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능력은 대인관계와 사회 생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이다. 이해와 배려 역시 공감에서 출발된다. 부부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의 생각과 아픔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5월 1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토크멘터리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미얀마 셀럽 아내VS 깐족 매니저 남편, 전참시 부부'편에서 국제 결혼 부부의 고충이 그려졌다.
 
김민수-찬찬 부부는 결혼 6년차로 대한민국-미얀마의 국제 커플이었다. 두 사람은 미얀마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하다가 인연을 맺어 10년의 연애 끝에 부부가 됐다. 한국에 정착한 찬찬은 한국어 교육원을 운영하는 선생님이자 작가로 140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미얀마의 대표적인 유명 크리에이터겸 셀럽이었다. 남편의 본업은 인테리어 목공이었으나, 바쁜 아내를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매니저 일을 도맡게 되었다고.
 
남편은 "아내가 본인을 공인이라고 하며 자꾸 저를 통제하는 게 너무 싫다"는 고민을 호소하며 "스스로를 공인이라고 내세워 저를 통제하는데 이 정도인지 알았으면 결혼 안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아내는 "남편이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24시간 내내 자는 시간을 빼놓고는 계속 부딪힌다"고 호소했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맞는 것일까.
 
부부의 일상이 공개됐다. 아내는 집에서 미얀마 학생들에게 온라인 화상으로 한국어 수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아이를 보고 있던 남편이 아이가 울자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아이의 울음 때문에 수업은 중단됐고, 아내는 일을 하는 와중에 방해를 받자 남편에게 분노했다.
 
수업중단이 속상했던 아내는 "지금은 일하는 공간이고 시간이다. 아이를 봐주는 사람이라면 내가 일하는 시간은 방해하지 말아야지. 나는 일을 해야하는데 당신이 망쳐버린 것"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남편은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억울하다. 그럴거면 수업을 하지말지"라고 대꾸하며 "수업보다 아이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아내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내는 소승불교 국가인 미얀마의 문화적 특성상, '스승은 부모와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남편은 저를 학생들을 가르치는 스승이 아닌, 그냥 저로서만 본다. 학생들이 저를 믿고 따르는 상황에서 제게는 망신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편은 "아내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무시한다고 한다. 자신의 불만만 말하는 거다. 저한테는 안 맞추려고 하면서"라고 주장하며 "아내는 자신을 공인이라고 주장하는데 저는 그말이 너무 듣기 싫다"라며 공인의 정의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이를 드러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데 지친 아내는 결국 자리를 피해 버렸고, 남편은 그런 아내를 바라보기만 했다.
 
아내가 공인을 강조했던 것은 남편에게 '스승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인정해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권위를 자꾸 내세우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주장하며 아내의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듣고있던 오은영은 "찬찬씨는 공인이 맞다"고 명쾌하게 정리하며 "공인이란 많으 사람에게 알려져 있거나 대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다. 찬찬이 말한 공인의 의미는, 미얀마라는 나의 조국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해석했고 아내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오은영은 "남편은 아내의 한국어 수업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고, 남편도 수긍했다. 오은영은 남편의 행동을 수술중인 의사에 비유하며 "의사인 아내가 수술중인데 만일 아이가 운다는 이유로 남편이 수술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어떻겠냐?"라고 지적했고 남편은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하고 잘못을 인정했다. 

비록 아내 자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일을 가볍게 생각하여 상처를 주는 남편의 문제점을 꼬집은 것. 그리고 이는 아내에게는 자신만이 아니라 자신의 조국과 문화까지 존중하지 않는듯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질수 있는 문제였다.

오은영은 "공인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전혀 다르다. 이 편차를 좁히지 않으면 부부가 앞으로 정말 사이가 나빠질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편은 그동안 '문화적 차이'라고만 생각해 왔다고 고백했다.
 
부부는 자신들과 같은 한국-미얀마 커플의 결혼준비에 대한 상담요청을 받고 함께 만나게 됐다. 아내는 평소 장난기가 많은 남편에게 "하던대로 하지말라"며 상담중에는 장난을 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정작 남편은 아내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이야기 중에 계속해서 끼어들어 엉뚱한 농담을 날렸다.
 
남편은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장난을 하는 것뿐인데 아내가 장난을 너무 싫어한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아내는 진지하게 상담을 하는 자리에서 말을 자꾸 끊고 장난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다시 이야기를 꺼냈지만, 이번에도 남편은 아내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음이 상한 아내가 대화를 중단하고 일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남편은 굴하지 않고 장난을 치거나 말꼬리를 잡으며 아내를 더욱 화나게 했다.

아내는 "남편은 말에 양보가 없다. 제가 화가 나도 장난을 멈추지 않는다"고 호소하며 답답해했다. 아내가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는데 남편은 빙글빙글 웃으며 "안들린다. 계속 장난치고 싶다"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반면 남편의 불만은 "아내가 제 의견은 안받아주고 자신을 통제하려고 한다"는 것. 사고 싶은 게 있어도 허락을 받아야하고 모든 것을 아내 뜻대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남편은 아내가 싫어하는데도 자꾸 장난을 치는 이유에 대하여, 처음 만난 시절부터 아내를 어려워하는 제자들을 위하여 본인이 분위기를 푸는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은영은 남편에게 '친하다'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했다. 태권도 교육을 했던 남편은 제자들과 스스럼없이 짓궂은 장난도 친다고 설명하며 "제자와 스승 사이가 아닌 진짜 친구같은 관계가 좋다"고 고백했다. 집에 아이와 놀때도 아이가 부모가 발길질을 할때도 귀엽다며 웃기만 한다는 것.
 
