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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여성들이 혼자 살면서 알게 되는, 새롭게 깨닫고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들에 대해 씁니다.[편집자말]
계절이 바뀌었다. 아침부터 후끈한 공기, 길어진 낮. 여름이 왔다. 계절이 바뀌면 항상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쇼핑이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해 장바구니를 가득 채우는 게 내가 계절을 맞이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장바구니를 비웠다. 사진 '우주에서도 보이는 옷 무덤'이라는 제목의 사진 한 장 때문이다. 지구에 옷이 가득 쌓여 마치 옷으로 만든 산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충격을 받고 좀 더 찾아보았다. 환경부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폐 의류 발생량은 국내에서만 약 8만2422t에 달한다고 했다. 8만 2422t. 하루에 약 225t의 의류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수많은 옷이 지금 생산되고 있다
▲ 옷 수많은 옷이 지금 생산되고 있다
ⓒ Q K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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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많은 의류 폐기물이 발생하는 걸까? 많은 전문가들이 '패스트 패션'이 그 원인이라 지적한다. '패스트 패션'이란 변화하는 유행에 맞춰 값싸고 빠르게 대량으로 의류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유행에 맞는 옷을 살 수 있게 되고, 기업은 빠르고 많이 옷을 팔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전략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득이 되는 모두에 지구는 없다. 지금까지 나는 옷을 사면서 기후위기를 구매한 셈이다.

계절마다 가득 채우던 장바구니를 하루 아침에 비우는 건 쉽지 않았다. 쇼핑은 계절을 준비하는 나만의 행복이었는데… 그러던 중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새 옷이 아니라 입던 옷을 산다면?"
"만들어진 옷을 쓰레기가 되지 않게 하면 지구와 나 둘 다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지구와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지구와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절충안은 바로 '빈티지' 의류였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옷이 쓰레기가 되지 않게 하면서도 옷을 사고 싶은 나의 마음도 충족시켜주니 지구와 나, 모두에게 이득인 방법이었다.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2000년대 초반의 옷을 입는 'Y2K' 패션이 유행이라 이미 곳곳에 빈티지 의류를 취급하는 곳이 생겼다. TV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정형돈과 G드래곤이 동묘에서 빈티지 옷을 쇼핑하던 게 생각나 동묘로 나가보았다.

"골라봐요, 한 장에 2천 원!"

지하철 역에 내리자마자 구성진 트로트 음악 소리가 나를 압도했다. 여기저기 옷을 산처럼 쌓아 두고 고르는 모습이 보였고, 청년부터 장년까지 다양한 세대가 섞여 있는 모습이었다.

여러 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빈티지 의류를 구매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나만의 스타일'을 가진 옷을 살 수 있다는 이유다. 23세 김예원(가명)씨는 동묘에 어떤 이유로 오게 되었냐는 질문에 "남들이 입지 않는 독특한 옷을 사고 싶어서 왔다"고 대답했다. 모두가 따르는 패스트 패션을 따르지 않고 나만의 길을 가겠다는 일종의 개척 정신이다.

빈티지 의류를 구매하는 또다른 이유는 나처럼 쇼핑을 하고 싶은 마음과 지구와 함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둘 다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27세 김다운(가명)씨는 빈티지 의류를 구매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옷을 사는 것은 나의 가장 큰 취미 생활이라 포기하기 싫은데, 지구가 없으면 우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의 행복과 지구를 함께 지키는 방법으로 빈티지 의류를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티지 의류 가게를 운영하는 유태웅씨는 "과거에는 단순히 스타일을 위해 빈티지 의류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환경에 대한 가치소비를 위해 빈티지 의류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하며 "청년들이 환경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답했다.

빈티지 의류는 환경에 정말 도움이 될까?

유엔 지속가능한 패션연합(UN Alliance for Sustainable Fashion)의 자료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패션 산업이 차지한다고 한다.

의류는 제작과정에서 수질오염, 대기오염을 일으키고 쉽게 버려진다. 합성 섬유의 경우 분해되는데 수백년이나 걸린다. 세계자연보호연맹은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약 35%가 합성섬유 제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추산한다.

하지만 빈티지 의류는 의류 폐기물이 지구에게 주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미 '만들어진' 옷을 다시 입어 수명을 늘리고, 그럼으로 인해 옷이 '버려지는' 시간을 늦춘다. 게다가 다양한 스타일로 나만의 개성까지 잡을 수 있다면? 안 입을 이유가 없다.

아무리 빈티지 의류라고 하더라도 충동구매는 자제해야 한다. 우리의 목적은 옷의 수명을 늘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사고 쉽게 버리면 빈티지 의류를 구매하는 이유가 없다. 나도 오랜 고민 끝에 여름맞이 핑크색 셔츠를 한 벌 샀다. 셔츠와 함께 할 여름이 기대된다! 앞으로 조금씩 내 옷장에 채워질 빈티지 옷도!
 
빈티지 의류 가게에서 여름 옷을 샀다
▲ 빈티지 옷 빈티지 의류 가게에서 여름 옷을 샀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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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여성들이 혼자 살면서 알게 되는, 또 새롭게 깨닫고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들에 대해 씁니다.
태그:#환경, #의류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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