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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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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고 양회동(49)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분신을 두고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여당의 근거 없는 노조 혐오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건설노조 압박에 앞장섰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노조를 향해 "동료의 죽음을 투쟁 동력으로 이용하려 한 것 아니냐"(17일)고 막말을 한 데 이어,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양 지대장이) 분신 이후 다음날 돌아가시니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밀봉 쪽지가 속보라면서 전달됐다"고 강변했다. 지난 2일 이 대표가 당 회의 도중 양 지대장 사망 소식을 접한 것을 마치 양 지대장 분신이 정치권과 연관된 것처럼 호도한 것이다.

<조선일보> 보도(16일) 하루만인 17일 보수단체 '신전대협'은 노조 간부를 '자살방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마치 잘 짜여진 각본처럼 '조선일보 보도 → 정치권 확산 → 시민단체 고발'이 실시간으로 이어졌다"라며 "양회동 열사 죽음에 대한 쟁점을 흐리고 프레임을 전환시키기 위한 조직적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희룡 "동료 죽음을 투쟁 동력으로"... 이용 "약속한듯 야당 대표에 쪽지"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는 제목의 <조선일보> 기사가 나온 지 하루만인 지난 17일, 보수단체 '신전대협'은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분신 현장에 있었던 A부지부장을 '자살방조죄'로 고발했다. 노조에 따르면 A부지부장은 양 지대장과 초중고 동창의 막연한 사이로, 현재 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는 제목의 <조선일보> 기사가 나온 지 하루만인 지난 17일, 보수단체 '신전대협'은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분신 현장에 있었던 A부지부장을 '자살방조죄'로 고발했다. 노조에 따르면 A부지부장은 양 지대장과 초중고 동창의 막연한 사이로, 현재 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 신전대협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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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하며 "분신 방조가 아니라면 두 가지만 똑바로 대답하면 된다. 아마 대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첫째, 9시 20분 시너를 뿌리고 9시 36분 불이 붙기까지 16분이 넘게 소요됐다는데, (A부지부장은) 바로 앞에 서 있으면서도 왜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나. 둘째, 몸에 불이 붙은 상황에서 기자는 물론 다른 목격자도 소화기를 찾아 황급히 뛰어가는데, 혼자 뒤로 물러나 112도 119도 아닌 '노조 지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얘기를 나눴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이미 전날 건설노조가 기자회견을 통해 반박한 내용이다. 노조 등에 따르면,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A부지부장이 지난 1일 아침 분신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양 지대장이 몸과 주변에 시너를 뿌린 상태였고, 라이터를 든 채 A부지부장을 향해 '다가오지 말라'고 하고 있었다.

A부지부장은 양 지대장에게 '그러지 말라'고 만류했고, 또 다른 노조 간부와 통화하며 '내가 양 지대장을 말리고 있을 테니 빨리 오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분신을 방조했다고 지목된 A부지부장은 양 지대장과 초·중·고 동창의 막역한 사이였다고 한다.

"정치권, 약속이나 한 듯 쟁점 전환... '큰 그림' 있는 것 같아"

건설노조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정부·여당이 도리어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조선일보> 보도 내용을 단순 재생산하고 있다"라며 "필요하면 법적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건설노조는 전날 "동료의 죽음을 투쟁 동력으로 이용하려 하나"라고 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 대해서도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송주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통화에서 "과연 건설노동자들을 향해 '조폭'이라며 노조 탄압에 앞장섰던 원희룡 장관이 할 수 있는 말인가"라며 "여권은 왜 양회동 열사가 분신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선 침묵하나"라고 비판했다. 송 실장은 "<조선일보>가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노조 혐오 왜곡보도를 하자, 정치권은 약속이나 한 듯 이를 확산해 쟁점을 전환시키려 하고 있다"라며 "보수단체 고발까지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걸 보면 '큰 그림'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앞서 양 지대장은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지난 1일 강원도 강릉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했다. 단체교섭 등 노조 활동 일환으로 건설사에 조합원 고용과 노조 전임자를 요구한 것을 두고 '공갈' 혐의를 받아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상황이었다. 양 지대장은 분신 하루 만인 2일 끝내 사망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경찰 1계급 특진을 건 '200일 작전'을 벌이며 건설노조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벌여왔다.

[관련 기사]
분신 방조? 소리 없는 CCTV 화면으로 어떻게 단정하나 https://omn.kr/23z4s

태그:#양회동, #분신, #조선일보, #원희룡, #건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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