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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9일 수원 출입국·외국인청 보호실에서 부모 및 다른 성인들과 함께 구금된 세 살 아동(왼쪽)이, 벽을 보고 앉아 있는 모습.
 지난 4월 19일 수원 출입국·외국인청 보호실에서 부모 및 다른 성인들과 함께 구금된 세 살 아동(왼쪽)이, 벽을 보고 앉아 있는 모습.
ⓒ 공익법센터 어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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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어린이 구금이라니. 지금 수원출입국외국인청의 '보호실'에는 장을 보러 나갔다가 '단속'된 이십대 초반의 몽골 국적 아버지와 세 살 난 어린이가 함께 갇혀있다. 문이 잠긴 방에서 화장실을 갈 수 없었던 어린이는 갇힌 채 오줌을 싸고 갈아입을 옷이 없어 으슬으슬한 상태로 밤을 지샜다고 한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외국인보호소폐지를위한물결(IW31: InternationalWaters31) 활동가 아정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4월 올린 글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알고 보니 4월 초 경찰의 미등록 체류자 단속에 적발됐던 몽골인 A씨가, 수원 출입국청에 아들과 함께 약 18일 동안 구금됐던 상황이었다는 것. 이는 두 달여 뒤인 지난 13일에야 <한겨레> 보도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고, 그 사이 A씨는 고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아이의 보호자가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시도했지만 법무부는 이들을 강제출국시켰다. 


이런 일은 독재국가에서나 있는 줄 알았다. 대한민국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나라이지만, 그에 반해 현재 한국의 난민 인정은 극히 낮은 상황이다. 난민 인정을 촉구하며 한 달 넘게 단식 중인 이집트인 사례도 있다(관련 기사: "한국 정부, 삶 버리게 해"... 법무부 앞 '단식' 이집트인 사연 https://omn.kr/24aqf).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2021년 4월,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양팔 양다리가 수갑으로 모두 묶인 외국인의 몸을 꺾는 일명 '새우꺾기 가혹행위'를 한 것이 논란이 돼 잘못을 인정한 적도 있다. 도대체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길래 이런 일들이 버젓이 한국에서도 일어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에 난민법의 제정,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피난 법적 조력 등에 관여하며 난민 이슈를 쉽게 설명해주는 방송(유튜브 바로보기)을 진행하고 있는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에게 한국 난민제도에 대해 전반적으로 물었다. 아래는 그와 지난 5일 비대면 인터뷰 및 지난 일주일간 서면으로 주고받은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요약·정리한 것이다. 

"몽골 아동의 구금 소식, 충격적... 한국엔 아동구금 불허 규정이 없다"
  
‘공익법센터 어필’ 이일 변호사가 시민대상 강연중 어필의 조력의 성과를 설명하는 모습. 어필이 10년간 조력해서 난민지위를 받거나 가족이 다시 만났거나 억울하게 구금에서 풀려난 사람들의 국적을 나열한 슬라이드.
▲ 공익법센터 어필 이일 변호사 ‘공익법센터 어필’ 이일 변호사가 시민대상 강연중 어필의 조력의 성과를 설명하는 모습. 어필이 10년간 조력해서 난민지위를 받거나 가족이 다시 만났거나 억울하게 구금에서 풀려난 사람들의 국적을 나열한 슬라이드.
ⓒ 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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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활동가가 페북에 공유한 소식, 또 언론보도에 의해 3살 몽골 출신 아이가 부모와 함께 구금되어 고생한 소식을 봤다. 아동 구금의 현 주소가 무척 심각한 듯 보인다.

"몽골 아동의 구금 경우는 제게도 충격적이었다. 선천적으로 아팠던 3살 아동이 부모와 함께 (4월 초) 18일 동안 구금되어있었는데, (보호소 측에서) 아이에게 성인음식을 주는 등 별다른 배려도 없었다고 한다. 아이의 병원 방문이 있어 외출한 날 정부가 공항으로 데려가 강제 송환시켰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재한몽골 커뮤니티에서 이 소식을 듣고 무척 분노했고, 현지 언론에도 큰 파문을 일으켰다고 들었다.

