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스틸컷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기사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 우주의 행성을 집어삼키는 '유니크론'을 섬기는 '스커지'(피터 딘클리지). 그는 '테러콘'을 이끌고 '맥시멀' 행성을 급습한다. 맥시멀이 지키는 '트랜스워프 키'를 확보하면 유니크론이 은하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우주의 지배자가 될 수 있기 때문. 이에 '옵티머스 프라이멀'(론 펄먼)과 맥시멀은 지구로 도망친 후 키를 숨긴다. 

어느 날, 고고학자 '엘레나'(도미니크 피시백)는 트랜스워프 키를 우연히 찾아낸 뒤 실수로 키를 작동시킨다. 이에 지구에 피난 온 '옵티머스 프라임'(피터 컬런)과 오토봇은 새로운 친구 '노아'(앤서니 라모스)와 맥시멀의 도움을 받아 키를 찾기 시작한다. 고향 행성 사이버트론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하지만 키의 위치를 알아낸 스커지가 지구에 도착하자 오토봇과 맥시멀은 위기에 처하고, 그들은 운명을 건 전투에 돌입한다.

리부트 시리즈의 본격적인 시작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스틸컷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가 흥행한 이후 할리우드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매료됐다. 새롭게 출범하는 시리즈도, 기존의 프랜차이즈도 마블의 발자국을 따라가기 바빴다. 일례로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톰 크루즈가 출연한 <미이라>(2017)로 '다크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렸다. '해리포터'와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도 '위저딩 월드'로 재편됐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 시리즈도 마찬가지였다. 5편인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는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북미에서도, 한국에서도 흥행에 실패했다. 월드와이드 흥행도 4편의 절반 수준이었다. 시네마틱 유니버스 계획은 취소됐다. 본래 스핀오프로 기획된 <범블비>가 급하게 리부트 시리즈의 첫 타자로 낙점됐다. 

<범블비> 이후 5년 만의 속편인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은 리부트 시리즈의 진정한 시작을 알린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범블비>의 연장선상에 있다. 로봇과 인간의 교감에 주목하는 가운데, 간결해진 시나리오와 액션으로 무장했다. 하지만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다. 아직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욕심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계인과 인간의 교감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은 소수자라는 특징에 주목해 인간과 외계인의 관계를 풀어낸다. 노아는 히스패닉이다. 그는 미국 주류 사회에 녹아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미 육군 출신인데도 취업 면접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다. 옵티머스 프라임과 오토봇도 지구에서는 소수자다. <범블비>에서 사이버트론을 탈출해 지구로 피신한 오토봇. 그들은 전편에 인간에게 쫓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철저히 숨어 지낸다.

양측이 처음부터 협력하지는 않는다. 노아는 유니크론이 트랜스워프 키를 이용해 지구를 파괴할 거라고 우려한다. 옵티머스 프라임은 트랜스워프 키를 활용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노아는 키를 파괴하려 하고, 옵티머스는 지키려 한다. 

그러나 또 다른 공통점을 계기로 둘은 힘을 합친다. 가족애다. 노아에게는 아픈 동생이 있다. 돈이 없어 병원 진료를 볼 수 없게 되자 그는 치료비를 마련하려고 범죄를 저지른다. 옵티머스에게는 말을 못 하는 범블비가 있다. 자기를 믿고 지구에 온 동료들도 있다. 고향에 대한 집착은 리더의 책임감처럼도 보인다. 이 부담과 책임감은 노아와 옵티머스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타협하는 기점이 된다. 

인간을 지렛대 삼아 트랜스포머를 살리다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스틸컷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그 결과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핵심 캐릭터인 옵티머스 프라임의 존재감이 극대화된다. 물론 마이클 베이 버전에서도 옵티머스는 멋진 캐릭터였다. 정의롭고, 카리스마가 넘쳤다. 하지만 동시에 일차원적이었다. 무조건적으로 인간 편을 들며 지구를 수호하려 했다. 4편에서는 인간에게 사냥 당하는 와중에도 '케이드 예거'(마크 월버그)의 말 몇 마디에 설득되기까지 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옵티머스는 인간을 불신한다. 맥시멀이 트랜스워프 키를 숨기는 대신 한 인간 부족에게 맡겨둔 것을 알고는 크게 놀란다. 인간에게 쫓겨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 처지를 노아에게 오버랩하고, 맥시멀과 인간의 동맹을 목격한 후 생각을 바꾼다. 마음을 열고 인간을 돕기로 한다. 이 전개가 예상보다 설득력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옵티머스는 어느 때보다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리더로 보인다. 

