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젊은 태극전사들이 이탈리아의 벽에 막혀 결승진출이 좌절됐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0 축구 대표팀은 9일(이하 한국시각) 아르헨티나 라플라타의 에스타디오 우니코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경기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준결승에서 이탈리아에게 1-2로 패했다. 후반 41분 시모네 파푼디에게 허용한 통한의 골로 결승진출이 무산된 한국은 오는 12일 오전 2시 반에 같은 장소에서 이번 대회 또 다른 '돌풍의 팀'이었던 이스라엘과 3위 자리를 놓고 다투게 된다.

비록 2019년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결승진출은 무산됐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U-20 대표팀이 이룬 성과는 그 어떤 극찬으로도 아깝지 않다. 이번 대표팀은 '낀 세대'라는 비판을 극복하고 프랑스, 나이지리아 같은 강호들을 꺾고 세계 4강에 우뚝 섰다. 특히 2022년 1월부터 대표팀을 지휘했던 김은중 감독은 다소 불운하고 아쉬웠던 현역 시절을 뒤로 하고 지도자로서의 첫 걸음을 아주 성공적으로 열었다.
 
K리그 스타였지만 국가대표 경력은 아쉬워
 
 작년부터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 김은중 감독은 첫 세계대회에서 U-20 월드컵 4강이라는 큰 성과를 만들었다.

작년부터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 김은중 감독은 첫 세계대회에서 U-20 월드컵 4강이라는 큰 성과를 만들었다. ⓒ 대한축구협회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마친 후 K리그에는 전에 없던 '르네상스'가 찾아왔다. 배우 뺨 치는 잘 생긴 외모와 화려한 테크닉을 겸비한 대우 로얄즈의 '테리우스' 안정환과 강력한 슈팅을 자랑하는 포항 스틸러스의 '라이언킹' 이동국, 축구 천재로 불리던 수원 삼성의 '앙팡테리블' 고종수 등 젊은 스타선수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신생팀 대전 시티즌을 이끄는 '샤프' 김은중 감독도 있었다.

1998년부터 대전의 주전공격수로 활약한 김은중 감독은 대전의 약한 전력 탓에 화려한 기록을 쌓진 못했지만 2001년 이관우(청주대 감독)와 함께 대전의 FA컵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가난한 시민구단이었던 대전은 김은중 감독을 데리고 있을 여력이 없었고 결국 2003년 김은중 감독을 일본 J리그의 베갈타 센다이로 임대 이적시켰다. 그리고 김은중 감독은 구단 간의 협약에 의해 2003 시즌이 끝나고 곧바로 FC서울로 이적했다.

2004년 8골 2도움, 2005년 7골 7도움을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던 김은중 감독은 2009년 중국리그의 창사 진더에서 한 시즌 동안 활약하다 2010년 제주 유나이티드FC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김은중 감독은 제주에서 활약한 2010년 13골 10도움을 기록하며 제주를 K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K리그 시즌 MVP와 함께 공격수 부문 베스트11에 선정되며 서른이 넘은 나이에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2012년 강원FC로 이적한 김은중 감독은 1년 반 동안 활약하다 2013년 포항으로 임대 이적했고 30대 중반이라는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2014년 자신이 처음 프로생활을 시작했던 대전으로 돌아온 김은중 감독은 한 시즌 동안 플레잉코치로 활약하면서 대전의 1부리그 승격에 기여한 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김은중 감독의 등번호 18번은 대전에서 18년 동안 영구결번이 됐다.

김은중 감독은 이처럼 K리그에서 남부럽지 않은 활약을 했던 스타 선수였지만 대표팀에서는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실제로 김은중 감독은 움베르트 쿠엘류 감독 체제에서 대표팀에 자주 선발됐지만 조 본프레레 감독 부임 후에는 안정환과 이동국, 조재진 같은 선수들에 밀려 대표팀에 선발되는 일이 점점 줄어 들었다. 결국 김은중 감독은 A매치 15경기 5골의 기록을 남기고 조금은 초라하게 대표팀 생활을 마감했다.

감독 커리어 첫 세계대회서 4강 쾌거

2014 시즌이 끝나고 현역생활을 마감한 김은중 감독은 벨기에 2부 리그의 AFC 튀비즈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6-2017 시즌에는 감독이 경질되면서 시즌 후반 감독대행을 맡기도 했는데 팀 분위기를 잘 추스리면서 AFC 튀비즈의 3부리그 강등을 막기도 했다. 2017년 U-23대표팀 코치로 부임한 김은중 감독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김학범 감독을 보좌하며 한국의 대회 2연패에 기여했다.

올림픽 대표팀의 수석코치였던 이민성 코치가 대전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수석코치가 된 김은중 감독은 2020도쿄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리고 2021년 12월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에 선임되면서 커리어 처음으로 정식 감독을 맡게 됐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U-20 아시안컵 8강에서 중국에게 선제골을 내준 후 연속 3골을 넣으며 3-1로 승리, 본선진출티켓을 따냈다.

사실 이번 대회는 2019년 대회의 이강인(RCD 마요르카) 같은 대형스타도 없었고 4년 만에 열리는 U-20 월드컵이라 상대적으로 축구팬들의 관심도 떨어졌다. 하지만 김은중 감독은 크지 않은 관심과 약체라는 평가에도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프랑스를 꺾으며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조별리그에서 1승 2무의 성적으로 16강에 오른 김은중호는 16강에서 에콰도르, 8강에서 나이지리아를 연파하며 두 대회 연속으로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실제로 김은중 감독은 대회 전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 받지 못하던 선수들을 라이징 스타로 도약시켰다. 2골 4도움을 기록한 주장 이승원(강원)은 '2023년의 이강인'으로 떠올랐고 2경기 연속 세트피스 헤더골을 기록한 최석현(단국대)은 '골 넣는 수비수'로 도약했다. 나란히 김천 상무FC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는 192cm의 장신스트라이커 이영준과 김준홍 골키퍼 역시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로 주목 받고 있다.

2009년 U-20월드컵에서 한국을 8강으로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울산 현대)은 런던 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지휘했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U-20 대표팀, 월드컵 대표팀을 거친 신태용 감독(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의 사례도 있다. 감독 커리어의 시작이었던 U-20 월드컵에서 세계 4강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 '젊은 지도자' 김은중 감독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U-20 월드컵 김은중 감독 비운의 스트라이커 2연속 4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