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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겹살
▲ 냄비 바베큐 오겹살
ⓒ 한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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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수영의 냄비 바비큐 레시피를 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스텐 냄비를 뜨겁게 달구어 기름을 두르고 고기와 통마늘을 넣은 후 뚜껑을 덮어 오븐 효과를 내는, 수육의 각 단면을 5분씩 익히며 겉바속촉의 통삼겹살을 만들어내는 영상이었다.

겉의 바삭함을 주기 위해 채소는 오직 마늘만, 향채소를 넣는다고 양파나 대파를 넣으면 수분이 나와 바삭함이 없어진다고 했다. 지난 겨울에 한 번 해 먹어봤는데 역시 맛은 있었지만 눌러 붙은 스텐 냄비를 한참 불렸다가 설거지 하는 것이 보통이 아니어서 한동안 그냥 물에 퐁당 빠뜨리는 수육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엄마 생신을 맞아 가족끼리 엄마 집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이사 일정이 있는 언니네가 못 온다 하니, 간단히 생일을 치르고 다음에 다같이 모여 거하게 먹기로. 우리 집에서 회를 떠가고 돼지 수육을 해 가기로 했는데 하다 보니 좀 색다른 레시피가 창작이 되었다.

일단 통삼겹살을 뜨겁게 달군 커다란 스텐 냄비에 껍질이 밑바닥으로 가게 넣고 뚜껑을 닫아 10분 정도 껍질이 바삭해 지게 익힌다. 그리곤 뒤집으며 양파를 세 개나 썰어서 저수분 수육처럼 되도록, 중간 중간 맥주를 조금씩 넣으며 밑이 완전히 눌러 붙지 않도록 했다.

주말 아침부터 맥주를 한 캔 따서 냄비에 조금씩 넣으며 홀짝 홀짝 마신다. 간 마늘과 월계수 잎도 추가했다. 그렇게 맥주를 조금씩 넣으며 사방을 뒤집으며 40여 분이 지나니 양파는 스텐 냄비 바닥에 눌러 붙었던 고기와 맥주를 흡수해 갈색의 먹음직한 형상이 되고 돼지 고기는 껍질의 바삭함은 잃었지만 맥주의 풍미와 마늘 양파, 월계수 잎의 향을 입고 근사한 냄새를 풍긴다.
 
마늘과 맥주의 향을 입은 돼지고기
▲ 맥주 수육  마늘과 맥주의 향을 입은 돼지고기
ⓒ 한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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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덕에 태닝을 한 것처럼 갈색이 되었다. 찜과 바비큐의 중간이랄까. 그 상태로 뚜껑 덮고 뜸들이기, 영어로는 래스팅이라고 하나, 조금 쉬어 주면 더 맛있어 진다고들 하니 그렇게 해 본다.

뚜껑을 열고 고기와 월계수 잎은 건진다. 고기가 식는 동안 냄비에 남아 흐물해진 양파를 으깨며 마늘과 섞어 소금간, 굴소스 약간, 올리고당을 넣어 마늘 소스를 만들어 곁들였다. 수육을 하면 삶은 물 버리기가 하수도에 미안하고, 바비큐를 하면 눌러 붙은 설거지가 골치였는데 이렇게 밑바닥이 말끔하게 소스로 긁어 먹어 버리니 한결 편하다.

수육을 썰어 호일에 포장하고, 회를 포장하여 친정에 갔다. 엄마의 생신. 직접 전복 미역국에 각종 장아찌를 준비 해 두신 엄마는 이제 외식도 번거롭고 귀찮으신가보다. 신경쓰이는 우리 아이들 때문인가 싶기도 한데 천천히 밥 먹고, 애들은 애들대로 편하게 놀 수 있으니 집에서 밥을 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돼지고기
▲ 생일상 돼지고기
ⓒ 한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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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기 생일을 가장 좋아하지만, 일단 누구 생일이면 좋아한다. 케이크를 후 불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날이니 말이다. "노래 끝나기 전에 촛불 불어 끄는 친구는 엄마한테 혼나요"라고 내가 말한다. 우리 집에서 보다 훨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지만 말 속에 가시가 있고 눈에서는 레이져가 나갔다.

아이들은 눈치껏 노래를 부르고 경쟁 하듯 촛불을 끈다. 초가 일곱개, 할머니 일곱살이야? 하며. "7n살이라 일곱 개만 꽂은 거야." 생일이 지날 때마다 초 하나씩 늘리는게 낙인 아이들이 이제 촛불을 대충 서너 개만 꽂게 되는 어른들의 마음을 알 리 없지만, 형제의 촛불 끄기 경쟁에 어른들 여럿이 웃었다. 아이들은 언제나 그 자체로 고마운 존재들이다.

요리 해 간 맥주 수육은 가족들이 모두 좋아했다. 곁들이는 소스도 맛있었고, 돼지고기는 김치와도, 장아찌와도 잘 어울리니 실패 걱정이 없기도 하다. 덜 익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다음 번엔 더 센 불에 맥주를 더 졸여보면 어떨까 한다. 소스와 고기에 향과 색도 더 입히고 풍미도 맛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다음이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바베큐, #수육, #삼겹살, #돼지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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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 교육과 독서, 집밥, 육아에 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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