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창원 LG, FA 양홍석 영입

프로농구 창원 LG, FA 양홍석 영입 ⓒ 창원 LG 제공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는 올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국가대표 포워드 양홍석을 영입하며 다시 전력을 보강했다. 2017년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수원 KT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한 양홍석은, 올해 생애 첫 FA 자격을 얻으며 지난 18일 창원 LG와 계약 기간 5년, 보수 총액 7억5000만 원의 조건에 계약을 체결하고 팀을 옮겼다.

어떤 면에서 양홍석으로서는 '돌고돌아 제자리에 온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양홍석은 어쩌면 LG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할 수도 있었다. 2017년 1월 당시 LG는 KT와의 트레이드로 조성민을 영입하면서 그 댓가로 김영환과 신인 드래프트 1, 2라운드 지명권을 넘겼다. 그리고 KT는 그해 신인드래프트에서 1, 2순위로 각각 허훈과 양홍석을 지명하며 팀 재건의 초석을 마련했다. 당시로서 LG는 윈나우, KT는 리빌딩에 방점이 찍힌 거래였다.
 
하지만 당시 LG는 조성민이 기대 만큼의 활약을 해주지 못한 데다, 덩달아 포워드진의 높이 열세라는 고질적인 문제점까지 안게 되며 결과적으로 실패에 가까운 트레이드가 되고 말았다. 2017년 드래프트 지명권 추첨 당시 양홍석이 KT에 지명되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LG 관계자들의 반응이 화제가 되었을 정도였다.
 
KT는 허훈에 이어 양홍석까지 영입하면서 암흑기를 청산하고 이후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으로 부상했다. 반면 LG는 올해 조상현 감독 체제에서 반등하기 전까지 몇 년간 하위권을 전전하며 부침을 겪어야했다.
 
양홍석은 기대대로 프로무대에서 리그 올스타이자 국가대표급 포워드로 성장했다. KT에서 뛴 지난 6시즌 동안 양홍석은 큰 부상 없이 정규리그 298경기에 출전해 평균 12.2득점, 5.9리바운드, 2.0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지난 2022-2023시즌에도 53경기에 나서 평균 32분을 소화, 평균 12.6득점, 5.9리바운드, 2.8어시스트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다.
 
LG는 최근 몇년간 이적시장에서 유난히 활발한 모습을 보여왔다. 2020-2021시즌에는 이관희(트레이드→서울 삼성), 2021-2022시즌을 앞두고는 2022년에는 이재도(FA→안양 KGC)을 영입하머 전력을 끌어올린 데 이어 양홍석까지 영입하며 다음 시즌에는 우승까지 노려볼만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LG는 전통적으로 구단에서 커리어를 오랫동안 함께한 프랜차이즈 스타나 원클럽맨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반면, 이적생들의 비중이 컸다는 특징이 있다. LG 소속으로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했던 조성원, 문태종 등은 정작 구단과 함께한 시간은 고작 2~3시즌에 불과했다. LG에서 데뷔하여 신인왕을 차지했던 이현민(은퇴)-김종규(원주 DB)-정성우(수원 KT) 등도 LG에 끝까지 남은 선수는 아무도 없다.

현 조상현 감독을 비롯하여 서장훈, 애런 헤인즈, 문태영, 문태종, 김영만, 김시래, 조성민, 현주엽 등 수많은 스타들이 거쳐갔음에도 정작 'LG를 상징하는 선수'라고 선뜻 내놓을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우승권도 하위권도 아니었던 '어중간한 성적' 때문에 신인드래프트 상위픽과 상대적으로 인연이 적었던데다, 그나마 거물급 유망주들은 잠재력이 만개하기 전에 즉시전력감 선수와의 트레이드 카드로 써먹거나 전성기가 지난 노장들을 영입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많았기에 생긴 징크스다.
 
또한 LG는 오랜 역사와 인기에 비하여 유독 챔피언십과 인연이 없는 팀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전신 시절을 포함해 아직 한번도 챔프전 우승을 차지해보지 못한 것은, LG를 비롯하여 수원 KT, 대구 한국가스공사 단 3팀뿐이다. 이중에서 역사가 꽤 복잡한 KT-가스공사에 비하여, LG는 프로 출범 2년 차인 1997-1998시즌부터 합류하여 10개 구단을 통틀어 '모기업과 연고지가 바뀌지 않은 유일한 구단'임에도 동시에 '가장 오랫동안 우승에 실패한 팀'이라는 불명예까지 안고 있다.
 
LG는 26시즌간 15번이나 봄농구 무대를 밟았고, 정규리그에서는 통산 승률은 5할(691승 665패, 승률 .510)이 넘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챔프전 우승 경험이 전무한 데는 큰 경기, 특히 단기전에서 약했기 때문이다. LG의 플레이오프 통산 승률은 28승 53패로 고작 .350에 불과했다.
 
특히 LG는 역대 정규리그에서 2위를 차지하며 4강에 직행한 것만 5번이었지만, 창단 첫 결승에 진출했던 2000-2001시즌을 제외하고 나머지 4번은 모두 '3위팀에게 업셋'을 당하며 탈락했다. 올해도 2위를 달성한 정작 준결승전에서 3위팀 서울 SK에게 3전 전패로 무기력하게 완패하는 수모를 당하며 정규리그 순위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LG가 이래저래 우승이 한이 맺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6년 만에 결국 먼 길을 돌아 LG의 유니폼을 입게된 양홍석은 과연 송골매의 숙원을 풀어줄 마지막 '화룡점정'이 되어줄 수 있을까. 일단 LG는 양홍석의 영입으로 몇 년간 팀의 고질적인 약점인 장신포워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LG는 조상현 감독 체제에서 뛰어난 수비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선수들의 득점력과 포워드 매치업에서 항상 아쉬움이 컸다. 양홍석은 195cm의 우수한 신체조건과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득점과 리바운드에 장점을 지닌 선수로 평가받는다.
 
양홍석에게도 LG행은 커리어의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양홍석은 KT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역시 우승에는 끝내 이르지 못했다. 양홍석 또한 한 팀을 이끌어갈 1인자로서의 역량은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KT에서는 허훈이라는 확실한 스타가 있었기에 양홍석은 내내 2인자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허훈이 군입대한 올시즌은 양홍석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였지만 시즌 중반까지 극심한 부진에 허덕이며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팀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실패하며 양홍석과 KT의 마무리는 그리 아름답지 못했다.
 
양홍석은 일찌감기 FA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며 이적을 암시한바 있다. 양홍석은 LG 입단이 확정된 이후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창원의 열정적인 팬들을 위해 팀원들과 즐겁고 행복한 농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양홍석을 놓친 KT는 대신 안양 KGC로부터 또다른 국가대표 포워드 문성곤을 영입하며 빈 자리를 메웠고 다음 시즌 후반에는 허훈이 전역하여 합류한다. 팀을 옮긴 양홍석과 문성곤의 활약상은 가장 직접적인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오세근을 영입한 SK, 최준용이 가세하고 송교창이 전역하 KCC는 막강한 '슈퍼팀'을 구축하여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여러모로 양홍석과 LG가 정상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LG는 우승이 간절한 팀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양홍석이 에이스이자 해결사로 성장해야만한다. 양홍석은 과연 LG에서 서로 그토록 갈망하던 1인자이자, 우승청부사가 되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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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홍석 창원LG 슈퍼팀 문성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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