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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부산 북구 백산초 앞 도로에서 집으로 가던 사서 교사가 좌회전하던 1톤 트럭에 치여 의식불명에 빠졌다. 사고 3주째인 3일 돌아본 사고 현장. 가족과 여러 단체의 재발방지 요구에도 신호등은 차량 정체 문제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9일 부산 북구 백산초 앞 도로에서 집으로 가던 사서 교사가 좌회전하던 1톤 트럭에 치여 의식불명에 빠졌다. 사고 3주째인 3일 돌아본 사고 현장. 가족과 여러 단체의 재발방지 요구에도 신호등은 차량 정체 문제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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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화가 나요.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선 모두가 안전해야 하지 않나요?"

3일 부산 북구 백산초등학교 옆으로 경사로를 올라가던 한 주민은 지난달 교통사고 이후에도 황색 신호만 깜빡이는 신호등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김아무개(53)씨는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이러한 사건이 벌어진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곳에선 지난달 19일 오후 4시 30분 백산초 사서교사인 백진솔(25)씨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던 1톤 트럭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백씨를 들이받은 것이다. 백씨는 이 사고로 크게 다쳐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로 한 대학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30㎞' 숫자가 선명한 스쿨존이었지만, 어른도 사고를 피하지 못한 셈이다.

영도구 통학로 사고 한 달만에 또.... 무용지물 신호등

평소에 이곳을 자주 지나는 이들은 사고의 재발을 우려했다. 2017년에도 한 70대 주민이 숨지는 등 비슷한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보행자 신호등이 설치됐으나 차량정체 문제로 작동은 되지 않았다. 백씨가 차에 치인 당시에도 신호등은 꺼진 상태였다.

인근 주민인 정아무개(37)씨는 보여주기식 행정이 빚은 사고라고 봤다. 정씨는 "차가 많은 구간이어서 평소에도 위험한 곳이다. 신호등을 만들어놓고 저러더니 결국 다시 피해가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 멈춰선 박아무개(47)씨는 불안감을 여전히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어른도 이렇게 사고가 나는 곳인데 아이들에겐 얼마나 위험하겠느냐"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6월 19일 부산 북구 백산초 앞 도로에서 집으로 가던 사서 교사가 좌회전하던 1톤 트럭에 치여 의식불명에 빠졌다. 사고 3주째인 3일 돌아본 사고 현장. 가족과 여러 단체의 재발방지 요구에도 신호등은 차량 정체 문제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6월 19일 부산 북구 백산초 앞 도로에서 집으로 가던 사서 교사가 좌회전하던 1톤 트럭에 치여 의식불명에 빠졌다. 사고 3주째인 3일 돌아본 사고 현장. 가족과 여러 단체의 재발방지 요구에도 신호등은 차량 정체 문제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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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점멸등만 깜빡이는 스쿨존 신호등.
 황색점멸등만 깜빡이는 스쿨존 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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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시험을 치른 지 3년밖에 되지 않는 백씨는 당시 학교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도중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그는 3주째 집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딸과 언니를 병원에서 마주한 가족은 억장이 무너졌다. 이들은 "왜 스쿨존에서 끊임없이 생명이 위협받아야 하느냐"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우리 언니를 죽음으로 내몰았을까요. 가해자가, 학교가, 행정이, 교육청이, 경찰이, 게으른 언론이, 지자체가, 이 사회가 우리 언니의 등을 떠밀었습니다."

백씨의 동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는 가족의 참담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여러 차례 현장을 찾은 그는 "신호등은 여전히 꺼져 있고, 언니가 사랑하는, 언니를 사랑하는 아이들의 일상은 그 위험 속에서 계속되고 있다"라며 "언니가 아니었더라도 누군가는 치였을 예견된 사고"라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가족의 이러한 호소에 더 이상의 사고를 막아야 한단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지역 단체는 잇달아 성명을 내고 "영도구 통학로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라며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관련기사: "어른들이 진짜 미안해" 영도 등굣길 참사 현장에 빼곡한 편지 https://omn.kr/23rsz)

부산참여연대는 "영도 사고 이후 지난 5월 합동조사팀을 꾸려 853개소 전역의 실태를 파악했다고 공개했지만, 이번 학교 구간은 빠져 있었다"라며 부산시 전수조사의 허점을 짚었다. 부산교사노조는 "보행자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하는 스쿨존에서 운전자 편의를 우선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라고 질타를 던졌다.
 
지난달 19일 부산 북구 백산초 앞 도로에서 집으로 가던 사서 교사가 좌회전하던 1톤 트럭에 치여 의식불명에 빠졌다. 재발 방지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19일 부산 북구 백산초 앞 도로에서 집으로 가던 사서 교사가 좌회전하던 1톤 트럭에 치여 의식불명에 빠졌다. 재발 방지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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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지난 2일에는 전국의 사서·교사·시민들이 백산초 앞으로 모여들었다. 유초중고 교사, 대학 교수·연구자 497명을 포함해 1870명이 이번 사태의 해결을 요구하는 공동 성명에 동참하면서다. 이들은 "공권력의 부재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등·하교 시간만이라도 보행자 신호가 작동하고, 과속방지턱이 제대로 설치되었더라면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고 함께 분노를 표시했다.

한 참석자는 "마땅히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교통체증이 너무 심하다고 스쿨존의 신호등을 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백씨와 고등학교부터 단짝이었던 이효정(25)씨는 "(차가 다닐 때마다) 너무 위험해 조마조마하며 현장을 돌아봤다. 이번을 계기로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진솔이가 참 많이 억울할 것"이라며 친구의 마음을 대변했다.

앞으로 바통은 또 다른 지역 교사들이 이어받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는 3일 오후부터 백산초를 비롯한 부산시청, 부산교육청, 북구청, 북부경찰서 등 7곳에서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한 1인시위에 들어갔다. 조경선 전교조 부산지부 정책실장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반복을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비판에 경찰과 지자체, 교육청 등은 지난주 현장점검을 통해 '사후약방문식' 해법을 내놓았다. 경찰 관계자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다만 교통 흐름상 정체 문제로 신호 운영이 어렵다. 도로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라며 "협의 결과 방지턱, 단속 카메라, 활주로형 횡단보도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태그:#부산 백산초, #스쿨존 사고, #사서교사, #안전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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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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