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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8일 오전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제관계(지정학)를 통해 본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8일 오전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제관계(지정학)를 통해 본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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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평화 이외에는 길이 없다. 한반도는 연해지대이자 완충지대다. 한 쪽에 붙고 다른 쪽과 대립하면 한반도에서는 제2의 6.25가 일어나고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된다. 한국은 한미동맹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는 우호관계로 가야 한다. 양쪽과 끊임 없는 대화가 필요하다. 장래에는 남북 평화공존을 이룩해 한반도가 영세중립국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8일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제관계(지정학)를 통해 본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마산YMCA(기독교청년회)가 '101회 아침논단'으로 마련한 행사다.

호사카 교수는 "1988년 한국에 왔고, 일본보다 한국에 산 시간이 많다. 두 아들이 군대를 갔다 와서 사람이 됐다"며 "그런데 아내가 요즘 걱정이다. 두 아들이 예비군이기에 전쟁이 나면 싸우러 나가야 하기에 그렇다. 진짜 한반도에 평화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는 말부터 꺼냈다.

'지정학' 이야기부터 꺼낸 그는 "영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서는 엄청나게 연구를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는 것 같다"며 "지정학은 국제관계, 군사적인 방법으로 사용되고, 제국주의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발전해 왔다"고 했다.

1920년대 독일에서 잡지 <지정학>이 나왔고, 19~20세기에 독일·스웨덴에서 학자들은 "국가는 보다 약소한 국가를 흡수하며 성장하고, 국가의 생존은 힘이 우선이며, 해양국가가 대륙국가가 되려고 하고 최종적으로 절대적인 대륙국가가 세계의 바다를 동시에 지배하게 된다"는 이론을 폈다는 것이다.

나치 독일의 사상적 토대가 된 카를 하우스호퍼(1869~1946)의 '생존권 이론', 미국 해군 장교였던 알프레드 머핸(1840~1914)의 '해양국가 이론', 영국 해퍼드 매킨더(1861~1947)의 '대륙국가 이론', 미국 니콜라스 스파이크맨(1893~1943)의 '연해지대 이론' 등을 소개한 그는 "지정학은 본능적인 무기"라고 말했다.

그는 "대륙국가는 연해지대를 통해 바다로 나아가려 하고, 연해지대에서는 분쟁이 일어났다. 대국들은 해양국가와 대륙국가로 나뉘어서 서로 대립 관계에 있다"며 "공산주의, 자본주의와 이념적으로 싸우는 이면의 본질은 지정학적 싸움이다. 같은 이념을 갖고 있어도 그 안에서 주도권 싸움을 한다. 누가 대장이 되느냐, 누가 가장 좋은 자리를 갖느냐. 지금 세계 싸움의 논리는 이념보다 지정학적으로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해지대에서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데, 6.25와 베트남전쟁이 그렇다. 인도도 연해지대이고 그래서 계속해서 식민지가 돼 왔다. 연해지대를 지배하는 자가 유라시아를 지배하고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생각"이라며 "그래서 미국은 반드시 아시아에 오고, 한반도에 온다. 그것은 연해지대 때문이다. 미국의 목표는 미국에 있지 않고 어떻게 하면 세계 중심에 서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이 아시아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입구에서 큰 나라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해양국가이지만 연해국가가 돼 지배하려고 했을 때 미국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미국을 빼고 아시아에서 주변 국가들이 조직을 만들면 동맹을 분단시키려 하고, 끼어들려고 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아세안+3'"이라고 덧붙였다.

임진왜란,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을 설명한 그는 1905년 맺은 가스라-태프트 밀약을 언급하며 "해양국가 미국과 영국은 일본의 한국 지배, 대신 미국은 필리핀 지배를 교차 승인했던 것"이라며 "해양국가 세력이 하나가 돼 대륙세력을 완파하려고 한 사례"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한반도와 관련 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8일 오전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제관계(지정학)를 통해 본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8일 오전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제관계(지정학)를 통해 본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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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우크라이나와 비교해 설명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반도와 관련이 있다. 지정학적으로 벨라루스는 러시아에 더 붙어 있고, 우크라이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해 서방세력으로 붙으려고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와 발라루스는 한반도와 같은 완충지대인 것이다.

