 교본을 보여줬다. 불과 한달여전만 해도 야구 커뮤니티 등에서도 비판적인 반응이 많았던 팬들의 여론도 최근에는 이승엽 감독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고전 면치 못하는 박진만 감독
 
 정식 감독 취임 후 첫 시즌을 치르는 삼성 박진만 감독

정식 감독 취임 후 첫 시즌을 치르는 삼성 박진만 감독 ⓒ 삼성라이온즈

 
반면 박진만 감독은 '준비된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무색하게 전반기 내내 고전을 면치못했다. 이미 시즌 전에도 삼성의 전력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박진만 감독이 정식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스프링캠프 내내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며 최소한 가을야구 경쟁에 뛰어들만한 다크호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삼성은 부상자가 속출하고 주축 선수들의 부진이 겹치면서 점점 순위표 하단으로 내려가기에 이르렀다.
 
성적부진과 더불어 박진만 감독의 리더십도 연이어 도마에 올라야 했다. 40대 젊은 감독임에도 쓰는 선수만 고집하며 유망주 자원들을 신뢰하지 않는 제한된 선수기용, 일관성없는 타선과 불펜 운용, 선수 혹사와 관리 문제, 잦은 문책성 교체와 부정적인 언론 인터뷰 등 오히려 구시대의 감독들 리더십의 문제를 보이고 있다. 
 
베테랑 오승환의 불만 표출 사건 등에서 보듯 선수단 장악능력도 의구심이 붙고 있다. 박 감독이 주도하여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진 김태군-류지혁 트레이드 이후 공교롭게도 김태군이 맹활약하는 등 묘하게 시도하는 변화마다 운도 따르지 않고 있다.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

지난 겨울 이승엽과 박진만, 두 감독의 부임 소식이 밝혀졌을 때, 삼성과 두산 양팀팬들의 반응은 저마다 극명하게 엇갈린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최고 레전드인 이승엽 감독이 다른 팀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데 아쉬움을 드러내는 반응도 있었으나, 감독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꾸준히 지도자 경험을 쌓으며 준비해 온 박진만 감독이 더 높다는 전망도 있었다.
 
불과 반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승엽 감독은 삼성의 '라이온킹' 이미지를 벗고 '두목곰'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반면, 박진만 감독은 그동안 쌓아왔던 야구인생의 명성이 흔들릴 정도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물론 시즌은 이제 전반기를 치렀을 뿐이고, 두 감독에게는 아직 66경기의 기회가 더 남아있다. 과연 2023시즌을 마감할 무렵, 두 감독이 받아들게 될 최종순위와 평가는 또 어떻게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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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박진만 프로야구순위 초보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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