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경제적 문제에서 대화방식의 차이, 섹스리스까지, 어느 배우 부부의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현실판 사랑과 전쟁'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6월 19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사랑과 전쟁의 실사판, 사전 부부'의 두 번째 이야기가 그려졌다.
 
결혼 24년 차인 동갑내기 홍승범-권영경 부부는 각종 재연극에서 '부부갈등 에피소드' 전문 베테랑 배우로 활약하고 있었다. 부부는 극중 연기에서만 아니라 현실 결혼생활에서도 여러 가지 갈등을 빚고 있었다.
 
부부의 첫 번째 갈등 요소는 '돈'이었다. 부부는 생계를 위하여 연기만이 아니라 부업으로 분식집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아내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는 꿈을 갖고 돈을 모으기 위하여 철저한 절약을 강조하고 있었다. 아내는 용돈을 10만 원 인상해달라는 남편의 요구에도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번번이 단호하게 철벽을 쳤다.
 
남편은 "용돈이 10만 원이라고 하면 지인들이 다 놀란다. 제가 돈이 없는 게 보이니까 결혼 초반에 친구들이 다 떠났다"고 호소하며 "결혼식 때 제 하객이 200명 왔는데, 아내는 단 한 명이었다. 첫째 돌잔치 때 지인에게 전화했더니 '전화하지마, 경조사 때만 전화하냐'고 화를 내더라. 제 친구들에게 저는 쓰레기가 됐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남편이 계속 용돈 인상을 요구하자 아내는 거부하며 급기야 "짜증난다. 혼자 벌어서 혼자 쓰고 살라"고 비아냥거렸고, 분노한 남편은 "그게 말이냐"라며 폭발했다. 남편의 반응에 아내는 자리를 피해버렸다.
 
아내는 대인관계조차 오직 돈으로만 생각하려는 태도가 강했고, 남편은 그런 아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내는 "힘들 때는 도와줄 수 있는 선배들만 만나고, 잘될 때 후배들에게 베풀면 된다"는 논리를 폈다. 남편이 "그때쯤이면 후배들은 다 떠나고 없을 것"이라고 반박하자 아내는 "그러면 새로운 후배들이 생긴다"며 유치한 입씨름을 벌였다.
 
오은영은 "남편에게 용돈은 액수가 아니라 자존심의 문제다. '내가 10만 원의 가치도 없는 존재인가, 배우자인 내가 그 정도의 고려 대상도 아니라고?'라는 생각이 들수 있다. 용돈 문제 안에 부부간의 관계가 고스란히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아내가 돈에 집착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하여 어린 시절의 성장 환경을 돌아보기로 했다. 아내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다가 돌연 눈물을 흘렸다. 아내의 부친은 알콜 중독이었고 모친이 집안의 생계를 대신 책임져야 했다고. 아내는 자신이 겪었던 어린 시절의 고통과 가난이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대물림되지 않기 위하여 더 열심히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남편은 장인이 알콜 중독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기꺼이 처가로 들어가는 것을 승낙했고 지금까지 22년간 친아들처럼 모셔왔다고 한다.
 
남편 용돈 10만 원 "아내는 후배말고 선배 만나라고"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그런데 부부의 두 번째 갈등도 바로 '술'이었다. 아내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인하여 술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많았다. 남편이 얼큰하게 음주를 하고 들어오자 아내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술김에 남편은 아내에게 대화를 요청하며 "왜 날 무시하냐. 우리 가족은 다 당신 말대로만 움직이고 있지 않냐, 왜 나만 당신한테 기어야 하고 미안해야 하냐"며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털어놨다.
 
그러자 아내는 남편에게 "대화의 수준 자체가 나랑 안 맞는다. 왜 이렇게 유치하냐"고 비아냥거리며 "당신 맘대로 살아, 이제 귀찮아"라며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만 앞세웠다.
 