그런데 듣고있던 오은영은 돌연 "큰일날 생각을 하고 계시다"라고 정색했다. 분위기는 갑자기 싸늘해졌다. 오은영은 친근하고 편하다는 이유로 제자가 스승 앞에서 탁자에 발을 올리는 것, 아이가 장난과 폭행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에 비유하며 "사람이라면 지켜야하는 제한과 한계라는 게 있는 것"이라며 따끔하게 지적했다.
 
오은영은 "부모는 부모로서 자녀에게 해야하는 역할이 있고 그것이 '권위'다. 하지만 남편은 권위를 '독재'라는 의미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아내가 스승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을, 남편은 권위를 내세워 독재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고 분석했다. 이어 오은영은 "독재가 나쁜 것이지, 권위는 나쁜 게 아니다. 사회가 국가가 유지되는데 있어서 구성원들에게 널리 인정되는 영향력"이라는 차이를 설명했다.
 
다만 오은영은 "이유가 납득이 되더라도 남편의 의견을 과하게 억누르려고 하는 것은, 통제적인 특성이 맞다.고 아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오은영은 부부의 갈등이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개념의 격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는 데서 원인을 찾았다.
 
한편으로 찬찬은 미얀마 군사 쿠데타가 벌어진 이후, 한국 언론과 방송에 출연하며 미얀마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전달해왔다. 찬찬은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이 자국민에게 총을 겨누는 것은 테러범일뿐"이라며 쿠데타를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 그녀는 미얀마 군부정권에서 '블랙리스트'로 지정되어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안타까운 상태였다.
 
찬찬은 고국의 국가적인 위기 상황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있는 데도 정작 남편의 도움을 받지못했다는 데 서운함을 드러냈다. 아내는 "힘들지 않냐"는 위로와 공감 한마디를 원했지만, 남편은 그럴때마다 "울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까"는 식으로만 반응한다고. 아내는 스트레스와 상처로 밤마다 악몽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남편은 그런 아내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남편은 심지어 사람들 앞에서 아내의 모국 미얀마의 심각한 상황을 농담거리로 삼아 선을 넘는 이야기까지 던졌다. 남편은 "아내가 미얀마를 가면 모힝가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농담을 던졌는데, 이는 한국으로 치면 "콩밥을 먹는다" 정도의 의미로 감옥에 들어간다는 은어다.
 
아내는 한국에서의 출산과 육아, 여기에 고국의 불안한 상황까지 겹쳐 힘든 상황을 거듭 호소했지만, 남편은 "아내가 미얀마 사람이지만 모든 면에서 공감해 줄 수는 없지 않나.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면 답답하고 벽이랑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소통이 전혀 진전이 되지않자 아내는 결국 대화를 포기하고 집밖으로 나가 버렸다.
 
남편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아내의 지적에 "공감은 하는데 표현방식이 다른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오은영은 "인간은 어떤 상황이 일어나면 생각과 마음, 행동으로 반응한다. 이 셋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만 독립적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마음은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이다. 그런데 남편은 아이가 울면 응석을 부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의 마음을 늘 못보는 거다. 생각과 마음, 행동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은영은 '수용, 수긍, 인정, 이를 통한 공감, 남편은 이를 끊임없이 연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심리검사에서도 남편은 '타인을 수용하는 면과 공감능력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남편은 가볍고 진지하지 못한 성격 때문에 아내의 감정에 둔감하고 눈치가 부족하여 세심하게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오은영은 부부의 가장 큰 문제로 "아내는 포부가 큰 사람이다. 가족이 나의 성취를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면서 "하지만 남편은 찬찬이라는 사람을 한국어 선생님이 아닌, 그저 아내이자 부부로서만 대하고 싶어 한다. 그 '관점의 차이' 때문에 갈등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부부를 위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아내에게는 "나의 가치관과 기준이 옳다고 하더라도,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에게서도 수용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가야한다"고 조언하며 한편으로는 "아내가 통제적인 면이 있지만 그럴만한 '대의명분'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본인 생각대로 밀고 나가도 된다"면서 아내의 포부와 사명감을 응원했다.
 
또한 오은영은 부부가 24시간 붙어있는 대신, 남편이 매니저 업무를 해주는 것과 아내의 재특근무를 모두 사무실을 별도로 마련하여 일터와 가정을 철저히 분리할 것을 조언했다. 한편으로 남편에게도 "이제 장난은 그만하고 공감을 연습해볼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다행히 부부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앞으로도 화목한 가정을 원한다는 방향은 같았다. 또한 남편은 오은영과 패널들의 지적을 모두 수긍하며 "그동안 진짜 공감능력이 없었나보다"라며 스스로 반성했다. 손을 잡고 나란히 퇴장한 부부는 서로의 간극을 좁히기 위하여 지역상담센터에서 부부상담을 진행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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