사단법인 두루 등 국내 4개 NGO로 구성된 '자유박탈아동에 대한 한국 실무그룹'은 법무부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이에 따르면 경찰 수사단계에서 구속된 만 19세 미만 아동은 6277명(2013~2018년), 구치소 단계에선 6154명(2008~2018년), 교도소에는 7804명(2008~2011년)으로 파악됐다. 이주아동의 경우엔 2013년~2015년 3년간 화성 외국인보호소에만 67명의 아동이 구금됐고 5년간(2015년~2019년 4월) 구금된 이주아동의 평균 구금기간은 7.7일, 최장 기간은 140일에 이르렀다. 아쉽게도 최근 자료는 정보공개 확인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에는 아동구금을 불허하는 규정이 없는 상태다. 출입국 측은 아이에게는 별도로 강제퇴거명령을 내리지 않지만,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있고 싶어 하기 때문에 동의를 받아 구금하는 것이라고 20년째 주장하고 있다. '아동구금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되어있지만, 출입국 당국은 부모가 데리고 있는 것이지 자신들이 구금하는 게 아니라며 책임을 전가한다.

'구금 외 대체수단을 마련하라'고 인권위에서도 정책개선 권고를 십몇 년 전부터 내고 있지만, 출입국에서는 아무 관심이 없다. 올해 3월 강제퇴거를 명령받은 외국인들을 구금하는 근거조항이 위헌결정을 받았지만, 헌법재판소는 아동구금에 대해서는 법리적 이유로 별도 판단하지 않았다. 시민사회는 준비 중인 개정입법에서 '아동 구금 금지' 조항을 포함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고 보나.

"'아동구금 금지'는 사실 상식적인 것이다. 부모를 추방목적으로 구금하려 하더라도 만약 아이가 있는 것을 알면,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하고 신병은 다른 방법으로 확보해야 한다. 실제 독일의 경우는 미등록 상태로 거주하는 부모가 구금당하게 될 경우, 미성년 자녀에 대한 책임이 경찰이나 사법 당국의 관할 하에 있다고 한다. 원칙적으로 아동 구금은 자제해야 하기에, (당국은) 주거 시설, 위탁 가정 또는 친척에 위탁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부모와 아이를 함께 가둔다.

출입국 공무원들은 조금도 자신들이 잘못했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게 안타깝다. 개인들은 정당한 일들을 한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집합적으로는 반인권적이고 위법한 행동에 가담하고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본인들은 '어쩔수 없이 국가를 위해 할 일을 했다'는 행정당국의 사고가 큰 문제인 것 같다. 외국인들을 환영하려는 마음이 없는 그 태도가 아쉽다."


-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분쟁지역이 많은데 한국 정부의 난민 지원은 어떤가. 
 

"수단은 전부터 정치가 불안했기에 국내로 피난해온 이들이 300여 명정도 있는데 전쟁이 발발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 예를 들어 국제사회에서 압력이 있을 것 같거나 한국과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미얀마에 대해서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라도 난민신청 절차와 별개로 체류기간 연장을 하고 단순 노무업에 취업할 수 있게 하는 인도적 특별체류 허가라는 제도가 있었다. 그런데 정작 똑같은 전쟁이 일어난 수단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에 정부는 아직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난민신청 자체가 적다. 대략 1600명 고려인들을 포함, 3천여명의 우크라이나인이 국내에 있다고 알고 있다. 어차피 체류자격이 있던 이들은 현재 연장이 가능하고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난민보호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난민신청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정부는 고려인들에 대해서만 동포라는 생각 때문인지 동포비자로 처리하되 여권이 부재한 경우 여행증명서 발급 등 편의 정도만 제공하는 것이 한국의 역할이라고 여기고 있는데, 막상 실제로 돕는 것은 없다. 우크라이나 고려인들도 결국 난민인데 난민이라고 부르지 않으니 지원근거가 없는 것이다.  