아내는 "조용하고 대화하고 싶어도 남편이 언성을 높이고 난리를 피운다. 그러니까 대화가 안 된다"고 남편에게 책임을 돌렸다. 남편은 "아내의 말투가 송곳처럼 꽂히는 게 있다. 그게 너무 싫은데, 아내에게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 내가 받아들인 건 공격인데, 아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거기서부터 대화가 안 된다"고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먼저 "남편에게 술문제가 있긴 있다"고 지적하며 "아내에게는 술=악마=가정폭력이다. 아내는 술로 인하여 너무 많은 상처를 겪는 사람이다. 남편이 아내를 생각한다면 술은 정말 많이 줄이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부의 또다른 갈등은 섹스리스였다. 놀랍게도 부부는 남편의 교통사고 이후 약 7년 가까이 부부관계 없이 지내오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번에도 남편은 "나를 구박하는 사람과 하고 싶겠냐"고 이야기하자, 아내는 "핑계를 댄다"고 쏘아붙이며 서로의 탓으로 돌렸다. 서로 감정이 격해지자 아내는 "토할 것 같다"며 또다시 일방적으로 대화를 중단하고 먼저 자리를 피해버렸다.

부부는 본래 한때는 아기자기한 기록까지 남길 정도로 부부관계가 좋았다. 아내는 "남편은 내가 명령한다, 말투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는데 그건 변명"이라고 일축하며 "진짜 이유가 알고 싶은데 그걸 모르겠다"면서 소원해진 부부관계로 비참한 기분까지 들었다고 고백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남편은 "부부관계를 하다가 장인어른이 들어오신 적이 있다"는 충격적인 에피소드를 밝혔다. 또 한 번은 부부관계 중에 반려견이 들어온 적도 있다고.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남편은 점점 아내와의 부부관계에 부담을 느끼게 됐고, 자연스럽게 각방을 쓰면서 더 멀어지게 됐다.
 
남편은 큰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수면제와 우울증 약을 장기간 복용해왔다. 좋지 않은 몸상태와 몽롱한 약기운 때문에 가끔씩 아내가 먼저 다가와도 부부관계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내가 상처받을까봐 소통을 회피한 것이 오히려 더 큰 오해를 불렀다.
 
오은영은 "남편에게 우울증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부부관계를 회피한 게 아내에 대한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우울증으로 인한 무기력 증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으로 오은영은 "부부생활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남편과 아내 모두 부부관계를 딱 하나만 생각하는 것 같다. '잠자리'만이 부부관계가 아니다. 일상 속 크고 작은 스킨십과 애정표현도 부부관계에 해당한다"고 조언했다.
 
남편은 용기를 내어 비뇨기과를 찾아서 현재의 성 기능 상태를 점검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남편의 기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오히려 20~30대 못지 않다는 진단이 나오자, 남편은 기뻐하며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전문의는 신체적인 문제보다는 '심리적인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진단 결과를 듣고도 믿기 어렵다며 도리어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아내는 "차라리 문제가 심각한 거면 마음이 편할 텐데. 건강한데 왜 그랬지 싶었다"면서 남편의 건강함보다 문제가 '자기 탓'으로 돌아올까봐 불편해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부부는 그날 저녁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남편은 "이제부터 다시 노력하자"고 제안했지만 아내는 "이제까지 노력하다 지쳤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아내는 급기야 눈시울을 붉히며 "또다시 상처받을까봐 두렵다. '여자로서 난 뭐지?'라는 생각이 들까봐 거절 당했을 때의 그 감정을 느끼기 싫다"고 고백했다.
 
