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선언> <뜨거운 피>등 흥행 순위 조작을 살펴보고 있는 경찰 수사의 실제적 초점이 <그대가 조국> 등 현 정부 비판 성격의 영화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흥행 순위가 조작된 영화 목록에 다큐멘터리 <그대가 조국>이 포함된 것으로 의심돼 수사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앞서 경찰은 '비상선언'과 '뜨거운 피' 등 한국영화 관객 수가 조작됐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면서 지난 13일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대기업 영화관 3곳과 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키다리스튜디오 등 배급사 3곳을 압수수색해 입장권 발권 기록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입력 자료 등을 확보했다. 
 
이들 영화관과 배급사는 관객 수를 부풀려 집계하는 방식으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관련기사 : 비상선언-뜨거운피 '관객수 조작 의혹' 경찰 수사).
 
<그대가 조국> 수사에 의혹의 시선도
 
 <그대가 조국> 한 장면

<그대가 조국> 한 장면 ⓒ ㈜켈빈클레인프로젝트

 
경찰이 혐의를 두고 있는 작품은 70여 편 정도로 알려졌는데, 33만 관객을 기록한 <그대가 조국>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계 인사들은 "경찰의 수사가 어처구니 없다"면서 "<그대가 조국>뿐만 아니라 이런 식이면 최근 개봉한 <문재인입니다>도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그대가 조국> 배급사 측은 "2022년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상영에서 영화가 처음으로 공개됐고, 상영관 확보를 위해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면서 "크라우딩 펀딩을 통해 후원하신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좌석 후원을 해 주셨고, 이분들의 후원금은 상영관 확보에도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배급사 측은 "후원인을 위한 시사 상영의 경우, 사석(앞줄 및 좌우 사이드 좌석 중 관람환경이 좋지 않은 좌석)은 배급사에서 지불했고, 이벤트와 관객과의 대화 등이 계획된 상영시간의 경우 최소 개런티를 통해 상영시간표를 확보한 사례도 있다"라며 "행사 진행 시 추가시간 대관료는 영화관에 티켓 발권을 통해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그대가 조국>은 개봉에 앞서 펀딩을 통해 26억 원을 후원받았다. 후원금은 대관 상영에 주로 쓰였는데 관객과의 대화 등으로 대관 시간이 초과한 경우는 추가 티켓 발권을 통해 대관료를 지급한 것이다. 후원금이 많을 경우, 이를 잘못 사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기에 회계 처리의 투명성을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대관 상영의 경우 한 상영관의 전체 좌석을 구매한 상태에서 관객이 영화를 관람한다. 극장 대관이 편한 날을 택하기에 여러 곳에서 동시 대관이 이뤄질 경우 특정 날짜에 관객이 급증하기도 한다. 매진 상영이기는 해도 참여 관객 수에 따라 모든 좌석이 다 차진 않는다. 일반적인 언론배급시사회나 VIP 시사회도 마찬가지다. 100석이 발권됐다고 했을 때 절반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영화계는 경찰이 이런 관람 형태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관객 호응이 높았던 영화까지도 일방적인 업무방해로 묶으려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대가 조국>에 출연한 IT 전문가인 박지훈 대표는 "하명 혹은 청부 수사가 의심된다"라며 "지난해 6월 초 광주극장에서 관객 600여 명 앞에서 상영한 후31만을 돌파하면서 일반 상영은 마무리 수순으로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이후 GV(관객과의 대화)를 포함한 특별상영회 위주로 전국을 돌았으며, 당시 몇 십 명 정도 규모의 소규모 상영도 과장 없이 한분 한분 세어 영진위 집계에 올라갔다"라고 밝혔다.  
 
예매율 민감한 배급사 개입한 사례 있어
 
 2022년 8월 3일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

2022년 8월 3일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 ⓒ 쇼박스

 
물론 개봉하는 상업영화 중 일부는 흥행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치는 예매율 순위에 민감해 배급사 측에서 일정 분량의 티켓을 구매하기도 한다. 예매율에 따라 상영관이 배정되기 때문이다. 예전 40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을 만든 제작사 대표는 "개봉 당시 예매율이 신경 쓰여 일정량의 티켓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수사 중인 영화 <비상선언>의 경우 개봉 다음 날인 지난 2022년 8월 4일 심야 상영이 모두 매진됐다는 의혹이 온라인 영화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됐었다 배급사가 예매율을 인위적으로 높이려고 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배급사는 "메가박스에서 심야 상영 이벤트를 앞두고 내부 테스트를 진행한 것"이라며 "실시간 예매율이나 박스오피스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1주일 뒤 사흘간 할인된 금액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심야 상영 이벤트를 한다고 알렸다.
 
다만 비상선언의 흥행을 막기 위해 역바이럴 마케팅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비상선언>을 제외하고 다른 경쟁 영화에 투자한 쪽에서, 자신들이 투자한 영화에는 우호적인 글을, 투자하지 않은 영화에는 악의적인 비방글을 올렸다는 주장이었다. 관련 자료를 수집한 배급사가 경찰에 수사 의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흥행분석전문가인 이하영 전 시네마서비스 배급 이사는 "예매율을 높이기 위한 배급사의 사재기는 사기와 다름없고 관객을 기망하는 처사"라며 "바로 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서 (이번 수사를) 진행하는 데 의문이 든다"라며 "조심스럽기는 하나 다른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대가 조국 박스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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