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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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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하던 1인 가구 문제가 청년층에게 나타나고 있다. 청년 1인 가구의 삶의 질 보장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은 2005년 20%에서 2021년 33.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인 셈이다. 통계청은 2050년에는 1인 가구 비중이 39.6%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체 1인 가구 중 29세 이하 1인 가구 비중은 19.8%로, 전 연령대 중에 가장 높았다. 1인 가구의 대표적인 형태로 여겨지는 70대 이상 노인 1인 가구(18.1%) 보다 높은 수치다.

'어쩔 수 없이' 1인 가구가 된 청년들

청년들은 학업, 직장 등의 이유로 1인 가구를 선택한다. 지난해 서울시가 인구·가구 통계조사와 통신데이터를 결합한 1인 가구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20~30대 청년 1인 가구는 광진구 화양동, 강남구 역삼1동 등 대학가나 회사 주변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강북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한윤진(22)씨는 본가에서 학교까지 왕복 7시간이 걸려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고 있다. 그는 "체력과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자취를 시작했다"며 "선택지가 있었다면 가족이 있는 본가에서 지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1인 가구가 된 청년들은 갑작스러운 인간관계 단절에 직면하기도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혜진 연구원은 논문 '청년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2018)'를 통해 "비자발적 1인 가구는 관계 형성이나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찾기 어려워한다"고 밝혔다.

혼자 사는 청년들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다인 가구에 비해 짧다. 노 연구원은 "청년 1인 가구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은 하루 약 74분으로, 다인 가구의 55~60% 수준"이라며 "시간을 따져봤을 때 다인 가구와 50~60분 정도의 격차가 있다"고 언급했다.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인 가구와 달리, 1인 가구는 외부 활동이 아니면 다른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정규적인 활동이 없으면 집에 쉽게 고립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과 시간을 함께 보내도 청년 1인 가구는 사회적 관계에 안정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학업, 직장 등의 이유로 혼자 사는 청년들은 대개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생활한다. 새로운 인간관계에 적응할 때까지 청년 1인 가구는 고립된다. 사적인 관계를 만들 기회가 없는 경우도 있다.

가족, 오래된 지인 등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은 원래 생활하던 지역에 머물러 주기적으로 만날 수 없다. 논문 '청년 1인가구의 생활환경과 삶의 질 연구'에 따르면 청년 1인 가구는 사회적 단절로 인한 우울감, 외로움, 슬픔 등으로 정신 및 신체적 건강이 좋지 않은 편이며, 한국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낮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안재현(25)씨는 학업 때문에 3년 가까이 혼자 살고 있다. 대학 생활이나 대외활동 등을 다 합하면 다른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일주일에 약 21시간이지만, 그중 가족이나 오래된 지인 등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5시간에 불과하다.

안씨는 "혼자 살면 청소나 설거지를 할 때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서로 도와주는 상황이 생길 수 없다"며 "일상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이 없어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본가가 있는 경기도 안산까지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그는 가족과 한 달에 한 번 만난다.

가족과의 대화가 없어지면서 생긴 빈자리는 SNS가 채웠다. 안씨는 가족과 함께 지냈을 때보다 SNS 사용 시간이 훌쩍 늘었다. 그는 특별히 할 게 없거나 심심할 때 시간을 보내기 위한 용도로 SNS를 사용한다. 그러나 SNS를 쓸수록 혼자 남겨지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그는 "학교에서 발표를 망친 것 때문에 친구한테 연락했는데 상대가 확인을 안 해 속상했던 적이 있다"며 "SNS로 다른 사람과 연결돼 있지만, 감정은 쉽게 풀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씨가 자취를 시작하고 1년이 지났을 무렵, 가족과의 관계 단절, 경제적 어려움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그의 정신과 신체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감정 조절이 불가능해 행동이 거칠어지는가 하면, 먹은 음식을 토하거나 30~40시간에 한 번씩 잠드는 일까지 생겼다. 이후 가족이 있는 본가에서 3개월간 생활하면서 안씨의 상태는 점차 호전됐다. 안씨는 "모든 문제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도어락 가리는 게 습관..." 불안에 떠는 1인 가구 

청년 1인 가구는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도움을 받기 힘들다. 논문 '청년 1인 가구의 생활환경과 삶의 질 연구'는 생활환경을 5개 유형(▲안전 ▲사회적 관계 ▲주거환경 ▲경제 환경 ▲건강)으로 나눠 청년들의 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청년들은 '안전' 문제를 가장 높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안전'을 세분화해 ▲지역 범죄 안전 ▲지역 안전 ▲전반적 안전 ▲주택 범죄 안전 ▲재난사고 안전 ▲주민 안전 의식 항목을 조사하자 '전반적 안전' 문제를 가장 크게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년 1인 가구의 안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타인에게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민에서 비롯된다.

