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는 이원석 키움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된 이원석(30·삼성 라이온즈)이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인터뷰하는 이원석 키움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된 이원석(30·삼성 라이온즈)이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키움이 마무리 출신 불펜투수를 내주고 만 36세 베테랑 내야수를 영입했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2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로부터 내야수 이원석과 2024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받고 우완 불펜투수 김태훈을 내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키움의 고형욱 단장은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베테랑 내야수를 영입하게 돼 기쁘다. 이원석이 수비와 공격에서 중심을 잡아주며 팀에 큰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라고 트레이드 소감을 밝혔다.

2005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한 이원석은 2009년 FA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고 2016 시즌이 끝난 후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각각 4년 27억 원, 2+1년 20억 원의 FA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올해 19경기에서 타율 .362 1홈런 1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969로 최고의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는 이원석의 활약이 고척에서도 이어진다면 키움은 큰 전력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약점이던 핫코너에 19년 차 베테랑 보강한 키움

올 시즌엔 출발이 썩 좋지 않지만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2년 연속 타격왕과 지난해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자타공인 현역 최고의 타자다. 골든글러브 2루수 김혜성 역시 테이블 세터부터 중심타자까지 소화할 수 있는 만능 선수이고 2022년 시즌 1할대 타율에 그치며 부진했던 노장 이용규도 올해 노익장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외국인 타자 에디슨 러셀의 초반 활약은 눈부실 지경이다.

하지만 키움에게도 타선에서 감추고 싶은 약점이 있다. 바로 수비만큼 타격능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포지션인 양 코너내야 1루와 3루다. 박병호(kt 위즈)의 FA 이적 후 주인을 잃은 1루는 신예 박주홍과 김수환, 중견선수 전병우 등이 나서고 있지만 아직 공수에서 홍원기 감독을 만족시키는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김태진과 김휘집이 경쟁하는 3루 역시 확실한 주전을 구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 

이지영과 김혜성, 러셀, 이정후로 이어지는 막강한 센터라인에 비해 코너내야가 허약하기 그지 없는 키움에게 프로 19년 차의 베테랑 내야수 이원석은 그야말로 '맞춤형 선수'나 다름 없다. 롯데와 두산 시절 내야 전 포지션을 오가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던 이원석은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붙박이 주전 3루수로 활약했다. 그리고 다린 러프가 팀을 떠난 2020년부터는 백업 1루수 역할도 겸했다. 

사실 이원석은 박병호와 강정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정후 등 쟁쟁한 타자들이 즐비했던 키움에서 중심타자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타격능력을 갖춘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이원석은 삼성에서 활약했던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 동안 5번이나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을 정도로 꾸준하게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타자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6, 7번 타순에 배치된다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라는 뜻이다.

키움은 이정후가 올 시즌이 끝난 후 해외진출을 선언한 만큼 올해야말로 2022년에 아쉽게 놓쳤던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2022년 겨울 FA시장에서 원종현과 이형종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한 키움은 지난 3년 연속 두자리 수 홀드를 기록했던 검증된 불펜투수를 내주고 베테랑 내야수 이원석을 영입했다. 과연 이원석을 영입한 키움의 과감한 승부수는 시즌 초반 중위권에 머물러 있는 히어로즈에게 단비가 될 수 있을까.

초라해진 마운드에 힘 보탤 검증된 불펜투수

삼성은 '왕조'라 불리던 2010년대 초반, 최강 마무리 오승환을 중심으로 홀드왕 안지만, '국노' 정현욱(삼성 투수코치), '쌍권총' 권혁, 권오준(삼성 불펜코치) 등 뛰어난 투수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이는 류중일 전 감독(국가대표 감독)이 '야통'으로 불리며 통합 4연패를 달성하던 시절의 추억 속 먼 이야기일 뿐이다. 당시 삼성의 최강 불펜 멤버 중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이제는 KBO리그 최고령 선수가 된 오승환 뿐이다.

올해도 삼성은 만 40세의 오승환에게 뒷문을 맡기며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시즌 개막 후 7경기에서 1승 1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4.91로 이름값을 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 20일 마무리 자리를 좌완 이승현에게 넘겼다. 이승현은 마무리 전환 후 첫 경기였던 지난 21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최형우에게 역전 끝내기 홈런을 허용했고 21일 두산전에서 4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으며 간신히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원석과의 트레이드로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김태훈은 올 시즌 8경기에서 1승 3홀드 5.87로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보여주진 못했다. 하지만 군복무를 마친 2018년부터 1군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김태훈은 2019년 8승 3홀드에 이어 2020년엔 7승 10홀드를 기록하며 키움 불펜의 핵심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21년과 2022년에는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각각 11세이브 15홀드, 9세이브 10홀드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사실 김태훈은 엄청난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도 아니고 스트라이크존의 구석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뛰어난 제구력의 소유자도 아니다. 하지만 묵직한 구위와 과감한 승부로 좀처럼 크게 무너지는 일이 드물고 멀티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데다가 아직 30대 초반으로 불펜투수로서 나이가 많은 편도 아니다. 오승환이나 우규민 같은 노장 선수와 경험이 부족한 신예들로 구성된 삼성 불펜에서 김태훈 같은 30대 초반의 투수는 적지 않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김태훈 한 명이 가세했다고 해서 삼성 불펜이 갑자기 좋아질 거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김태훈으로 인해 박진만 감독의 투수운용에 한층 여유가 생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김호재와 강한울, 공민규 같은 3루 자원을 보유한 삼성이 시즌 초반 순위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더욱 필요한 선수는 3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노장 3루수 이원석이 아닌 흔들리는 마운드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검증된 불펜투수 김태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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