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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그루'로 평가받는 빌 아데어 미국 듀크대 교수(왼쪽에서 3번째)가 6월 27일 낮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언론포럼에서 허위정보 대응과 언론의 신뢰 회복 방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빌 아데어 교수는 지난 2007년 미국 3대 팩트체크 매체인 폴리티팩트를 만들어 퓰리처상을 받았고, 글로벌팩트체킹네트워크(IFCN)을 설립에도 참여했다.  왼쪽 첫번째는 영국 팩트체크 기관인 풀팩트 최고경영자인 윌 모이.
 '팩트체크 그루'로 평가받는 빌 아데어 미국 듀크대 교수(왼쪽에서 3번째)가 6월 27일 낮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언론포럼에서 허위정보 대응과 언론의 신뢰 회복 방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빌 아데어 교수는 지난 2007년 미국 3대 팩트체크 매체인 폴리티팩트를 만들어 퓰리처상을 받았고, 글로벌팩트체킹네트워크(IFCN)을 설립에도 참여했다. 왼쪽 첫번째는 영국 팩트체크 기관인 풀팩트 최고경영자인 윌 모이.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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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기계적 균형'을 앞세워 국내 팩트체크 기관의 정치적 편향성을 비난해온 국내 정치권에 '팩트체크 구루(선구자)'가 일침을 놨다.

오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글로벌팩트10' 참석차 한국에 온 빌 아데어 듀크대 교수는 27일 낮 한국프레스센터에 열린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포럼에서 국내 팩트체커들과 만났다.

아데어 교수는 지난 2007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3대 팩트체크 기관인 '폴리티팩트'를 만들어 퓰리처상을 받았고, 글로벌팩트체킹네트워크(IFCN)를 공동설립한 팩트체크 분야의 선구자다. 그가 한국에 온 건 지난 2018년 7월 2018 팩트체크 콘퍼런스 이후 5년만이다.

팩트체크 전문 매체인 <뉴스톱> 기자가 이날 "미국에도 공화당이 검증 대상인 경우가 (민주당보다) 더 많은데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팩트체크 검증대상 선정에 대한 당파성 논란을 거론하자, 그는 "각 정당에서 같은 수의 주장을 검증해야 하느냐"면서 "우리가 공화당 주장을 더 많이 검증하는 건 그만큼 공화당에서 거짓(false)이 더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앞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월 "(SNU팩트체크) 정치 현안에 대한 검증이 윤석열 정부와 보수 진영에 과다하게 집중된 반면 민주당 정치인에 대한 검증은 절반에 불과한 데다 부정 건수 비중이 현저히 낮았다"면서 그 책임을 '좌편향 언론사'에 돌렸다. 하지만 SNU팩트체크의 32개 제휴 언론사 가운데 진보언론보다는 '조중동'과 경제 매체를 비롯한 보수언론 비중이 훨씬 높았다.(관련기사 : 팩트체크 공격 박성중의 자폭? '정부여당 부정비율 79%' 공개 https://omn.kr/22903)

"정치인 뿐 아니라 다른 매체 언론인 주장도 팩트체크해야"

아데어 교수는 지난 미국 대선 당시 허위정보를 퍼트린 극우 성향 매체 <폭스뉴스> 사례를 언급하면서, 언론 매체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다른 언론사 보도에 대한 상호 검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폭스뉴스>가 선거에 관한 허위사실을 퍼트려 민주주의를 위협했지만, 미국 팩트체커는 대부분 <폭스뉴스> 주장을 검증하지 않았다"면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400개 팩트체크 매체 가운데 40개 정도만 다른 매체를 검증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단순히 정치인 발언이나 SNS뿐 아니라 다른 언론인도 팩트체크해야 한다"면서 "모든 뉴스가 아니더라도 (뉴스쇼 진행자) 같은 미디어 해설자와 칼럼니스트 등의 선정적 주장을 검증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은 다른 언론매체를 팩트체크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더 확대하고 증폭시켜야 한다"면서 "언론 매체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서로 책임성을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비판 언론에 '가짜뉴스' 용어 사용... '허위사실'이나 '오정보'로 불러야"

아데어 교수는 '가짜뉴스 vs. 팩트체크 : 끝날 수 없는 전쟁'이란 이날 언론포럼 주제에 등장한 '가짜뉴스(Fake News)'라는 표현에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기사에 모두 적용하거나, 잘못된 정보가 있는 뉴스(오보) 대상으로도 사용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했다"면서 "미국에선 '가짜뉴스' 대신 '허위사실(falsehood)'이나 '오정보'(Misinformation)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팩트체크가 계속 성장했는데 최근 들어 성장세가 멈춰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한 허위정보가 늘어나면서 신뢰도 높은 매체를 찾는 수요가 커지리라 전망했다.

그는 언론사와 언론인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면 언론사 상호 검증과 더불어 투명성, 초당파성, 재정 정보 공개 같은 IFCN의 팩트체크 원칙을 지키고, 언론매체간 팩트체크 성적표를 만들어 공개하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그는 "미디어가 당파성을 조장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데, 언론이 정보 공개와 투명성을 강화해 정확도를 높이려고 노력한다는 걸 보여줘야 그런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영국 풀팩트 CEO "AI 등장은 팩트체커에게 위기이자 기회"

영국 팩트체크 기관인 '풀팩트' 최고경영자인 윌 모이도 이날 두번째 발제에서 AI의 등장으로 허위정보 위협이 더 커졌다면서, AI를 팩트체크 솔루션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챗GPT 같은 생산형 AI(인공지능)가 문서나 이미지로 조작하는 건 사진이나 영상 위조 같은 과거 허위정보의 위협과 동일하다"면서 "믿을 수 없는 정보가 많아져 사람들이 정말 신뢰할 수 있는 매체를 찾을 때 신뢰도 수준이 높은 언론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AI 기술을 활용한 허위정보의 속도 향상과 개인화, 소스정보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생산형 AI를 이용해 이제 단 몇 초면 그럴듯한 허위 사진이나 허위 영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선거 캠페인에서 투표 직전에 허위정보를 던질 경우 미리 대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AI가 표적화 기법을 이용해 개개인에 맞춤형 허위정보를 전달해 감정을 자극할 경우 지금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챗GPT의 경우 '위키피디아' 같은 오픈 사전에 있는 정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키피디아는 개개인이 편집할 수 있어 잘못된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챗GPT가 허위정보를 답변하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꾸로 AI가 팩트체크 솔루션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그는 AI가 직접 사실 여부를 가려 판정하긴 어렵지만, 매일 정치인이 쏟아내는 수백만 건의 발언 가운데 검증이 필요한 발언을 모니터링 하는 '주장 탐지 기능', 이미 허위정보로 드러난 주장을 누군가 반복할 때 자동으로 확산을 차단하는 기능도 수행할 수 있고, 통계청 생산 정보와 같이 수치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는 자동 팩트체크도 가능하다고 봤다.

그렇다면 AI 시대에도 '인간 팩트체커'는 계속 필요할까? 그는 "허위정보 생산도 문제지만, 사람들이 그 허위정보를 믿을 수 있는 내용으로 받아들여 행동하는 게 더 위험하다"면서 "잘못된 행동을 한 사람을 찾아 책임을 부여하는 게 중요하고 그게 언론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태그:#글로벌팩트10, #빌아데어, #팩트체크, #윌모이, #풀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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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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