어필에서 소송을 대리했던 러시아 국적 '양심적 병역 거부자' 난민은 총 5명이었는데 정부는 이들에게 인천공항에서 심사기회조차 주지 않고 위법하게 막았다. 문제는 공항 법제가 후진적이라 법원에서 재판을 통해 해결하려해도 결정을 뒤집는 판결을 받기까지 최소 3~4개월이나 소요된다는 것이다. 공항에서 가둬지는, 누구나 견디기 어려운 시스템이어서 스스로 단념하게 만든다. 일부는 지쳐 제3국으로 갔고 두 명은 지난주 승소해서 난민 신청자가 되었다. 8개월 기다려서 겨우 난민 신청자가 되어 풀려난 셈이다. 이들은 언론보도로 인해 러 당국에 신원이 알려져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해진 상황이라, 한국 말고는 방법이 없다." 

"난민심사제도부터 바꿔야... 한국의 난민 혐오, 언론의 책임도 커"
 
지난 4월 19일, 세 살 아동이 수원 출입국·외국인청 보호실에서 부모 및 다른 성인들과 함께 구금된 당시 모습.
 지난 4월 19일, 세 살 아동이 수원 출입국·외국인청 보호실에서 부모 및 다른 성인들과 함께 구금된 당시 모습.
ⓒ 공익법센터 어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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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난민 지원 심사 시스템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한국은 난민 신청기간동안 대기하는 공식적 시설이 없다. 영종도에 8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라는 기숙사 형태의 주거지원시설이 하나가 있을 뿐이다. 난민 신청 후 6개월이 되면 단순노무업에만 취업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되는데, 한국 정부의 뜻은 '심사는 해주겠지만 그동안 알아서 생계를 유지해라'라는 것이다.

난민신청 후 취업이 불가한 6개월 동안 원하는 이에 한해 인당 약 43만원의 난민신청자생계비를 지원하지만, 전체 난민 신청자의 5% 정도만 수급 가능한 규모로 예산이 책정돼 있다. 내용도 잘 홍보되어있지 않고 성인 남성은 실제 지급제외 등 예외도 많다. 그래서 허가받지 않은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난민신청자를 보호대상으로 여기고 주거를 제공하거나, 생계비를 실질 제공하여 난민인정절차와 이후 정착까지 지원하는 유럽 국가 또는 북미 1세계 대부분의 국가들과 한국은 동떨어진 상태다. 각자도생을 기본으로 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라 본다. 

한마디로, 난민지원제도가 아니라 '난민고문제도'라 본다. 길게는 7~8년 걸려 난민인정 받고 젊음도 잃고, 정부에 분노만 쌓이고, 가족들과 어린 아이들도 부모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 사이에 극빈층 생활을 전전하게 하는 것, 이건 난민 고문제도라고 생각한다. 박해를 피해서 한국에 왔는데 한국의 빈한한 난민제도는 난민들을 여기서 또 고문한다. 최근에는 50일 이상 단식농성을 하면서, 부당한 법무부의 자신에 대한 난민거부에 저항해서 싸우는 이집트 난민분도 있다. 많은 난민들이 한국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이루고 평화를 소중히 여기는 인권 선진국이라고 생각하고 왔다가 정부의 인권보호가 전무한 모습을 보고 충격받은 이들이 많다."

- 난민 지원 관련해 당면한 최우선 과제가 무엇이라고 보나.

"단기적으로 보면, 현재 정부가 재신청을 제한해 가급적 송환하겠다는 취지로 난민거부를 더욱 노골화하는 난민법개악을 꾀하고 있어 이 법의 통과를 저지하는 것이 우리 활동가들에겐 급선무다. 법무부가 2018년 이래 추진하였고 활동가들이 몇년간 막으려고 열심히 싸워왔다. 올해 국회에서 논의될 것 같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기적 과제를 살펴본다면 난민심사제도, 난민심사관의 교육도 개선되어야 한다. 또 한국정부가 어떻게 난민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 명확하게 이민정책에 포함되어야한다. 실제로는 출입국관리정책의 하부로 난민정책이 다뤄지다보니 난민들이 제대로 보호가 되지 않고 있다. 법무부의 입김없이 독립된 검토를 할 수 있는 난민위원회가 필요하다. 법관에 대한 교육 이외에도, 전문성을 가진 국선/전담변호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는 난민들이 본인 소송을 어쩔 수 없이 통역인을 세워 진행한다. 난민들은 법원을 신뢰해 재판에 가지만, 사실 90%가 지게 된다. 개별 판사들의 선의는 신뢰하지만 전체 제도차원에서는 거대한 연극이 진행되는 것이다. 한국은 난민의 변호사 대리율이 아주 낮다. 