남편은 "많이 미안했다. 그런 말을 해서 마음이 아팠다"고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그냥 지금보다 말투만 조금 더 상냥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그러면 우리 부부관계도 개선되지 않을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아내는 인터뷰에서 여전히 "저는 가능성을 못 느낀다. 더 이상 부부관계가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며 끝까지 마음의 문을 닫아건 모습이었다. 남편이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들었을 때 아내는 "우리는 답이 없겠구나. 이대로 계속 가야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하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이를 본 남편은 "아내가 이렇게 이야기할 줄 몰랐다. '희망이 없다'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아내의 인터뷰를 보고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아내, 공격적인 언행으로 두려움 감추고 센 척"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솔루션의 시간이 찾아왔다. 오은영은 먼저 제 3자의 관점에서 비친 아내의 이미지를 설명했다. "아내를 모르는 분들은 '너무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성실한 남편에게 용돈도 10만 원밖에 안 주고, 병원에도 안 갔다고? 남편이 말만 하면 시끄럽다고 한다. 정말 너무하네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며 아내의 이기적인 태도를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한편으로 오은영은 "아내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물론 이유가 있다고 해도 앞으로도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은 아니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아내는 성장환경에서 합리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고 의견을 인정받는 경험이 적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오은영은 "아내는 본인이 경험한 아픔과 트라우마 때문에 남편이 자기 주장을 하다가 목소리가 조금만 커져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 두려움 때문에 진짜 문제를 직면하지 못하고 대화를 회피해버린다. 그러면서도 공격적인 언행으로 두려움을 감추고 센 척을 한다"고 분석했다.
 
지옥같은 과거에서 눈앞의 수많은 난관을 해결하는 삶을 살아야 했던 아내로서는, 수단이나 과정보다 어떻게든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 자체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아내는 남편에게 과거 아버지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었고, 자신의 생각이 남편에게 반영되지 않거나 갈등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기 일쑤였다.
 
오은영은 "남편을 아버지와 동일시하지 않는 것은 아내가 극복해야 할 문제다. 아내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절망이라고 느낀다"며 아내의 심리적 문제를 분석했다. 남편은 오은영의 이야기에 놀라움을 드러내며 "그런 생각은 전혀 못했다. 나는 아내의 '감정 쓰레기통'이라고 생각했다"며 아내를 이해해주지 못한 자신을 반성했다.
 
아내의 상처가 두려움이라면, 남편의 상처는 '외로움'이었다. 남편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일 때문에 집을 자주 비우며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경우가 많았다. 처가식구들에게 애정을 느끼고 친자식처럼 최선을 다했던 이유도 정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남편은 세상을 떠난 장인과의 마지막 추억을 회상하며 "다른 사람에겐 원수같았을지 모르지만, 제게는 나를 외롭지 않게 해줬던 분"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오은영은 "남편은 주사가 있는 장인어른조차 '외로운 것보다는 낫지'라며 기꺼이 받아들이고 합가를 결심했다. 그만큼 남편은 마음이 외로울 때 무너지는 사람"이라면서 "아내가 오직 문제 해결만을 위하여 했던 말들을 듣고, 남편은 더욱 외로웠을 것이다. '이 사람은 내 마음을 돌보지 않는구나'라고 느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편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바로 외로움을 달래줄 아내의 소소한 따뜻함이었던 것이다.
 
오은영은 아내에게 "'문제 해결이 안 되니까 절망이다', '나는 입에 발린 소리 못한다' 이런 생각하지 마시라. 이런 면이 내 배우자의 가장 약한 면이구나라고 생각하고 보듬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편에게도 "자기주장을 하기전에 배우자의 의견을 수용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서로의 상처를 자극하고 건드리는 대화보다 먼저 존중과 수용을 당부했다. 부부의 소통을 위하여 남편이 원하는 용돈 인상을 수용할 것, 부부관계에 있어서 작은 스킨십부터 애정과 친밀감을 높여갈 것 등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남편은 용기내어 아내의 손을 먼저 잡고 "당신이 그렇게 아파하는 줄 몰랐다. 앞으로 내가 당신 마음을 더 이해하면서 다가가는 다정한 남편이자 가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아내 역시 "한 번에 바뀔 수는 없겠지만, 나도 깨달은 게 많으니까 조금씩 바뀌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줍게 화답했다. 대기실로 돌아온 두 사람은 남편이 솔루션을 기념하여 둘만의 '특별한 하루'를 제안하면서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결혼지옥 오은영 사랑과전쟁 부부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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