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5월에 접어든 2023 KBO리그는 팀들이 극단적인 연승과 연패 행보를 거듭하며 순위 경쟁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선두 롯데가 8연승으로 비상하고, 9위 kt는 9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다. 초반 부진했던 KIA와 삼성도 각각 5연승으로 반등한 반면, 꼴찌 한화는 5연패를 기록해 대조를 이룬다. 어쩌면 이번 주에는 올시즌 '두 자릿수 연승과 연패팀'이 등장할지도 관심이 모인다.
 
롯데는 지난 4월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홈경기에서 5-3으로 역전승을 거두며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이던 2010년 6월 12일 한화전 이후 무려 13년(4705일) 만에 8연승을 기록하며 단독 1위(14승 8패, 승률 .636)로 올라섰다. 시즌 20경기 이상을 소화한 시점에서 롯데가 선두에 오른 것도 2012년 7월 7일 이후 무려 3949일 만이다.
 
롯데가 최근 10년간 2017년(3위, 준PO 탈락)을 제외하면 매번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최근 5시즌간은 최종순위 '7-10-7-8-8위'에 모두 5할 미만의 승률에 그치며 가을 야구 경쟁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우승을 기준으로 하면 1992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해본지는 30년, 1999년 이후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올라본지는 무려 23년이나 됐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롯데의 상징이던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마저 은퇴했다. 물론 올해 FA 시장에서 3명의 선수들은 영입했지만 기본 전력이 다른 팀과 비교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시즌 시범경기에서도 9위에 그치며 전망이 그리 밝아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개막 이후 첫 14경기에서 6승 8패로 7위를 기록했던 롯데는 4월 20일 경기부터 파죽의 8연승을 내달리며 등 단숨에 1위까지 뛰어올랐다. 최근 4연속 위닝 시리즈를 달성할 동안, 순위는 무려 여섯 계단이 상승했고 승패 차는 -2에서 +6으로 바뀌었다. 롯데가 개막 4월 첫 달을 당당한 1위로 마감한 것은,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롯데 선수단이나 팬들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롯데 연승기간 무려 44득점에 20실점만 내주면서 안정적인 투타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팀 타율은 비록 .259에 그쳤지만, 평균자책점이 2.22(시즌 평균 4.75)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투수로 전향한 나균안이 4승, 자책점 1.34의 호투로 에이스로 각성했고, 불펜진은 '0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상대 공격을 무력화했다. 김원중은 7세이브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고, 구승민은 8홀드로 이 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좌완 김진욱, 베테랑 김상수와 윤명준, 신정락까지 호투에 가세하며 가용 자원이 더 두터워졌다. 여기에 야수진도 22경기에 13개의 실책(최소 2위)만을 허용하는 안정적 수비로 투수진에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뒷심도 좋아졌다. 8연승 중 몇차례 패배의 고비가 있었지만, 5회까지 뒤지던 경기를 후반에 역전한 것만 3차례였다. 현재 KBO리그 최고의 투수라고 할 수 있는 안우진을 상대한 4월 30일 사직 키움전에서도 2-3으로 밀리다 7회 안타 4개를 몰아쳐 5-2로 뒤집은 것은 4월 롯데 경기의 백미였다.
 
롯데는 그동안 시범경기와 개막 초반에 유난히 강하다는 이유로 '봄데'라는 별명이 붙었다. 롯데는 지난해 2022시즌에도 4월 14승 9패 1무(2위)의 상승세를 탄 바 있다. 하지만 5월 이후 성적이 하락하며 결국 최종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연승기간 동안 안우진을 제외하면 상대의 에이스 투수들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는 점. 불펜과 타선에 비하여 선발진이 아직 불안하다는 약점도 지적된다. 팬들이 초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섣부른 '설레발'을 경계하는 이유다.
 
참고로 롯데의 팀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은 2008년 7월 27일 사직 한화전부터 9월 2일 사직 LG전까지 기록한 11연승이었다. 그해 롯데는 69승 57패로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하고 8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롯데 역사상 두 번째 외국인 사령탑이 래리 서튼 감독은 로이스터에 이어 '6년 만의 가을야구와 두 자릿수 연승'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현재 디펜딩 챔피언인 2위 SSG 랜더스가 승차 없이 롯데를 추격하고 있다. 3위 LG 트윈스, 4위 NC 다이노스와는 각각 1~2경기 차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번 주에는 나란히 5연승 행진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KIA-삼성과 연이어 격돌하는 6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롯데의 진짜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분수령이다.
 
반면 강팀으로 예상됐던 kt의 9연패 부진은 충격적이다. 공교롭게도 롯데가 연승행진을 시작하던 20일은 kt에게는 연패가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kt는 23일 두산전 무승부(1-1)을 포함하면 최근 10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특히 주말 삼성과의 홈 3연전에서는 3경기 연속 1점차 패배를 당하며 2016년 8월 이후 7년 9개월 만에 9연패를 찍고 말았다. kt는 현재 7승 2무 14패를 기록중이다.
 
kt의 최다 연패 기록은 창단 첫해인 2015년 개막전부터 11연패였다. 8년 전의 kt는 창단 구단의 한계 속에 전력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52승 91패 1무, 승률 .364로 최하위에 그쳤다. 다만 지금은 불과 2년 전인 2021시즌에 통합 우승까지 차지할 만큼 팀의 위상이 달라졌고, 당시의 우승 주역들도 모두 건재하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부상에는 장사가 없었다. kt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불펜 필승조인 주권과 김민수, 선발 소형준과 엄상백, 타선에서는 박병호와 황재균, 배정대 등이 잇달아 부상으로 쓰러졌다. 뛰고 있는 선수들도 선발 웨스 벤자민이 2승 2패 자책점 5.60, 타선에서는 강백호, 조용호, 김민혁이 모두 1할대 타율에 그치며 심각한 부진에 빠져있다. 황재균도 부상에서는 복귀했지만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사령탑 이강철 감독과 kt 선수들이 비시즌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던 탓에 'WBC 후유증'을 겪고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kt의 9연패 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꼴찌는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5연패를 당한 한화는 6승 1무 17패의 kt에 2경기나 뒤져있다. 시즌 초반 FA 채은성의 영입과 '영건' 문동주-노시환의 성장세로 주목받았지만, 여전히 최약체 전력에 외국인 선수 영입의 실패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수베로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이자 리빌딩 3년 차 시즌에도 별다른 반등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kt와 한화는 이번주 열리는 주말 3연전에서 만나게 된다. 주중에 kt는 SSG를, 한화는 두산을 각각 원정에서 만난 뒤 대전으로 향한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LG와 두산의 '어린이날 잠실 더비'보다도, kt와 한화의 '꼴찌대첩'이 올해 꼴찌의 운명을 가늠할 수 있는 데스매치로 더 주목받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여기서도 밀리는 팀은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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