트랜스포머에만 집중하라

노아와 옵티머스의 교감은 간결해진 시나리오 덕분에 더욱 빛난다. 이전과 달리 음모론이나 가상역사의 비중은 줄었다. 페루 구스코 신전과 잉카 제국이 배경으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딱 잘라 선을 긋는다. 달 착륙 음모론이나 아서 왕 전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전편들의 실수를 미연에 방지한다. 엘레나가 나스카 지상화도 너희(맥시멀) 작품이냐고 묻자 프라이멀이 아니라고 답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대신 트랜스워프 키를 찾는 오토봇, 테러콘, 맥시멀의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춘다. 트랜스포머보다 인간 주인공과 미군에 주목한 이전 시리즈의 잘못을 피해 간다. 사실 초반에는 인간 캐릭터 비중이 크다. 다만 노아, 엘레나, 오토봇이 한 팀을 이루는 순간부터는 확실히 트랜스포머가 주인공이다. 옵티머스 프라임과 프라이멀이 스커지와 대립하고, 노아와 엘레나가 양념을 친다. 덕분에 '미라지'(피트 데이비슨) 같은 오토봇이나 '에어레이저'(양자경) 같은 맥시멀이 자기 매력을 발산할 공간도 충분하다.    

액션도 간결해진 각본과 조화를 이룬다. 트랜스포머의 특성과 매력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일단 모습을 자유롭게 바꾸는 트랜스포머의 특징을 적절히 활용한다. 일례로 미라지는 쓰레기차로 변신해서 박물관에 잠입한다. 페루에서도 오토봇은 자동차 상태를 유지하며 퍼레이드 쇼를 방해하지 않는다. 이에 더해 자동차라는 한계가 명확한 오토봇과 지상과 수중, 공중을 오가는 테러콘도 명확히 대비된다. 마치 <트랜스포머> 1편 속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대결을 다시 보는 느낌이다.  

부메랑이 된 장점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스틸컷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문제는 장점이 부메랑 마냥 단점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이다. 장점은 확실하나, 장점을 어떻게 살릴지 판단의 묘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트랜스포머에만 집중한 각본은 좋다. 그런데 필요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냈다. 범블비의 죽음과 부활이 대표적이다. 예측 가능하지만,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서 작위적이다. 편집도 부자연스럽다. 박물관 전투 후 스커지가 유니크론을 만나는 장면은 앞뒤 흐름에서 다소 유리된 듯한 느낌을 준다. 

액션신에서도 간결함이 독이 된다.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이 웅장한 배경 음악과 함께 쏟아지던 마이클 베이 표 액션에 비하면 이번 편은 심심하게 느껴질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액션 구성이나 스타일이 <트랜스포머> 1편과 유사하다 보니 아쉬움이 더 클 수 있다. 

인간과 오토봇의 교감이라는 키워드 때문에 일부 캐릭터가 도구적으로 소비되는 문제도 있다. 엘레나가 대표적이다. 지금은 박물관 인턴이지만 언젠가는 세상을 놀라게 할 유적과 유물을 발굴하겠다는 야심으로 가득한 그녀. 엘레나는 맥시멀이 숨긴 트랜스워프 키의 절반을 우연히 발견해 연구하다가 노아와 함께 온 오토봇과 조우한다. 즉, 그녀는 오토봇과 별다른 접점이 없다. 

그러다 보니 엘레나의 역할은 노아나 오토봇이 막다른 골목을 마주했을 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데서 그친다. 트랜스워프 키의 남은 반쪽을 찾을 장소나 유니크론을 막을 시스템 입력어 모두 그녀의 연구 노트에서 운 좋게 튀어나온다. 1편의 여주인공 '미카엘라'(메간 폭스)와 비교하면 더 몰개성적이다. 미카엘라는 범블비나 오토봇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다. 그러나 액션신에서 '자동차'라는 포인트를 살려 활약한 바 있다.

아직 버리지 못한 욕심

무엇보다도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향한 욕심이 문제다. 당장 영화의 클라이맥스만 봐도 문제점을 알 수 있다. 미라지가 마지막 힘을 짜내 변신한 슈트를 입은 노아. 그는 옵티머스 프라임과 범블비 옆에서 함께 싸우며 유니크론을 패퇴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맡는다. 스토리 전개만 놓고 보면 그의 활약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하다. 아이언맨과 앤트맨을 연상시키는 슈트 때문은 아니다. 트랜스포머가 주인공인 영화에서 인간 캐릭터가 갑작스레 활약하다 보니 다음 영화에서 트랜스포머가 다시 뒷전으로 밀리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지.아이.조'의 등장을 예고하는 쿠키 영상은 이 우려를 재확인한다. 트랜스포머와 지.아이.조의 크로스오버는 예견된 일이었다. 두 프랜차이즈 모두 제작사 해즈브로의 주력 완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시네마틱 유니버스(심지어 마블도)가 위기에 빠진 현황을 고려하면 무모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이 아쉬움 속에서도 여러 장점을 보여줬지만, 리부트 시리즈의 미래가 여전히 어두워 보이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potter1113)와 브런치(https://brunch.co.kr/@potter1113)에 게재한 글입니다.
영화리뷰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리부트 범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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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읽는 하루, KinoDAY의 공간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정치경제철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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