제일 바라는 것은 제도적 문제를 떠나서 난민을 옹호하고 환영하는, 난민 혐오에 노(No)라고 말하는 선명한 시민의식이다. 유럽이나 다른 나라 시민사회를 보면 난민옹호에 대한 일정정도의 여론이 명확히 형성되어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너무 약해서 정부의 이런 정책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그룹이 부족하다. 난민보호를 중요 어젠다로 고려하는 정치적 시민의식이 형성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 과거 몇몇 일화도 있지만, 난민 혐오가 형성되는 데 언론 보도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형태의 언론보도가 너무 많다. 외신보도를 인용할 때도 너무 선정적이고, 비우호적인 경우가 잦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가족초청 동반비자로 10만 명 이상을 수용했다는 기사는 전혀 없고, '난민 받아줬더니 몸살 앓는 폴란드'라는 식의 보도만 나온다. 한국에서도 난민 혐오 댓글을 다는 이들의 논거가 '유럽에서 범죄률이 높아졌다'는 등 근거 없는 괴담이 통용되는 것에 한국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

난민을 옹호하는 기존의 긍정적인 제도나 목소리는 전혀 전달되지 않고, 피상적인 사건중심으로 혐오를 조장하는 내용위주로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해외에서 한국인들이 인종차별을 받으면 난리가 난다.

6.25뒤 국제사회 원조가 없었다면 한국이 오늘날 여기까지 올 수가 없었다. 소멸이 시작된 지방을 살리고 있는 것도 외국 출신 이주 노동자들 덕분이다. 그런데도, 온라인상에서는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소모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어 많이 안타깝다."
 
‘벨뷰 디 모나코'는 독일 뮌헨 도심에 위치한 상설 난민지원센터 겸 카페로, 난민지원의 긍정적인 사례로 꼽힌다. 세계 각지에서 온 난민들은 여기서 무료로 독어도 배우고, 각종 법률 상담, 실생활에 유용한 자전거 수리 기술, 현지인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는 만남 등 다양한 행사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해마다 마라톤 경주 형태의 후원행사를 하는데 수만명이 참여하며, 카페에서도 난민들을 주로 고용하고 있다. 한때 나치의 본고장이었던 뮌헨은 2015년 난민들이 뮌헨중앙역을 통해 독일로 입국했을 당시, 당일 오전부터 자정까지 역에 도착하는 난민들을 위해 다수의 시민들이 환영박수를 보냈다.  https://bellevuedimonaco.de/
▲ ‘벨뷰 디 모나코"  ‘벨뷰 디 모나코'는 독일 뮌헨 도심에 위치한 상설 난민지원센터 겸 카페로, 난민지원의 긍정적인 사례로 꼽힌다. 세계 각지에서 온 난민들은 여기서 무료로 독어도 배우고, 각종 법률 상담, 실생활에 유용한 자전거 수리 기술, 현지인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는 만남 등 다양한 행사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해마다 마라톤 경주 형태의 후원행사를 하는데 수만명이 참여하며, 카페에서도 난민들을 주로 고용하고 있다. 한때 나치의 본고장이었던 뮌헨은 2015년 난민들이 뮌헨중앙역을 통해 독일로 입국했을 당시, 당일 오전부터 자정까지 역에 도착하는 난민들을 위해 다수의 시민들이 환영박수를 보냈다. https://bellevuedimonaco.de/
ⓒ 클레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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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어린이구금, #공익법센터어필, #이일변호사 , #한국난민정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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