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일 개막해 석 달 넘는 시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KBO리그가 어느덧 반환점을 돌고 전반기 마감을 앞두고 있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3연속 1라운드 탈락과 국가대표 선수들의 대회 기간 음주파문 등 크고 작은 악재들도 있었지만 역대 4번째로 빠른 기간에 4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코로나19 전의 인기를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프로스포츠에서 잃었던 인기를 회복한 것만큼 반가운 소식은 없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LG 트윈스가 2주째 선두를 지키고 있고 KIA 타이거즈가 5연승을 달리며 중위권 싸움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전반기 막판 가장 큰 화제를 몰고 다니는 팀은 단연 8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다. 두산은 지난 1일 울산 롯데 자이언츠전을 시작으로 7월에 열린 8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차지했다. 6월 마지막 날, 6위에 불과했던 두산의 순위는 현재 4위 롯데에 2경기 앞선 단독 3위가 됐다.

두산은 토종에이스 곽빈이 8연승 기간 동안 2승을 따냈고 새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도 14이닝1실점으로 호투했다. 타선에서는 강승호가 지난 8일 키움 히어로즈전 역전 만루홈런을 포함해 8연승 기간 동안 2홈런12타점을 폭발했다. 하지만 두산에는 8연승 기간 동안 6경기에 등판해 조용히 8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보인 '보이지 않는 영웅'도 있다. 바로 시즌을 거듭하면서 두산 불펜의 필승조로 자리 잡고 있는 7년 차 우완 김명신이 그 주인공이다.
 
 6월 2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5회초 두산의 두번째 투수 김명신이 역투하고 있다.

6월 2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5회초 두산의 두번째 투수 김명신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구위가 좋은 투수들로 구성된 두산의 필승조

각 구단이 시즌 전 필승조를 꾸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바로 불펜 투수들의 '구위'다. 선발투수는 구위가 다소 떨어져도 노련한 수 싸움을 통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만 구위가 떨어지는 불펜투수는 경기 중반 이후 몸이 풀린 상대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각 구단에서 필승조로 활약하는 투수들은 대부분 시속 145km를 넘나드는 뛰어난 구위를 가진 투수가 많다. 

이는 두산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두산의 투수조 조장이자 작년 시즌 중반부터 베어스의 뒷문을 책임지고 있는 홍건희는 KIA 시절 불안한 제구와 결정구의 부재 때문에 좀처럼 꽃을 피우지 못했다. 하지만 2020년 두산 이적 후 약점으로 지적되던 높은 속구를 장점으로 승화시킨 홍건희는 2021년부터 필승조로 도약했고 올해는 시즌 19세이브로 서진용(SSG랜더스.25세이브)에 이어 세이브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작년 23홀드를 기록하며 역대 신인 최다 홀드 신기록을 세웠던 셋업맨 정철원 역시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위력적인 구위를 앞세운 파워피처다. 작년 '깜짝 활약'으로 신인왕을 차지한 정철원은 올해 WBC 음주파문으로 한동안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주춤했다. 하지만 6월 중순 마운드에 복귀한 정철원은 8연승 기간 동안 5경기에 등판해 4.2이닝 무실점 호투로 1승2세이브2홀드를 기록하며 두산의 상승세에 크게 기여했다.

초반 부진을 씻고 6월 12경기 1승1세이브2홀드1.64, 7월 4경기 2홀드3.1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부활한 사이드암 박치국도 뛰어난 구위를 자랑하는 잠수함 불펜투수다. 물론 시속 150km중반을 넘나드는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정우영(LG 트윈스)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박치국 역시 잠수함 투수로는 손에 꼽을 만큼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다. 박치국은 신인 시절부터 강심장을 가진 투수로도 유명했는데 이 역시 뛰어난 구위가 밑바탕이 됐다.

물론 뛰어난 구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불펜투수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고교 시절 학교 폭력 문제에 연루됐다가 두산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한 루키 김유성은 '탈신인급 구위'를 갖췄다고 평가 받으며 피해자 가족에게 용서 받자마자 곧바로 1군에 등록됐다. 하지만 1군 무대에서 4경기에 등판한 김유성은 4이닝 동안 무려 11개의 볼넷을 내주며 제구가 크게 흔들렸고 13.5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후 다시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두산의 필승조로 도약

이승엽 감독의 경북고 후배인 김명신은 내야수로 활약하다가 고교 3학년 때 뒤늦게 투수로 전향했다. 김명신은 투수 전향 첫 해 고교야구 주말리그 후반기 우수투수상을 받았지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경성대로 진학했다. 김명신은 대학 4학년 시절이던 2016년 춘계리그와 왕중왕전, 전국체전에서 경성대를 우승으로 이끌며 3개 대회에서 모두 MVP에 선정됐고 2017년 신인 드래프트 2차2라운드 전체 17순위로 두산에 지명되며 프로에 입단했다.

김명신은 루키 시즌부터 1군에서 39경기에 등판해 3승1패5홀드4.37의 성적을 올렸지만 이듬 해 팔꿈치 부상으로 스프링캠프에서 조기 귀국해 수술을 받은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해 군복무를 마쳤다. 김명신은 복귀 후 2020년 16경기에서 3.52, 2021년 58경기에서 2승2패2홀드4.30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평범한 구위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있었던 김명신은 매년 필승조에 포함되지 못한 채 롱릴리프 및 추격조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김명신은 작년에도 68경기에서 79.2이닝을 던지며 3승3패10홀드3.62로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두산의 성적이 9위로 추락하면서 팀을 위한 김명신의 헌신은 크게 돋보이지 못했다. 그렇게 큰 실적을 올리지 못한 채 프로에서 7번째 시즌(군복무 포함)을 맞은 김명신은 올해도 롱릴리프 및 추격조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전반기가 끝나가는 현재 김명신은 어엿한 두산의 필승조 중 한 명이 됐다. 

6월 중순 휴식을 위해 한 차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것을 제외하면 시즌 내내 꾸준히 1군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명신은 6월까지 선발이 일찍 무너지는 경기에 주로 등판했다. 하지만 불안하던 시즌 초반을 극복하고 마운드에서 안정을 찾기 시작한 김명신은 7월부터 당당히 필승조에 합류했다. 실제로 김명신은 두산의 8연승 기간 동안 6경기에 등판해 8이닝 무실점으로 1승4홀드를 기록하며 시즌 평균자책점을 2.98로 낮췄다.

김명신은 루키 시즌 신인답지 않은 뛰어난 제구력을 갖추고도 아쉬운 구위 때문에 '우완 유희관'으로 불리곤 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부터 구속이 증가했고 변화구 구종도 더욱 다양해지면서 두산 불펜에서 점점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 9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를 통해 이승엽 감독과 두산 팬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김명신이 후반기에도 필승조에서 활약한다면 두산 불펜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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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김명신 7월 1승4홀드 9경기 연속 무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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