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의 역투 6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9회초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역투하고 있다.

▲ 오승환의 역투 6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9회초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리던 이승엽(두산 베어스 감독)은 2017시즌이 끝난 후 통산 467홈런이라는 대기록을 남기고 유니폼을 벗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승엽의 467홈런 기록은 좀처럼 깨지기 힘든 '불멸의 기록'이 될 거라 예상한 야구팬들이 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승엽이 은퇴한 2017년 당시만 해도 400홈런은커녕 통산 300홈런을 넘긴 현역타자조차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승엽의 대기록에 단 27개 차이로 접근한 타자가 생겼다. SSG랜더스의 간판타자이자 역대 최고의 홈런타자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최정이 그 주인공이다. 2017년까지 271홈런을 기록했던 최정은 이승엽 은퇴 후 5년 동안 158개의 홈런을 추가했고 올해도 11개의 홈런을 적립하면서 통산 440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늦어도 내년 시즌 시즌에는 최정이 이승엽을 넘어 역대 최다홈런기록의 주인공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지난 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는 KBO리그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대기록이 작성됐다. 삼성 라이온즈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현재 오승환의 뒤를 잇는 현역 세이브 2위가 이미 마무리 자리를 내려 놓은 한화 이글스의 좌완 정우람(197세이브)임을 고려하면 오승환의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는 국내에서 누구도 넘보지 못할 대기록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메이저리그에도 단 둘 뿐인 600세이브

KBO리그는 10개 구단 체제가 되기 전까진 126경기나 128경기, 많아야 133경기 체제로 시즌을 치렀다. 세이브는 경기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경기수가 적으면 마무리 투수가 많은 세이브를 올리기도 힘들 수밖에 없다. 반면에 한 시즌에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는 그만큼 마무리 투수가 많은 세이브를 따내기 유리한 환경에 있다. 메이저리그에 500세이브를 훌쩍 넘어 통산 60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마무리 투수가 2명이나 있는 이유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투수는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커터의 제왕' 마리아노 리베라다. 뉴욕 양키스에서만 19년 동안 활약한 전설적인 마무리 리베라는 통산 652세이브를 기록하며 통산 세이브 부문에서 전체 1위에 올라있다. 그리고 리베라의 뒤를 '지옥의 종소리'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했던 현재 김하성이 속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레전드 트레버 호프먼(601세이브)이 자리하고 있다.

통산 600세이브 고지를 밟은 리베라와 호프먼을 제외하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메이저리그에도 500세이브 투수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리 스미스가 통산 478세이브로 역대 3위에 올라 있고 'K-로드'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가 16년 동안 5개 팀을 오가며 437세이브를 기록했다. K-로드는 부상과 슬럼프에 허덕이며 36세이브 적립에 그쳤던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3년이 대단히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 보유자는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21년간 활약하며 407세이브를 기록했던 '사신' 이와세 히토키다. 이와세는 한국팬들에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당시 만 20세였던 김현수(LG트윈스)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았던 투수로 유명하다. 이와세는 이어진 한국과의 준결승에서도 8회 마운드에 올라 이승엽에게 결승 투런 홈런을 헌납하며 베이징 올림픽을 악몽으로 끝냈다.

역대 2위는 2008년 KBO리그 우리 히어로즈에서 활약하기도 했던 다카쓰 신고가 가지고 있다. 신고는 일본에서 286세이브, 메이저리그에서 27세이브, KBO리그에서 8세이브,대만에서도 26세이브를 기록하며 통산 347세이브를 적립했다. 이 밖에 '대마신'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사사키 가즈히로가 미·일 통산 381세이브, 2006년 WBC에서 이종범에게 결승 2루타를 맞았던 후지카와 큐지가 미·일 통산 245세이브를 기록했다.

70년 역사 일본에도 없는 500세이브 투수

오승환의 통산 500세이브 중 378개는 한국에서 따낸 기록이다. 이 때문에 오승환의 500세이브 기록을 평가 절하하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오승환은 다카쓰 신고와 함께 한·미·일 3개국에서 모두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2명 중 한 명이다. 새로운 리그, 그것도 자신을 경계하는 시선들로 가득한 해외리그에서 적응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한 차례라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 그 시즌은 물론이고 커리어 전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오승환은 2013 시즌이 끝나고 일본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해 곧바로 마무리 자리를 차지하며 2년 연속 센트럴리그 세이브왕을 차지했다. 2년 동안 일본에서 무려 80세이브를 수확했고 2014년에는 클라이맥스 시리즈에서 6경기 8.1이닝 6피안타 1사사구 10탈삼진 2실점 호투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 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한마디로 일본시절의 오승환은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2015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후에도 오승환의 위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토론토 랩터스, 콜로라도 로키스를 거치며 메이저리그에서 4년 동안 활약한 오승환은 통산 232경기에 출전해 16승 13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3.31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물론 세인트루이스를 떠난 후에는 마무리가 아닌 셋업맨으로 활약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3점대 초반의 통산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수 있는 30대 중반 투수는 그리 많지 않다.

오승환은 2019년 8월 삼성으로 돌아온 후에도 마무리로 활약했고 2021년에는 44세이브를 기록하며 커리어 6번째로 세이브왕에 등극했다. 이는 당연히 KBO리그 역대 최다 세이브왕 기록이다. 올 시즌에도 변함없이 삼성의 마무리로 출발한 오승환은 시즌 초 난조가 이어지면서 잠시 마무리 자리를 내려 놓기도 했지만 5월 말부터 다시 삼성의 뒷문을 지켰고 최근 3경기 연속 세이브를 기록하며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의 금자탑을 세웠다.

전성기 시절 빠른 공 하나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던 오승환도 어느덧 불혹을 넘기면서 올 시즌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이 시속 140km 초반으로 떨어졌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 구사비율이 부쩍 늘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엔 불혹의 오승환을 대체할 마무리 후보가 없고 오승환은 지금도 삼성의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과연 오승환은 22개가 남은 전인미답의 KBO리그 400세이브까지 삼성의 뒷문을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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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한·미·일 500세이브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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