푸틴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독일 통일 때 약속한 나토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말을 어겼다"고, 1990년 2월 베이커 국무장관은 "통일 독일이 나토 회원국을 머문다면 나토의 군사적 법적 범위가 동쪽으로 1인치도 넓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중요하다" 했던 것인데, 나토 가입국은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미국과 서유럽 중심의 군사동맹인 나토는 냉전 후 옛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가입했다"며 "나토는 처음에 16개국에서 출발했는데, 지금은 핀란드까지 가입해 31개국으로 늘어났고, 2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 국경에 핵무기가 배치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처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축복이라고 했다. 미국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말이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가 독립했을 때 1800여 기의 핵탄두가 있었고, 이후 비핵화가 진행됐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미사일을 모두 러시아에 돌려주고 폐기하며 비핵화를 했다"며 "그러나 우크라이나 클레바 외교부 장관은 '핵 포기 결정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에 핵이 있었다면 러시아가 절대 침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방식의 비핵화를 북한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 리비아 방식과 같다"며 "우크라이나인 국제정치학자인 글렌코 안드리는 '우방이나 동맹국이라도 해도 다른 나라의 말을 무조건 따라는 나라는 망한다'고 했다. 리비랑, 우크라이나 방식을 아는 북한은 쉽게 비핵화를 할 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에 대해 호사카 교수는 "러시아아 일본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러시아 야당인 공정러시아 세르게이 미로노프 당수가 '홋카이도의 권리는 러시아에 있다'고 했다"며 "지난해 3월 러시아가 크릴 열도 해상에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해 4월 러시아가 동해에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고, 9월 30일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이 잠수함까지 동원해서 일었다. 일본에서는 러시아 잠수함을 염두에 두고 하는 훈련이었다"며 "그런데 그 다음 날부터 2주 동안 한국만 빼고 일본과 미국은 홋카이도에서 훈련했다. 냉정시대 이후 있었던 첫 군사훈련이었다. 러시아 침공에 대비한 훈련이 이뤄졌고 일본은 한국보다 더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이긴다면 다음은 홋카이도라고 본다. 홋카이도는 부동항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국포위망은 분명한 지정학적 전략이고, 미국은 아시아판 나토를 만들려고 한다"며 "그래서 나토 도쿄사무소를 개소하려는 움직임이 계속 되고 있다. 미국의 구상은 동북아를 나토에 묶겠다는 것이고, 그 시작이 일본이다. 여기에 프랑스가 반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8일 오전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제관계(지정학)를 통해 본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8일 오전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제관계(지정학)를 통해 본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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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호주, 일본-영국, 일본-필리핀이 맺은 '원활화협정'

일본-호주, 일본-영국, 일본-필리핀이 맺은 '원활화협정'을 언급한 호사카 교수는 "군인들의 상호 교류를 원활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비자의 까다로운 절차를 생략하고 무기와 군인들의 교류를 자유화하는 협정이다. 두 나라가 하나의 군대를 만드는 것이다. 말은 '원활화'라고 해서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은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일본과 지소미아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과 일본이 군사동맹을 맺을 수 있는 조건은 영토문제가 없어진다는 부분이다. 영토문제가 있는 나라 끼리는 절대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 게 세계 상식"이라며 독도를 거론하기도 했다.

대만과 관련해, 그는 "미국이 매단 유사시에 군대를 보낼 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개전 결정권은 연방의회에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대만 유사시 우크라니아 전쟁에서 폴란드 역할처럼, 절대 직접 참여하지 않고 무기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대만에서는 미국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2022년 5월 미일정상회담 때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의 방위지 증액은 나의 말을 들은 것"이라고 했던 발언을 상기시킨 호사카 교수는 "당시 일본에서는 일본 내각이 미국의 말대로 움직이느냐, 독립국가가 아니냐는 말이냐는 지적이 나왔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이 내려가기도 했다"며 "일본은 미국이 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미국의 군사 관계자들은 한 달에 두 번 정도 비밀회동한다. 거기서 결정되는 내용은 의회 승인이 필요 없다. 미국은 일본을 독립시키면서 군사적으로 독립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이념외교'를 거론한 그는 "한국은 지금 이념외교를 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대중국 정책을 유화적으로 바꾸었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미국 대기업 경영자들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을 만나고 있다. 미국 경제계는 바이든 정권의 정책에 엄청난 불만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정권은 대중정책을 일부 수정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한국의 이념외교는 한계다. 미국과 일본이 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나라들과는 대립이다"이라며 "한국은 중국과 대립하지만 같은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과는 관계를 강화하려고 하는데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그는 "미국이 중재하지 않고, 중국이 사실상 중재를 시작했다. 젤렌스키가 시진핑과 지난 4월 직접 전화통화를 했다. 시진핑은 핵 전쟁에 승자는 없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이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중국이 세계질서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북한과 일본의 관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호사카 교수는 "기시다 총리는 김정은과 조건 없이 만나고 싶다고 했다. 과거 일본은 납치문제 등 선결 조건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북한도 일본측과 만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며 "북한은 아베, 스가 때는 뒤에 총리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기시다 총리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한국은 북한,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외교의 기본은 우호관계 구축에 있다. 외교로 대립을 야기한다면 그것은 전쟁으로 가는 길을 여는 행위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야 길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사카 교수는 "우리는 중국, 북한, 미국, 일본과 끊임 없이 대화해야 한다. 북한과 대화는 열려 있따. 명분 싸움을 너무 내세우면 안 된다"며 "장래에 (한국은) 영세중립국으로 가야 한다. 고종 황제가 선언했지만 세계가 인정하지 않았다. 약해서 그랬다. 중립국이 되기 위해서는 강한 군사력, 경제력, 인구도 많아야 하고, 기술력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언론을 보며 비교한다"며 "한국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문제들이 많다"고 했다. 강연 이후 질문·답변이 이어졌고, 홍남표 창원특례시장이 참석해 내내 함께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8일 오전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제관계(지정학)를 통해 본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8일 오전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제관계(지정학)를 통해 본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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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8일 오전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제관계(지정학)를 통해 본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했고, 홍남표(가운데) 창원특례시장이 참석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8일 오전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제관계(지정학)를 통해 본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했고, 홍남표(가운데) 창원특례시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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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8일 오전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제관계(지정학)를 통해 본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8일 오전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제관계(지정학)를 통해 본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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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호사카 유지 교수, #아침논단, #지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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