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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나는 출근 전 운동을 한다. 운동이라야 근력운동 같은 강도 높은 훈련이 아닌 도림천을 바라보며 맨손 체조나 스트레칭하는 가벼운 정도이다. 그래도 이 매일 매일의 습관이 차곡히 쌓여, 건강하게 일과를 수행하는 체력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의 운동을 하지만 그 안에서도 날마다 조금씩 다르고 새롭다.

오늘 아침, 나는 아주 귀하고 특별한 경험을 했다. 그제도, 어제도 나는 여기서 운동을 했지만 어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아주 눈이 번쩍 뜨이는 광경을 오늘 발견한 것이다.      
 
기적처럼 핀 작은 꽃
 기적처럼 핀 작은 꽃
ⓒ 홍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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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스트레칭하느라 기구에 걸쳤던 다리를 내리는 순간 우연히 마주친 상황에 순간 조화가 떨어져 있는 줄 알았다. 보고 또 봐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 흙 한 줌 찾을 수 없는 곳, 딱딱한 철제 운동 기구를 고정하는 나사의 틈 사이로 풀도 아닌 꽃이 피어있는 게 아닌가?

상황을 납득하기 위하여 철제 운동기구 아래에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 흙이 있다고 치자. 그렇다 해도 거기에 어찌 꽃씨가 있었으며, 그 꽃씨가 어떻게 발아하고 자라 잎을 틔우고 이렇게 예쁜 꽃까지 피울 수 있다는 말인가? 햇빛도 잘 들지 않는 운동기구 디딤판의 척박한 환경에서.
 
꽃이 핀 운동 기구
 꽃이 핀 운동 기구
ⓒ 홍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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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정확하게 보여주기 위하여 운동 기구의 사진을 찍었다. 작은 꽃이 바로 햇볕도 들지 않는 파란 동그라미의 맨바닥 가운데 부분에 핀 것이다.

물론 계단이나 시멘트 바닥의 틈바구니, 혹은 낭떠러지 같은 바위 끝에 곡예 하듯 돋아난 자생 식물들을 보며 그들의 강인한 생명력에 놀랐던 기억은 꽤 있었다. 하지만 불가사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번처럼 경이롭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어쩌면 그 철제 받침의 매끄러운 성질과 작은 꽃의 앙증맞은 모양과 화려한 색깔 등이 함께 다가와 더 충격적이었는지 모르겠다.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동물이든 식물이든 야생의 삶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혹독하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특히 먹이사슬의 맨 윗부분을 차지하는 사자 등 맹수들은 매번 사냥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해서 굶기 일쑤란다.

얼핏 생각하면 약육강식의 자연 생태계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사자의 경우 사냥하는 족족 성공할 것 같지만 예상보다 훨씬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하여 사냥감을 포획하는 일이 처절하고 고단한 삶이라고 한다

어디 동물의 세계뿐이랴. 식물들 역시 한 송이의 꽃을 피우려면 오랜 시간 동안 숱한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우리 눈에는 그저 예쁘게 보이는 꽃을 피우기 위하여 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의 토양에서도 그럴 텐데 하물며 이 작은 꽃은 운동 기구 나사의 틈새로 삐져나오는 것까지 추가 되었으니 오죽 힘들었을까? 그래서 이 꽃을 처음 본. 순간 예쁘다기보다 짠하고, 안쓰럽고, 슬프고, 대견하고, 가슴 먹먹한 복잡한 마음이 더 먼저 다가온 것이 아닐까?

이 아침, 우연히 발견한 작은 꽃을 보며 많은 생각이 스쳐 간다. 우리 인간들은 살면서 가끔 자신의 환경을 힘들다고 투덜대지만 우리가 한낱 미물이라고 여기는 저 작은 꽃은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자기 소임을 다하여 마침내 꽃을 피워 냈다.

그 가녀린 꽃의 강인하고 존귀한 생명력에 경의를 표하며 작은 꽃에 삶을 대하는 태도 한 수를 배운다.

태그:#보고도 믿기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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