교내활동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하던 한씨는 등 뒤에서 자신을 따라오는 낯선 사람의 인기척을 느꼈다. 학교 지인들에게 경험을 털어놓자 '여대 근처 치안이 좋지 않다'는 말을 증명하듯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말이 쏟아졌다. 이후 한씨는 문단속에 신경 쓰고 있다. 그는 "본가에 살 때는 현관 비밀번호를 막 누르고 들어갔는데 자취를 시작하며 도어락을 손으로 가리는 습관이 생겼다"며 "문 쪽에서 약간만 소리가 나도 쳐다보게 된다"고 전했다.

한편 안씨는 휴대전화 없이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문이 잠기는 난처한 경험을 했다. 밖에서 발소리가 들릴 때마다 '저기요'라고 힘껏 소리쳤지만 도움의 손길은 없었다. 결국 안씨는 힘으로 문을 부쉈다. 그는 "손잡이 부분부터 시작해 여러 번 내리치자, 나중에 문이 쩌적쩌적 소리를 내며 쪼개졌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굳게 잠긴 문을 겨우 부수고 나왔을 땐 화장실에 갇힌 시점에서 4시간이 지나있었다.

그는 "20년 이상 된 낡은 집이라 문을 부수는 게 가능했다"면서 "연식이 얼마 안 된 튼튼한 집이었다면 탈출하는 게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후 안씨에게 혼자 사는 청년들이 화장실에 망치를 가져다 둔다는 우스갯소리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농담이 아니게 됐다.

이외에 물건이 파손돼 다치거나, 질병으로 치료가 필요한 상황 등이 흔하게 일어나지만, 청년 1인 가구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로는 한정적이다. 위험을 온전히 혼자 감내해야 하는 상황은 청년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반지하가 물에 잠겼지만... 이사 대신 짐만 옮겼다 
 
청년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원룸촌 전경
 청년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원룸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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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홀로서기는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청년들에게 특히 가혹하다. 올해 직장생활을 시작한 차종관(30)씨의 통장에선 매달 120만 원이 인출된다. 대출 원금과 이자를 합한 금액이다. 취직을 한 뒤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직장을 구하기 전엔 대출금을 갚느라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했다. 기존 대출금을 새로운 대출금으로 갚는 이른바 '돌려막기'도 흔한 일상이었다.

7년 전, 부모와의 갈등으로 독립한 차씨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일거리를 구했다. 배달, 물류센터 상하차, 건설 노동, 편의점 아르바이트, 콘텐츠 제작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수입은 넉넉지 않았다. 차씨는 지출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독립한 뒤 약 2년간 월세와 생활비를 포함해 매달 50만 원이 안 되는 금액으로 살았다. 한 달 지출이 20만 원보다 적었던 적도 있다.

그는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감자로 할 수 있는 모든 요리를 해 먹었고, 하루 종일 누워서 라면과 쌀밥만 먹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고시원에 들어갈 돈이 없을 때는 학교 운동장과 회관에서 노숙을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 눈치가 보이고 부끄러웠지만 살아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전했다.

차씨의 시간은 온전히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경제적 기반 마련에 쓰였다. 그는 아르바이트에 쓰인 시간을 스스로를 먹여 살리기 위한 '매몰 비용'이라고 표현하며 "수많은 아르바이트는 어떤 경험이나 경력도 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안 하거나 애초에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 들었다"고 덧붙였다.

불균형한 영양 섭취, 스트레스, 과로는 차씨의 건강 상태를 악화시켰다. 양쪽 폐는 염증이 심해져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정신 건강 쪽으로도 이상이 생겼다. 건강은 회복했지만, 경제적 문제는 여전히 차씨의 발목을 붙잡는다. 차씨는 지난해 거주하고 있는 반지하 방이 침수돼 세간 살림의 대부분을 처분했지만 비교적 주거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이사를 하지 않았다.

그는 올해 여름철 폭우 예고에 거주지 대신 짐을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목돈을 마련할 때까지 앞으로 3년간 지금 집에서 지낼 예정이다. 그는 "독립 초반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 몇 년의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과거에 겪었던 어려움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 1인가구 위한 정책적 안전망 여전히 부실

사회보장기본법은 '사회보장'을 '질병, 장애, 노령, 실업,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빈곤을 해소하며 국민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공되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복지서비스 및 관련복지제도'로 정의하고 있다. 논문 '청년 1인 가구의 생활환경과 삶의 질 연구'에 따르면 청년 1인 가구는 사회적 지원 체제나 제도적 보호가 없으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렵거나 빈곤화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 마련된 청년 정책들이 일자리나 취업에 초점을 맞춰 전반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문 '청년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는 "다층적인 사회적 배제를 해소하기 위해 청년 공간을 조성하거나 청년의 사회참여 촉진을 위한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정책 등이 시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청년 1인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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