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포스터

▲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포스터 ⓒ 청년필름㈜

 
조선 정조 재위기를 배경으로 한 한국형 탐정물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지난 2011년 시작해 모두 3편이 나왔다. 시작은 2011년 나온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었고 3년 뒤인 2014년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로 시리즈화를 공식 선언하더니, 다시 3년 뒤 2017년에 이르러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 개봉하기에 이른다.
 
세 편의 시리즈는 각 400만, 300만, 200만 명의 관객을 넘기며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다. 적잖은 팬들까지 생겨나서 후속편을 고대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아쉬운 점이라면 회를 거듭할수록 관객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겠으나, 이는 통상 많은 시리즈물이 겪는 문제이고 손익분기점은 넘겼으며 작품에 대한 평가 또한 나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영화는 2017년 이후 무려 6년 동안이나 제작에 들어가지 못했다. 출연진이 다른 작품으로 인터뷰를 하게 될 때에도 후속편과 관련한 질문이 자주 쏟아졌으나 긍정적인 답을 마주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스틸컷

▲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스틸컷 ⓒ 청년필름㈜

 
이대로 끝내기엔 아쉬운 시리즈
 
마지막 편을 찍은 뒤 주요 출연진인 오달수가 미투 논란에 휘말리며 상당한 기간 동안 활동을 중단하기까지 하며 아예 제작이 중단되는 게 아니냐는 예상도 없지 않았다.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어 속편을 암시한 마지막 편의 결말에도 불구하고 후속편은 여적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건 이 시리즈가 이대로 마감하기엔 아까운 요소가 제법 많다는 데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은 한국형 탐정물이 멸종된 상태라 보아도 좋을 만한 환경에서 제작된 드물게 잘 만들어진 탐정물이다. 그것도 시리즈를 거듭하며 점차 강화된 캐릭터를 보유해 향후 시리즈가 보다 완성도 높게 이어질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영화는 부제가 보여주듯, 흡혈요괴에 대한 이야기다. 첫 편에선 공납품에 손을 대는 부패관료를, 두 번째 편에선 일본의 인신매매단을 상대했다면, 세 번째 이야기에서 처음으로 요괴를 전면에 등장시켰다는 점이 눈여겨 볼 만하다. 영화 속 흡혈괴마는 곧 서양의 뱀파이어를 그대로 따온 것인데, 이것이 조선에 전래된 방식 역시 해안에 난파된 서양 선박을 통해서다.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스틸컷

▲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스틸컷 ⓒ 청년필름㈜

 
타율 높은 유머와 경쾌한 전개
 
파직당해 백수가 된 김민(김명민 분)은 파트너 서필(오달수 분)과 함께 탐정일에 나선다. 마침 조선엔 사람이 납치된 뒤 온 몸에 피가 다 빨린 채 발견되었다는 괴담이 돌고 있는데, 김민은 이를 흡혈귀의 소행이라 보고 서양의 뱀파이어 이야기를 탐독한다. 그러던 중 이와 관련한 의뢰까지 받게 되니, 김민과 서필이 흡혈괴마를 상대로 한 모험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시리즈가 언제나 그러했듯 타율 높은 유머를 섞어 경쾌하게 전개된다. 여기에 더해 이제까지는 없었던 판타지적 설정을 적극 활용하여, 인간과 요괴의 대결까지 흥미롭게 보여준다. 흡혈괴마를 쫓는 김필의 곁에 특별한 능력을 지닌 묘령의 여인(김지원 분)이 나타나고,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무더기 무사들까지 엮여들며 이야기는 차츰 제 모습을 드러낸다.
 
전작들의 성공으로 한층 규모를 키워 출연진 또한 화려하다. 김명민과 오달수, 우현에 더하여 김지원, 이민기, 박근형, 김범, 김정화 등 얼굴이 알려진 배우가 여럿 출연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제 존재감을 적극 발휘하는 덕에 영화는 전작보다 더 두텁고 밀도 있는 작품이 되었다.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스틸컷

▲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스틸컷 ⓒ 청년필름㈜

 
김석윤 감독의 색깔, 발전하는 캐릭터
 
또 다른 특징은 시리즈 가운데 가장 타율 높은 웃음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웃음의 질 뿐 아니라 전작에 비해 많은 시간을 코미디에 할애하여 영화의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유쾌하게 만들어간다. 정통 추리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보는 코미디에 가까운 영화의 특성을 보다 강화해나가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연출로, 조금씩 선명해져가는 시리즈의 색깔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운 지점이다.

무엇보다 1편부터 3편까지를 모두 김석윤 감독이 연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시리즈라고는 하지만 편마다 감독이 바뀌고 분위기도 달라지는 수많은 작품들에 비하여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저만의 색채를 간직한 채 발전해왔음을 이 같은 선택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여러모로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이대로 멈추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2017년 이후 아예 제작이 중단되었으나 꾸준히 후속편을 찾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건 적잖은 관객이 이 영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OTT 서비스 활성화로 그 어느 때보다 가볍고 유쾌한 작품이 흥하는 요즈음 콘텐츠 시장에서 이 시리즈보다 가능성이 큰 작품을 나는 얼마 알지 못한다.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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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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