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서 가족 돌봄으로 내몰리고, 시설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없어야 겠습니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 함께 세상 밖으로 나가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 정숙 연극 대사 중.

지난 5월 30일 막돼먹은 정숙씨의 골방탈출 투쟁기를 그린 연극 <괜찬타! 정숙아> 연습 현장인 함세상(아래 함께사는 세상, 대표 탁정아)을 찾았다. 공연을 앞두고 배우들은 의상, 동선, 무대 점검을 하느라 분주했다.
  
골방탈출 이야기 공연 중 열연하는 정희씨 자신의 이야기가 함세상 배우들과 함께 소담스럽게 무대에서 전개되고 있는 모습이다.

▲ 골방탈출 이야기 공연 중 열연하는 정희씨 자신의 이야기가 함세상 배우들과 함께 소담스럽게 무대에서 전개되고 있는 모습이다. ⓒ 김용한

 
불편한 몸을 이끌고도 직접 공연에 참석하는 김정희씨는 일찍부터 무대에 올라 자신의 역할과 대사 부분과 몸짓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 이번 공연은 함세상이 2015년 소극장 개관 이후 '문턱 없는 동네극장' 일환으로 펼친 장애인 연극을 넘어 포용성, 접근성, 다양성을 고민하기 위해 마련되는 무대이기도 하다.
 
이 공연에 연출을 맡은 박연희씨는 "이 공연은 새로운 감각 언어를 찾으며 쌍방향 실험을 소통하고자 마련된 베리어프리 공연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장애인이라는 편견과 억압으로 막혔던 것들이 이제는 배움의 기회, 자립의 기회, 취업의 기회까지 열린 세상이 되었다. 힘들지만 지역사회에서 배움의 첫발을 내딛는 정희씨를 응원하고 박수를 보낸다"라고 말했다.
 
김정희 배우와의 인터뷰 내용
1. 나이: 1977년생 뱀띠 만 46세입니다.

2. 자립생활은 언제? 2012년 11월 28일.

3. 공연계기? 
자립 초기에 서울에서 행사가 있었는데 장애인들이 연극을 하는걸 봤어요 그걸 보면서 우리 중증장애인들도 못할 게 뭐 있냐 싶어서 연극 자조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게 되었어요.

4. 공연 이후 느낀 것은?
배우는 평생 배워야 하는 게 많아서 배우구나 싶었습니다.

5. 장애인으로서 바라는 점은?
우리 지역도 장애인 극단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6. 끝으로 하고픈 말은?
저는 현재 극단 함세상에서 <괜찬타! 정숙아>의 정숙이 역을 맡고 있고, 연극패 '놀노리패' 리더를 하고 있는 배우 겸 연출가 김정희입니다

이번에 참여하게 되어 무척 기쁘고, 힘들게 연습한만큼 보람되고 연출에 대해서 많이 배워서 좋고요, 저의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놀노리패' 활동에도 적극 활용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희 <괜찬타! 정숙아>도 많은 관심과 관람 부탁 드립니다.
 

무대에 올라 연습에 참여하는 정숙씨는 어릴 적 황달을 앓아 뇌 병변 장애로 악화한 장애인이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표현 방법이 다르고 이해가 적었다 하더라도 김정희 배우의 섬세한 몸짓과 표현은 일반 배우만큼이나 훌륭한 역할을 소화해 냈다.
  
함께 무대에 올라 연습에 참여했던 탁정아 대표는 "전업 배우와 함께 꾸준히 연습한다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고 낯설 텐데 연습 동안 정숙씨가 잘 이겨내고 있다"라고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비장애 중심으로 연극 공연을 올리다 보니 관계해 보지 못한 영역을 해결하기 위한 서로의 시간이 필요하듯 장애에 대한 편견을 좁혀나가기 위한 노력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세상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광경 신발을 신고서 세상 구경을 위해 나서는 모습을 재현해 내고 있다.

▲ 세상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광경 신발을 신고서 세상 구경을 위해 나서는 모습을 재현해 내고 있다. ⓒ 김용한

  
골방탈출 일대기를 그려내고 있는 정희씨의 열연 모습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모태가 된 할머니의 라디오. 이후 자신의 사연을 적어내려가면서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한 용기를 낸다.

▲ 골방탈출 일대기를 그려내고 있는 정희씨의 열연 모습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모태가 된 할머니의 라디오. 이후 자신의 사연을 적어내려가면서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한 용기를 낸다. ⓒ 김용한

 
이번 무대에 올릴 <괜찮다! 정숙아>는 2015년 초연 작품 이후 개작과 수정을 거쳐 2023년 5월의 마지막 날 무대에 올리게 된 것.

작품 내용은 뇌병변 장애를 앓았던 정숙이 가족들의 보살핌 속에서 집안에만 갇혀 학교도 포기한 채 살아가다가 할머니가 틀어놓은 라디오를 통해 세상이야기, 세상 밖에 대해 나갈 용기를 얻게 된다는 이야기. 결국 정숙은 스스로의 도전과 역경을 이겨냄으로써 자립생활에 이르며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햇살과 바람과 시를 버무려 도시락을 싸고 배낭과 물통과 햇살, 오늘은 소풍가기 좋은 날. 자자자 출발!!"이란 말과 함께 무대의 막은 내려진다.

이번 공연에 참가하는 정숙씨의 골방탈출을 이야기로 풀어내기 위해 함세상 배우 노윤경(유아기 정숙역) 박희진(사춘기 정숙역), 탁정아, 강신욱 배우가 함께 호흡을 맞춘다.
덧붙이는 글 이번 공연은 5월 31일부터 6월 11일까지 소극장 함세상에서 펼쳐진다. 수, 목, 금 오후 7시 30분에 공연이 열리며 토, 일은 오후 4시에 펼쳐진다. 베리어프리 공연을 실험적으로 구현해 내기 위해 6월 3일과 6월 9일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공연도 펼쳐진다. 공연문의는 053)625-8251로 연락하면 된다.
괜찮다정숙아 함세상 장애극복 장애극복연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사람이 기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용기를 얻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로 이곳의 권력이며 주인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